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홍완선 기금운용본부장 연임을 가로막고 나서면서 국민연금이 상당한 후폭풍을 맞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은 기금운용본부 독립공사화를 두고 서로 다른 의견을 품고 있어 대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이사장은 독립에 반대하고 홍 본부장은 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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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광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왼쪽)과 홍완선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 |
정부는 기금운용본부 독립을 뼈대로 하는 국민연금 체계 개편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 때문에 홍 본부장의 거취 문제가 권력다툼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도 있다.
국민연금은 13일 홍완선 본부장에게 연임 불가 결정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홍 본부장은 후임자에게 자리를 넘기고 11월3일 임기를 마칠 가능성이 높아졌다.
홍 본부장의 연임 불가는 최광 이사장이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이사장은 보건복지부나 청와대의 협의없이 단독으로 홍 본부장의 거취를 결정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일반적으로 기금운용본부장 임기는 2년인데 실적평가에 따라 1년 연장이 가능하다. 홍 본부장의 전임인 이찬우 전 본부장도 2년 기본 임기 후 1년을 연임했다.
홍 본부장의 실적만 놓고 보면 연임을 승인하지 않을 명분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5.3%의 수익률을 올렸다. 기준금리가 사상 최저수준까지 떨어진 것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다는 평가다.
다만 최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기금운용본부가 다소 석연치 않은 과정 속에 합병에 찬성한 것과 적지 않은 투자 수익을 입은 것 등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최 이사장이 홍 본부장의 연임 불가 결정을 내린 데는 기금운용본부 독립에 대한 시각 차이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최 이사장은 최근 국감에서 “국민연금 제도와 기금은 같이 있어야 한다”며 독립에 반대하는 뜻을 밝혔다. 반면 홍 본부장은 운용본부 독립에 찬성하고 있다.
최 이사장의 뜻대로 홍 본부장이 낙마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정부여당이 기금운용본부 독립을 중심으로 국민연금 체계를 개편하고자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에서 홍 본부장을 1년 연임시켜 독립을 추진하도록 할 가능성도 떠오른다.
당장 홍 본부장은 임기가 끝나더라도 후임자를 뽑을 때까지 본부장 자리를 지키게 된다. 최 이사장이 홍 본부장 연임 불가를 단독으로 결정했다고 해도 후임자 선정 절차는 이사회와 추천위원회를 거쳐 복지부의 승인까지 받아야 하는 만큼 혼자서 밀어붙일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홍 본부장의 인연이 어떻게 작용할지도 주목되는 대목이다.
두 사람은 대구고등학교 15회 동기동창으로 친밀한 사이로 알려졌다. 기금운용 경력이 부족한 홍 본부장이 기금운용본부장에 오른 것도 최 장관과 친분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말도 많았다.
특히 최 부총리는 기금운용본부 독립에 찬성하는 쪽이다. 기획재정부는 내심 500조 원에 이르는 자금을 굴리는 기금운용본부를 독립해 기재부 산하에 두려는 뜻을 품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