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손해보험이 ‘민식이법’에 대응해 형사합의금 보장 공백을 메워 운전자보험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특약의 배타적 사용권을 획득하고 민식이법 시행 이후 주요 손해보험사 가운데 가장 많은 운전자보험을 판매하는 등 성과를 내고 있다.
23일 손해보험업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DB손해보험이 민식이법 시행 이후 운전자보험시장에서 한 발 앞서 나가는 것으로 보인다.
삼성화재, 현대해상, KB손해보험, D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한화손해보험 등 주요 손해보험사들은 4월 들어 운전자보험을 54만 건 넘게 판매했다.
3월 총판매건수는 약 31만 건인데 한 달도 안 돼서 75%가량 늘어난 것이다.
민식이법 시행으로 어린이보호구역 사고가 났을 때 처벌이 강화되자 운전자의 불안감 높아지면서 운전자보험으로 대비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가운데 DB손해보험은 16만여 건을 판매해 가장 많은 판매를 보였다. KB손해보험이 14만여 건, 현대해상이 10만여 건, 메리츠화재와 삼성화재가 각각 7만 건 안팎이다.
DB손해보험의 운전자보험 판매량이 가장 많았던 것은 전치 6주 미만의 사고에도 형사합의금을 주는 특약을 신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운전자보험은 전치 6주 이상의 사고에만 합의금을 내줬다.
이 특약은 손해보험협회로부터 3개월 동안 배타적 사용권을 획득하기도 했다.
각 보험사마다 차별점을 내세웠지만 민식이법 시행 이후 형사합의금 보장 공백을 메운 DB손해보험의 전략이 효과적이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민식이법은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운전자의 부주의로 어린이를 숨지거나 다치게 했을 때 가중처벌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지난해 9월 충청남도 아산의 한 초등학교 앞에서 교통사고로 숨진 김민식군의 이름을 따 민식이법으로 불린다. 3월25일 시행됐다.
운전자의 부주의로 어린이보호구역에서 13세 미만의 어린이가 사망하면 무기 또는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진다. 피해자가 상해를 다치면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 원 이상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삼성화재와 현대해상은 교통사고처리지원금을 확대하고 한화손해보험은 상해사고의 보장을 강화했다. KB손해보험은 여행·레저·골프보험 성격의 보장을 추가하고 메리츠화재는 최저보험료를 낮췄다.
DB손해보험 관계자는 “운전자보험의 형사합의금의 보장 공백 우려를 해소해 보험을 가입하는 소비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DB손해보험 등 6개 손해보험사들은 1일부터 운전자보험을 일부 개정해 벌금 최대 보장한도를 기존 2천만 원에서 3천만 원으로 높인 바 있다. 이들 6개 손해보험사의 운전자보험시장 점유율은 95%에 이른다.
손해보험업계에서는 코로나19 경제위기로 보험을 해지하는 일이 늘어나는 등 보험업계가 전반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운전자보험 판매가 늘어나 실적에 도움이 될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DB손해보험의 장기인보험 1분기 신규계약 가운데 운전자보험이 차지하는 비율은 25%에 이른다.
보험업계 불황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손해율이 70%대로 낮은 운전자보험 판매를 늘리는 것은 보험사에게 유리하다.
운전자보험은 자동차보험과 달리 의무보험이 아니지만 최근에는 교통사고 위험 증가에 따라 운전자보험 가입건수가 늘어나고 있다.
운전자보험은 교통사고가 발생했을 때 운전자 또는 상대방의 피해를 보장한다는 점에서 자동차보험과 유사하게 느껴지지만 보장내용에서 차이가 있다.
교통사고가 발생하면 민사·형사·행정적 책임이 발생하는데 손해배상 등 민사적 책임은 자동차보험으로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구속·벌금 등 형사적 책임과 면허정지·취소 등의 행정적 책임은 운전자보험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