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홍콩에 부여한 모든 특별지위를 폐지하는 절차를 시작한다.

또 중국이 세계보건기구(WHO)를 장악하고 있다며 세계보건기구와 관계도 끝내겠다고 했다.
 
트럼프 "홍콩 특별지위 박탈절차 시작 지시, WHO와 관계도 끊겠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은 29일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홍콩에 특별지위를 제공하는 정책적 면제 제거를 위한 절차를 시작하도록 행정부에 지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홍콩보안법 제정 강행은 중국이 홍콩의 자치권을 보장하겠다는 약속을 어긴 것이라고 비난하며 이렇게 지시했다고 로이터 등이 전했다.

미국은 1992년 제정한 홍콩정책법을 통해 관세나 투자, 무역, 비자 발급 등에서 홍콩에 중국 본토와 다른 특별대우를 보장해 왔다.

그러나 최근 중국이 홍콩보안법 제정을 추진하자 홍콩의 자치권을 보장해온 일국양제 원칙에 맞지 않고 인권을 침해한다고 비난하며 법 제정에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경고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은 약속한 일국양제체제를 일국일제로 변경했다"며 "홍콩이 더는 우리가 제공한 특별대우를 보장할 정도로 충분히 자치적이지 않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발표는 범죄인 인도조약에서 기술 사용에 관한 수출통제, 그리고 더 많은 것까지 거의 예외 없이 홍콩과 맺고 있는 모든 범위의 협정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우리는 중국의 국가안보장치로 감시 및 처벌 위험이 증가한 것을 반영해 국무부의 여행권고를 개정할 것"이라며 관세와 여행에서 홍콩에 제공한 우대를 폐지하는 조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국자 '제재 카드'도 뽑아 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홍콩의 자치권 침해에 직간접 연루된 중국과 홍콩의 당국자를 제재하는 데 필요한 조처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의 산업기술 탈취 문제를 지적한 뒤 "우리나라의 중요한 대학 연구를 더 잘 담보하고 잠재적 안보위협인 중국으로부터 외국 국적자의 입국을 중지하기 위한 포고문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조처를 두고 뉴욕타임스(NYT)는 미국의 중국인 대학원 유학생을 추방하는 것이라고 해석했고 로이터는 3천~5천 명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당국자의 설명을 전했다.

이에 앞서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는 28일 찬성 2878명(반대 1명, 기권 6명)으로 홍콩보안법을 직접 제정하기로 결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편향적'이라고 지속해서 비판해 온 세계보건기구와 관계도 끊겠다고 했다.

그는 "중국이 세계보건기구를 완전히 장악하고 있다"며 "세계보건기구가 필요한 개혁을 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에 우리는 세계보건기구와 관계를 끊고 자금을 세계 다른 긴급한 공중보건 수요를 맞추는 데 쓸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문제와 관련한 기자회견을 예고한 만큼 이날 증시는 장중 대체로 하락세를 유지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이나 경제와 관련해 새로운 제재조치를 내놓지 않자 주가가 장 막판 반등했다.

미국 CNBC 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회견에서 중국과 '1단계 무역 합의'를 건드리지 않은 데 투자자들이 안도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홍콩의 특별지위를 전면폐기한 것이 아니라 관련 절차를 시작하겠다며 시간을 둔 것도 충격을 완화한 것으로 분석됐다. [비즈니스포스트 공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