안동일 현대제철 대표이사 사장이 전기차강판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연구개발에 힘쓰고 있다.

주요 고객사인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가 2021년부터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통한 전기차 생산을 본격화하는 데 이에 보조를 맞추려는 전략으로 파악된다.  
 
안동일, 현대차에 발맞춰 현대제철 전기차강판 개발 일보전진

안동일 현대제철 대표이사 사장.


18일 현대제철에 따르면 전기차시대에 대응해 고강도 및 고성형 자동차강판을 개발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전기차는 배터리 무게만 200kg이 넘기 때문에 연비를 개선해 충분한 주행거리를 확보하려면 차체 등에서 무게를 줄여야 한다. 

자동차에 들어가는 강판의 두께를 줄이는 대신 강도를 높이면 자동차의 무게를 줄일 수 있다. 

보통 소재의 강도를 높이면 성형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자동차강판에서 강도와 성형성을 동시에 높이는 게 쉽지 않다.

하지만 현대제철은 연구개발을 거듭한 끝에 최근 1.8GPa(기가파스칼)급의 초고강도 핫스탬핑강을 자동차 도어빔 부품에 적용할 수 있는 단계까지 기술 개발을 마쳤다.

1기가파스칼은 1㎟당 100㎏의 하중을 견딜 수 있는 강도이다.

초고강도 핫스탬핑강은 핫스탬핑 기술을 적용해 무게를 줄인 강판 소재인데 핫스탬핑은 950도 고온으로 가열한 뒤 금형 안에서 급속으로 냉각하는 기술이다.

현대제철은 초고강도 핫스탬핑강을 앞으로 고객사의 대형 EV(전기차)에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안 사장이 고강도 및 고성형 자동차강판에 힘을 쏟는 것은 미래차시대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주도권을 잡으려는 현대차그룹의 경영전략에 발을 맞추려는 전략으로 파악된다.   

현대제철이 생산하는 철강제품 가운데 자동차 강판의 비중은 2018년 기준으로 47.9%에 이르는데 이 가운데 90%가량을 현대차와 기아차에 공급하는 만큼 현대차그룹 전략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현대차그룹은 2021년 상반기에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에서 첫 양산형 전기차를 생산하는 것을 시작으로 2025년까지 전기차를 모두 100만 대 판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안 사장이 현대제철의 부진한 실적에도 전기차에 들어갈 강판 연구개발에 투자를 늘리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대제철의 2020년 1분기 사업보고서를 보면 연구개발비로 쓴 돈은 모두 353억6800만 원으로 2019년 1분기보다 25.3% 증가했다. 현대제철은 올해 1분기에 영업이익이 적자로 돌아섰는데도 오히려 연구개발비를 늘린 것이다.

현대제철이 전기차 시대에 대응해 강판으로 경쟁력을 확보하게 되면 현대차그룹 외에 고객사를 추가로 확보하는 일이 수월해질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전기차시대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데 이에 발맞춰 전기차강판 경쟁력을 끌어올려 둔다면 세계 완성차기업을 대상으로도 수주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안 사장은 현대제철의 자동차강판 매출을 기존 42%에서 올해 8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의 전략에 발맞춰 전기차 등 미래차에 필요한 강판 기술 개발에 더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