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영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이 경영목표에서 '글로벌 넘버원'을 내려놓았다.
LG디스플레이가 LCD를 정리하고 올레드(OLED)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중요한 길목에서 정량적 목표보다 정성적 체질변화에 더욱 초점을 맞추면서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주문한 '고객가치' 중심으로 회사를 이끌어 나갈 것으로 보인다.
16일 LG디스플레이는 8년 만에 경영목표를 ‘글로벌 넘버원 디스플레이기업’에서 ‘최고의 디스플레이 솔루션기업’으로 바꾼다고 밝혔다.
3월 대표이사에 정식으로 취임한
정호영 사장이 회사가 나아갈 방향을 새로 정립한 것이다.
정 사장은 “세계 최고의 기술력과 인재라는 자산을 바탕으로 새로운 목표와 행동방식을 통해 더 강하고 새로운 회사로 도약해 나가자”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의 기존 경영목표는 정 사장이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일하던 2012년 한상범 대표이사체제에서 마련된 것이다.
당시 LG디스플레이는 글로벌 LCD시장에서 점유율 28%로 삼성디스플레이를 따돌리고 1위에 오르는 등 말 그대로 글로벌 넘버원 디스플레이기업으로 위상이 높았던 시절이었다.
특히 주력제품인 대형 LCD패널은 3년 연속 글로벌 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 등 독보적 입지를 굳히고 있었다.
하지만 현재 LG디스플레이의 상황은 글로벌 넘버원을 말하기에는 괴리가 큰 것이 사실이다. 자랑이던 LCD 1위는 중국에 넘겨준 지 오래고 이미 LCD사업은 정리절차를 밟고 있다.
올레드(OLED) 중심으로 사업구조 전환을 시도하고 있지만 아직 성과는 미진하다. 대형올레드사업의 핵심기지인 광저우 올레드 공장 가동이 수개월 째 늦어지고 있고 중소형올레드는 업계 1위인 삼성전자와 여전히 격차가 크다.
정 사장은 2019년 10월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된 후 임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LG디스플레이의 핵심역량이 살아난다면 세계 1등 디스플레이 회사의 위상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글로벌 넘버원을 향한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9개월 동안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도 좀처럼 LG디스플레이의 상황이 호전되지 않으면서 좀 더 현실적이면서도 실효성 있는 경영목표를 마련한 것으로 분석된다.
정 사장은 여전히 LG디스플레이의 기술력에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정 사장이 ‘넘버원’ 대신 ‘최고’라는 표현을 쓴 데서 이런 자신감이 읽힌다. LG디스플레이가 어디에도 뒤지지 않는 기술력을 지니고 있음을 보여줬다고 할 수 있다.
정 사장은 취임 후 “LG디스플레이는 많은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실력을 갖춘 회사”라고 평가했다. 이번 경영목표를 발표하면서도 세계 최고의 기술력과 인재를 LG디스플레이의 자산으로 꼽았다.
LG디스플레이는 여전히 대형올레드패널시장을 선도하고 있고 투명 올레드TV, 롤러블(두루마리형) 올레드TV, 폴더블 노트북 등 앞선 기술력을 확보했다. LCD 역시 초대형·초고해상도TV와 자동차·커머셜용 제품 등 고부가 제품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정 사장이 새 경영목표에서 LG디스플레이의 정체성을 ‘디스플레이 솔루션기업’으로 이전보다 포괄적으로 설정한 점도 눈길을 끈다.
단순히 패널 제조사를 넘어서 디스플레이 수요고객에게 서비스와 시스템 등 해법을 제시하는 ‘솔루션 기업’이 되겠다는 것이다. LG디스플레이는 기술력을 토대로 고객이 원하는 바를 충족함으로써 더욱 적극적으로 고객에게 다가서는 전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정 사장은 새 경영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다섯 가지 행동방식의 첫 머리에 ‘고객가치 최우선(Customer First)’을 놓으면서 이런 의지를 보였다.
LG그룹은
구광모 회장 취임 이후 일관되게 ‘고객가치’ 개념을 강조하고 있는데 LG디스플레이의 새 경영목표도 이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구 회장은 3월 LG 주총에서 “고객가치를 가장 최우선에 두고 멈춤없는 도전을 이어나가겠다”고 말했다. 최근 LG사이언스파크를 방문한 자리에서도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줄 수 있는 혁신기술을 준비하도록 지시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