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배와 차석용, 해외사업 성과 크게 엇갈려  
▲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왼쪽)과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오른쪽)

화장품 업계의 두 강자인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과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아무레퍼시픽은 1분기 깜짝실적을 기록했으나 LG생활건강은 영업이익 성장세가 꺾인 성적표를 내놓았다. 해외실적이 둘을 갈라놓았다.


◆ 아모레퍼시픽, 해외사업 급성장

아모레퍼시픽의 올해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두 자리수로 성장했다. 수년째 제자리걸음이던 영업이익도 크게 늘었다.


아모레퍼시픽은 9일 올해 1분기 매출액이 지난해 같은기간에 비해 16.3% 오른 1조1397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영업이익도 2139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23.1% 늘었다.


이런 실적은 해외사업 덕분이다. 국내 화장품 매출이 10% 정도 늘어난 6076억 원을 기록했는데 해외 화장품사업에서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50% 정도 늘어난 1923억 원을 기록했다.

해외에서 ‘설화수’ 같은 고급 화장품 브랜드가 선전한 것이다. 설화수는 국내외 면세점에서 지난해보다 140% 이상이 더 팔렸다. 이런 인기에 힘입어 아모레퍼시픽은 올해 1분기에 중국과 동남아에서만 1618억 원 가량의 화장품을 판매했다. 지난해에 비해 67.8% 성장한 수치다.


중국뿐 아니라 프랑스와 미국 시장에서도 설화수를 비롯해 헤라, 프리메라 등 고급 화장품 브랜드의 판매가 늘고 있다. 프랑스와 미국 등 성숙시장에서 1분기 매출이 지난해 대비 17.6%가 늘어 421억 원을 기록했다.


아모레퍼시픽은 “해외사업 성장에 힘입어 전년대비 견고한 매출 성장을 기록했다”며 “특히 백화점과 면세점, 온라인, 아리따움 등 다양한 판매경로로 사업이 고르게 성장하면서 수익성을 동반한 매출성장을 이뤄냈다”고 설명했다.

중저가 화장품 계열사인 ‘이니스프리’도 좋은 실적을 나타냈다. 이니스프리는 1분기 매출 1060억 원, 영업이익 242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각각 34%, 43% 늘어난 것이다. 이니스프리가 예전 히트상품을 다시 내놓거나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덩달아 해외사업 매출이 늘어났다.

아모레퍼시픽은 일찍이 해외사업을 진행해 왔다. 2008년 이후 전체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던 국내 방문판매가 빠르게 부진해졌기 때문이다. 서 회장은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올해 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중국뿐 아니라 북미시장까지 함께 노렸던 서 회장의 노력이 올해 1분기 실적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 LG생활건강 '차석용 효과' 사라지나


LG생활건강의 1분기 영업이익은 37분기 만에 처음으로 줄었다. 차석용 부회장 취임 이후 10년째 지속해온 ‘영업이익 연속증가’ 기록이 깨졌다.

LG생활건강은 지난달 24일 1조1284억 원의 1분기 매출을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기간에 비해 5.2% 증가한 것이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1283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기간에 비해 12.1% 줄었다.


LG생활건강의 3대 사업부문인 화장품, 생활용품, 음료에서 매출은 모두 소폭 증가했다. 하지만 이 가운데 화장품과 생활용품의 영업이익 성장세가 꺾였다. 특히 화장품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5.8%나 영업이익이 줄었다.


LG생활건강은 “1분기에 영업이익이 줄어든 건 일회성 투자가 많았던 탓”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에서 저가 화장품 브랜드인 ‘더페이스샵’을 구조조정하면서 일시적 타격이 있었다는 것이다. LG생활건강은 최근 중국에서 수익성이 부진한 더페이스샵 매장을 없애면서 재고를 떠안고 있다.


업계는 이번 구조조정 작업이 마무리됐기 때문에 2분기 실적은 정상궤도를 찾아갈 것이라고 내다본다.
1분기 실적이 발표된 뒤 일부에서 ‘차석용 효과’가 깨지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차 부회장은 10년째 LG생활건강을 이끈 ‘장수 CEO’로 고속성장을 주도해왔다.

차 부회장은 해외사업 확대를 위해 인수합병에 적극 나서고 있다. LG생활건강은 최근 일본 건강기능식품기업인 ‘에버라이프’와 캐나다 바디용품기업인 ‘후르츠 앤드 패션’을 인수했다. 또 최근 북미지역 공략을 위해 명품브랜드 ‘엘리자베스아덴’ 인수도 추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