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이 올해도 조선3사 가운데 가장 늦게 임금협상을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권 사장은 현대오일뱅크 사장 시절 원만한 노사관계를 구축해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현대중공업에서 노사관계로 고전하고 있다.

  속타는 권오갑, 현대중공업 노사협상 타결 기미 안보여  
▲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
현대중공업 노사는 23일 32차 임금협상을 벌였으나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추석 연휴를 보내고 10월2일 다시 협상을 이어가기로 했다.

현대중공업은 조선3사 가운데 유일하게 노사협상을 타결하지 못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소폭의 임금인상에 노사가 합의했다. 대우조선해양도 임금은 사실상 동결하되 일부 수당을 인상하는 노사 잠정합의안이 노조 찬반투표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현대중공업도 추석 전 노사가 임금협상 타결의 실마리를 마련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하지만 현대중공업 노사는 의견차이를 좁히지 못해 협상타결은 추석 이후로 미뤄지게 됐다.

회사는 임금동결 원칙을 고수하던 자세에서 한 발 물러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는 소폭 임금인상을 하되 연차가 낮은 노동자의 인상률을 높이는 하후상박식의 임금인상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노조는 이런 방안이 형평성 논란을 낳을 수 있어 잠정합의안을 마련해도 찬반투표에서 부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에도 노사 임금협상을 가장 늦게 타결했다. 현대중공업은 19년 무파업 기록을 끊고 파업을 하는 등 갈등을 겪은 끝에 해를 넘겨 2월에야 임단협을 마무리했다.

권오갑 사장은 취임 이후 무엇보다 노사관계에 많은 신경을 썼다.

권 사장은 지난해 취임한 뒤 회사 정문 앞에서 경영정상화에 동참해달라는 내용의 호소문을 직접 나눠주고 생산직 특진을 실시하는 등 노조 달래기에 힘썼다.

권 사장은 정병모 노조위원장을 직접 만나 임단협 타결을 위한 협조를 요청하기도 했다.

권 사장은 올해도 노조와 임금협상에 들어가기 전인 지난 6월 인위적 구조조정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하고 직원들에게 특별격려금 100만 원을 지급하는 등 노조와 완만한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권 사장의 이런 노력은 번번이 어긋났다.

노조는 권 사장이 노조와 협의없이 여직원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현대중공업의 적자를 인력 구조조정으로 해결하려 하는 등 직원들의 일방적 희생만 강요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현대중공업 노사가 다른 조선사보다 협상횟수가 많은 데도 협상에서 제자리걸음을 이어가고 있는 이유다.

현대중공업 경영정상화를 위해 갈 길이 바쁜 권 사장으로서 속이 타는 상황이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