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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캡틴큐. |
최초의 국산 양주인 ‘캡틴큐’가 35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캡틴큐가 가짜 양주 생산에 악용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롯데칠성음료는 이미지 악화를 감안해 생산을 중단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22일 “현재 남아 있는 캡틴큐 주정은 2500ℓ로 약 9천 병(700㎖병 기준) 정도를 생산할 수 있는 양”이라며 “캡틴큐 제조용 주정이 모두 소진되면 생산을 전면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캡틴큐는 1980년 1월 처음 시장에 나왔는데 이로써 35년 만에 자취를 감추게 됐다.
캡틴큐는 위스키나 와인이 흔하지 않았던 1980년대 양주의 대명사였다. 특히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못했던 직장인들과 대학생들이 즐겨 찾았다.
이 기간에 판매된 캡틴큐는 600만ℓ에 이른다. 700ℓ가 6병 들어있는 한 상자를 기준으로 했을 때 144만 상자에 이르는 양이다. 누적 판매금액은 200억 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캡틴큐는 2000년대 들어 가짜 양주의 원료로 사용되는 사례가 심심치않게 적발됐다. 이 때문에 롯데의 기업 이미지에 악영향을 끼친 것도 사실이다.
가짜 양주를 팔다 적발된 사람들은 다른 위스키 병에 캡틴큐를 넣거나 다른 술 등을 섞어 주로 만취한 손님에게 파는 수법을 많이 썼다.
롯데그룹은 최근 경영권 분쟁으로 국민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는 데 캡틴큐가 기업 이미지에 먹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우리는 술을 생산하고 공급한 것밖에는 없는데 캡틴큐가 자꾸 나쁜 쪽으로 이용되다 보니 속상하기도 하고 억울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캡틴큐 생산을 중단하기로 한 데는 달라진 양주시장의 소비행태도 한몫했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1980~1990년대에는 저가양주에 대한 수요가 있었지만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차츰 스카치블루와 같은 정통 고급 위스키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났다”며 “회사로서도 판매비중이 크지 않은 캡틴큐를 더 생산할 이유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롯데칠성음료에서 지난해 캡틴큐가 올린 매출은 5억 원 정도에 불과하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