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그룹이 자산처분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범현대가의 핵심인 현대자동차 지분을 처분했는데 이는 현대중공업의 최대주주인 정몽준 전 회장의 뜻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정몽준, 현대중공업이 보유한 범현대가 주식 왜 계속 팔까  
▲ 정몽준 전 현대중공업 회장.
25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그룹은 범현대가 지분을 많이 보유해 왔는데 현대차 주식 매각을 계기로 유동성 확보를 위해 추가로 지분을 팔지 주목된다.

현대중공업은 24일 현대차 주식 316만4550주(1.44%)를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에게 매각했다. 주식 매각으로 현대중공업이 확보한 자금은 5천억 원이다.

이번 주식 매매는 현대중공업의 요청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최근 보유주식을 처분하고 유동성을 확보해 재무구조를 개선하는데 힘을 쏟고 있다.

현대삼호중공업은 22일 포스코 지분 1.5%를 2261억 원에 매각했다. 현대삼호중공업이 보유하고 있던 포스코 지분 전량이다. 취득금액인 7300억 원의 30% 수준에 팔아야 했지만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매각을 강행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3조 원이 넘는 영업적자를 냈다. 이 때문에 권오갑 사장이 지난해 9월 취임한 이후 강력한 구조조정을 추진했는데 이 가운데 하나가 그룹이 보유한 비핵심자산 매각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11월 한전기술 지분 전량(4.69%)을 1111억 원에 매각했다. 현대미포조선은 포스코 지분 전량(1%)을 2865억 원에 처분했다.

범현대가 지분도 예외는 아니었다. 현대삼호중공업은 지난해 11월 KCC 지분 7.36%를 팔아 4152억 원을 확보했다. 현대중공업도 지난해 말 기아자동차 지분 전량(0.02%)을 50억 원에 매각했다.

현대중공업그룹 조선3사가 최근 1년 동안 지분매각으로 확보한 자금은 1조5천억 원이 넘는다. 이는 지난해 현대중공업이 낸 영업손실의 절반에 이른다. 이 가운데 범현대가 주식만 해도 1조 원에 육박한다.

현대중공업그룹은 범현대가 지분을 적지않게 보유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현대차 지분 0.56%와 현대상선 지분 10.78%를 소유하고 있다. 현대삼호중공업은 현대차 지분 1.03%, 현대상선 지분 5.13%를 보유하고 있고 현대미포조선은 KCC 지분 3.77%를 지니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이 가운데 현대상선 지분에 대해서 지난 6월 2억2천만 달러 규모의 교환사채를 발행한 상황이다. 이를 제외하면 현대중공업그룹이 보유한 범현대가 지분 가치는 약 8천억 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현대중공업그룹은 2002년 현대그룹에서 계열분리했다. 그 뒤 현대삼호중공업, 하이투자증권(당시 CJ투자증권), 현대종합상사, 현대오일뱅크 등을 인수해 그룹의 몸집을 불려왔다.
 
현대중공업그룹 매출은 계열분리 직전인 2001년 7조4042억 원에서 지난해 58조6219억 원으로 8배 증가했다.

정몽준 전 회장은 현대중공업 지분 10.15%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