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이 올해도 조선3사 가운데 가장 늦게 임금협상을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권 사장은 현대오일뱅크 사장 시절 원만한 노사관계를 구축해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현대중공업에서 노사관계로 고전하고 있다.
▲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 |
현대중공업은 조선3사 가운데 유일하게 노사협상을 타결하지 못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소폭의 임금인상에 노사가 합의했다. 대우조선해양도 임금은 사실상 동결하되 일부 수당을 인상하는 노사 잠정합의안이 노조 찬반투표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현대중공업도 추석 전 노사가 임금협상 타결의 실마리를 마련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하지만 현대중공업 노사는 의견차이를 좁히지 못해 협상타결은 추석 이후로 미뤄지게 됐다.
회사는 임금동결 원칙을 고수하던 자세에서 한 발 물러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는 소폭 임금인상을 하되 연차가 낮은 노동자의 인상률을 높이는 하후상박식의 임금인상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노조는 이런 방안이 형평성 논란을 낳을 수 있어 잠정합의안을 마련해도 찬반투표에서 부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에도 노사 임금협상을 가장 늦게 타결했다. 현대중공업은 19년 무파업 기록을 끊고 파업을 하는 등 갈등을 겪은 끝에 해를 넘겨 2월에야 임단협을 마무리했다.
권오갑 사장은 취임 이후 무엇보다 노사관계에 많은 신경을 썼다.
권 사장은 지난해 취임한 뒤 회사 정문 앞에서 경영정상화에 동참해달라는 내용의 호소문을 직접 나눠주고 생산직 특진을 실시하는 등 노조 달래기에 힘썼다.
권 사장은 정병모 노조위원장을 직접 만나 임단협 타결을 위한 협조를 요청하기도 했다.
권 사장은 올해도 노조와 임금협상에 들어가기 전인 지난 6월 인위적 구조조정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하고 직원들에게 특별격려금 100만 원을 지급하는 등 노조와 완만한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권 사장의 이런 노력은 번번이 어긋났다.
노조는 권 사장이 노조와 협의없이 여직원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현대중공업의 적자를 인력 구조조정으로 해결하려 하는 등 직원들의 일방적 희생만 강요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현대중공업 노사가 다른 조선사보다 협상횟수가 많은 데도 협상에서 제자리걸음을 이어가고 있는 이유다.
현대중공업 경영정상화를 위해 갈 길이 바쁜 권 사장으로서 속이 타는 상황이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