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춘 전 장관은 16일 오전 3시21분 개표를 모두 마친 결과 부산 부산진구갑에서 득표율 45.0%로 아쉽게 재선에 실패했다.
김 전 장관은 3선 국회의원에 문재인 정부에서 초대 해양수산부 장관을 역임했다.
김 전 장관은 2016년 20대 총선 당시 부산진구갑에서 당선되며 지역주의에 균열을 냈고 민주당이 부산경남(PK)에서 돌풍을 일으키는 데 주역으로 부각됐다.
원래 서울 광진구갑이 지역구였지만 지역구도를 깨기 위해 19대 총선에서 부산으로 출마지역을 옮겼고 재수 끝에 당선된 것이었다.
하지만 김 전 장관은 이번 선거에서 지역주의가 오히려 더 강화됐음을 실감해야 했다.
김 전 장관이 낙선한 것은 물론 민주당도 부산에서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 민주당은 20대 총선 당시 부산에서 5석을 차지했지만 이번 총선에서는 3석에 그쳤다.
김 전 장관은 이번 총선에서 부산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기 때문에 패배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장관은 선거기간 내내 총선에서 승리한 뒤 대선까지 내달리겠다고 밝혀왔다. 하지만 이번 선거결과로 대선 도전을 위한 행보에도 잠시 쉼표가 필요하게 됐다.
김 전 장관은 16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선거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입니다. 이웃주민들 곁에서 낮은 자세로 다시 시작하겠습니다”고 말했다.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의 압승을 이끈 이낙연 민주당 공동상임선대위원장 등이 유력한 다음 당대표, 대선주자로 떠오르면서 김 전 장관은 당분간 대선후보로 부각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김 전 장관은 패배를 다시 안긴 부산에서 지역주의를 타파하는 데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장관은 2012년 19대 총선에서 패하자 부산으로 이사해 민주당 부산시당위원장을 맡아 광역단위 정당단체의 첫 싱크탱크인 ‘오륙도연구소’를 설립하는 등 착실하게 재도전을 준비했다.
이번에 낙선했지만 김 전 장관의 지역주의 타파 의지가 꺾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김 전 장관은 정치를 하면서 명분을 중시하는 등 성공 가능성이나 이익을 보고 뛰어드는 정치인과는 거리가 먼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장관은 김영삼 전 대통령의 주선으로 정계에 입문해 한때는 ‘거산의 셋째 아들’로 불릴 정도로 보수진영에서 기대를 받은 인물이었다.
한나라당(현재 통합당)이 개혁에 실패했다고 판단하고 탈당을 결심했을 때 김 전 대통령이 “가만히 있으면 대선후보도 될 수 있는데 왜 하루살이가 되려고 하느냐”고 만류하자 김 전 장관은 “한나라당이 ‘도로 민정당’이 됐는데 어떻게 있겠느냐”고 대답했다는 일화는 아직까지 회자되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김 전 장관이 깨뜨리고자 하는 지역주의의 골이 더 깊어진 것이 확인된 만큼 김 전 장관의 행보는 오히려 더 바빠질 수 있다.
김 전 장관과 같이 여권 내 ‘지역주의 타파’의 상징으로 불리는 김부겸 전 행정안전부 장관도 대구에서 낙선했기 때문에 두 사람이 함께 손잡고 영남권의 민심을 잡는 방안을 고민할 가능성도 있다.
김영춘 전 장관과 김부겸 전 장관은 김두관, 김영호 의원 등과 함께 2016년 ‘카라스키야’라는 모임을 만들 정도로 돈독한 사이로 알려졌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