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이 이달 중순 터키 출장길에 오른다. 현대차의 유럽공략에 힘을 실어줄 i20 출시를 앞두고 i20를 양산하고 있는 터키공장 생산라인을 점검하기 위해서다. 정 부회장은 정몽구 회장과 교대로 유럽 출장길에 오르면서 유럽지역 관장을 분담하고 있지만 터키를 거점 삼아 유럽지역 전반으로 관장범위를 확대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정의선, 현대차 유럽시장도 관장하나  
▲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
8일 현대차 관계자에 따르면 정의선 부회장은 이달 중순 현대차 터키 공장에서 개최되는 신형 i20 롤아웃(첫 공개)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터키로 떠난다. 터키공장은 20만대의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유럽시장에 i10와 i20를 공급하고 있다.
 
터키공장은 체코 공장과 함께 유럽에 위치한 현대차 양대 생산거점 중 한 곳이다. 체코 공장은 30만대의 생산능력을 갖췄으며 i30 ix20 ix35 등 소형 다목적차량과 준중형급 이상의 현지 전략 차종을 생산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이번 터키출장에서 하반기 출시 예정인 신형 i20의 품질과 생산라인도 집중 점검할 것으로 알려졌다. i20는 유럽 전략차종으로 유럽 자동차시장 최대차급인 B급(소형차) 부문을 겨냥하고 있다. 따라서 신형 i20는 최근 유럽 자동차시장 회복세에도 불구하고 고전하고 있는 현대차 유럽 판매실적의 견인차 역할을 할 것으로 현대차는 기대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정 부회장이 터키를 방문하는 이유는 유럽시장 확대를 위해 신형 i20의 역할이 중요한 만큼 직접 점검에 나선 것”이라며 “신차 품질점검과 함께 유럽지역 생산 판매 마케팅 전략도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9월에도 터키 출장길에 올랐다. 그는 출국에 앞서 공항에서 “터키공장에서 신형 i10의 롤아웃 건이 있어 출국한다”며 “현지에서 시장반응 생산계획 유럽전략 등을 구체적으로 살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당시 터키공장은 생산능력을 10만대에서 20만 대로 늘리고 i10 생산물량을 인도공장으로부터 넘겨받아 양산에 들어갔었다. 이로써 터키공장은 기존 생산차종인 i20과 함께 i10을 생산하게 되면서 유럽의 소형차 공급기지 역할을 강화하게 됐다.


i10과 i20는 현대차의 유럽 현지 전략 브랜드인 'i 시리즈' 차종이다. i시리즈는 ‘정의선 작품’으로 불릴 만큼 정 부회장이 개발단계부터 거의 모든 실무를 지휘했다. 이에 정 부회장은 정몽구 회장이 직접 유럽 출장길에 오르며 유럽지역을 총괄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i10과 i20을 양산하고 있는 터키 공장만큼은 직접 전담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4월 터키공장을 중심으로 체코공장과 유럽판매법인을 방문하면서부터 터키공장을 자신의 담당영역으로 삼기 시작했다. 이전까지만 해도 정 부회장은 유럽출장에서 모터쇼에 참석해 현대차의 얼굴마담 역할을 하는 모터쇼 경영에 치중해왔다. 정 부회장은 4월 유럽출장에 이어 그 해 9월 i10 양산을 시작한 터키공장 현장점검에 나섰다.


지난해 10월 정몽구 회장이, 올해 1월 정 부회장이, 3월 다시 정 회장이 번갈아 가며 유럽 출장길에 올랐다. 정 회장은 지난해 10월과 올해 3월 유럽출장에서 체코공장은 물론 독일 유럽총괄법인 등을 방문하면서도 터키공장은 방문하지 않았다. 터키공장만큼은 정 부회장 담당영역으로 남겨둔 것이다.


  정의선, 현대차 유럽시장도 관장하나  
▲ 정의선(오른쪽) 현대자동차그룹 부회장이 지난해 9월 터키 코자엘리주 이즈미트시 현대차 터키공장에서 신형 i10 출고 기념식을 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터키공장을 거점으로 삼아 향후 유럽지역 전반으로 업무관장 범위를 확대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그가 정 회장으로부터 유럽지역 관장을 넘겨받으려면 무엇보다 신형 i20 출시를 통해 현대차의 유럽 판매실적 반등이 시급한 상황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자동차시장 침체로 인해 전년과 비교해 2.7% 줄어든 42만4669대를 유럽시장에서 판매했다. 그러나 전년과 동일한 3.5%의 시장점유율을 보이면서 나름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올해 1분기 유럽 자동차시장이 회복세를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현대차의 유럽 판매실적은 줄어들면서 현대차는 타계책 마련에 고심 중이다. 1분기 유럽시장 전체 자동차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8.4% 증가했지만 현대차 판매량은 오히려 0.6% 감소했다.


이에 현대차는 신차 출시를 통해 반등의 기회를 노리고 있다. 오는 6월 신형 제네시스에 이어 신형 쏘나타 출시를 통해 현대차의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또 하반기 i20 출시를 통해 유럽시장 최대차급인 소형차 부문 공략에 나서는 한편 지난해 말 출시된 i10에 대한 마케팅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지난해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유럽공략 핵심전략인 ‘프로덕트 모멘텀 2017’을 발표했다. 이 전략은 2017년까지 22종의 신차를 출시해 유럽 시장점유율을 5%까지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유럽형 전략 브랜드인 i시리즈를 그 출발점으로 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