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규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대표이사가 기술수출에 성공한 신약의 임상 지연으로 어려운 처지에 놓였다.

‘궤양성 대장염’ 신약 개발에 성공해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의 지속가능한 사업모델을 구축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에 우려 시선, 이정규 대장염 신약 성공해야

▲ 이정규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대표이사.


10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의 기업가치를 끌어올릴 신약 후보물질(파이프라인)로 궤양성 대장염 치료제 ‘BBT-401’이 부각되고 있다.

BBT-401은 펠리노-1이라는 단백질을 표적으로 하는 궤양성 대장염 치료제다.

궤양성 대장염이란 대장의 점막 또는 점막하층에 원인 불명의 만성 염증이 일어나는 병이다.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환경적 요인, 유전적 요인과 함께 장내에 정상적으로 존재하는 세균에 우리의 몸이 과도한 면역반응을 일으키는 것이 중요한 발병요인으로 꼽힌다.

BBT-401은 2020년 하반기 미국에서 임상2a상을 진행해 2021년 약물의 유효성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선민정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가 글로벌 제약사에 기술이전한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IFP)의 BBT-877의 가치는 1240억 원 정도”라며 “BBT-401의 약물 가치는 이를 넘는 2660억 원 정도로 추산된다”고 분석했다.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는 ‘연구를 하지 않고 개발만 담당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NRDO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바이오기업이다.

신약 후보물질을 사들은 뒤 전임상부터 임상1상 또는 임상2상까지 진행한 뒤 다시 다국적 제약사에게 기술이전하는 것을 주요 사업모델로 삼고 있다.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는 2019년 7월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 BBT-877을 글로벌 제약사 베링거잉겔하임에 약 1조4600억 원에 대규모 기술이전하는 데 성공하며 의약품 개발능력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베링거잉겔하임이 기술이전받은 BBT-877의 임상을 예정보다 1년 이상 미루기로 결정하면서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는 타격을 받고 있다.

우선 예상됐던 단계별 기술료(마일스톤)를 받지 못하게 되면서 2020년 실적은 당초 기대치에 못 미치게 됐다. 게다가 기술반환이 이뤄질 수 있다는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지면서 주가도 최근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BBT-401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BBT-401의 임상2a상에서 성공한 뒤 기술이전까지 이뤄지면 BT-877의 임상 지연에 따른 매출 공백을 메우고도 남을 수 있다.

BBT-401은 악효와 안전성만 입증된다면 글로벌 제약사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궤양성 대장암의 글로벌시장 규모는 약 6조 원에 이르는데 기존 TNF 억제제는 여러가지 염증 질환에 관여하는 만큼 부작용이 커 신약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반면 BBT-401은 약효가 대장 내에서만 작용하도록 설계돼 부작용이 적다. 게다가 염증을 가라앉히는 것과 동시에 대장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가치가 더 높아질 수 있다.

BBT-401은 이미 대웅제약이 한국과 중국, 일본, 동남아시아를 포함한 22개 지역의 판권을 477억 원에 사들였을 정도로 약효와 안전성 측면에서 큰 기대를 받고 있다.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의 시작도 BBT-401 덕분에 가능했다.

이정규 대표는 서울대학교 화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뒤 1993년 LG화학에 입사하며 제약바이오업계에 발을 들였다.

2008년 렉스바이오를 설립했지만 투자유치에 실패하면서 사업을 중단하는 등 쓴 맛을 본 적도 있는데 2015년 BBT-401의 권리를 인수하면서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를 창업했다.

BBT-401은 본래 한국화학연구원과 박석희 성균관대학교 교수팀이 발굴한 신약 후보물질이다. 이 대표는 BBT-401이 혁신신약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고 이를 사들이면서 현재의 NRDO사업을 본격으로 시작했다.

이 대표는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BBT-401은 기존 치료제와 완전히 다른 계열의 궤양성 대장염 신약물질로 시장규모도 커 경쟁력을 갖췄다”며 “지난해 1조4600억 원의 기술수출 성과를 이어갈 신약으로 꼽힌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