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덕 한섬 대표이사 사장이 코로나19 위기를 기회로 삼아 올해 온라인사업의 외형을 키우는 데 더욱 속도를 낸다.
한섬은 온라인에서도 오프라인과 가격 차이를 두지 않는 등 고급화 전략을 앞세워 왔는데 코로나19 사태로 고가의 패션 브랜드 제품들도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비중이 늘고 있어 사업 확장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 김민덕 한섬 대표이사 사장.
14일 증권가 분석을 종합하면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소비문화가 확산하면서 패션업계에서도 오프라인 수요가 온라인으로 옮겨가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한섬 역시 올해 2월을 기점으로 온라인 채널을 통한 매출이 급증하고 있다.
한섬은 ‘더한섬닷컴’과 ‘H패션몰’ 등 자체 온라인몰을 운영하고 있는데 올해 1분기 온라인 매출이 2019년 같은 기간보다 약 55%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전체 매출 가운데 온라인채널 매출비중은 2019년 10% 초반대에서 15% 수준으로 높아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코로나19 사태 뒤 시스템, SJSJ 등 한섬의 캐주얼 브랜드 외 타임, 마인 등 자체 고가 브랜드의 온라인 수요가 확대되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한섬 관계자는 “온라인몰에서 저가 브랜드와 고가 브랜드 구분 없이 전반적으로 판매량이 급증했다”며 “더한섬닷컴은 온라인에서 고른 옷을 집에서 입어보고 구매를 결정할 수 있는 ‘앳홈서비스’도 제공하고 있어 고객들이 옷의 가격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온라인쇼핑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고급 브랜드의 옷을 온라인에서 구매하는 경험을 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지는 점은 한섬 온라인사업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섬은 온라인에서도 할인판매를 하지 않는 ‘노세일’, ‘고급화’를 차별화 전략으로 삼고 있는데 코로나19로 새로운 소비자들의 유입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더한섬닷컴은 2015년 론칭 때부터 고급 패션쇼핑몰로 운영하면서 매출에서 40~50대 고객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았는데 최근 30대 고객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김 대표는 이런 코로나19에 따른 시장의 변화, 소비행태의 변화를 놓치지 않고 한섬 온라인사업의 성장세에 더욱 불을 붙이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김 대표는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고성장하고 있는 온라인사업에 집중 투자하고 각 온라인몰의 전문화를 통해 매출 확대 및 수익구조 개선을 추진하겠다”며 온라인사업을 한섬 ‘새로운 10년’ 성장의 발판으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한 구체적 사업계획도 내놨다.
한섬은 현재 ‘더한섬닷컴’과 ‘H패션몰’을 온라인사업의 양대 축으로 삼고 있는데 5월에 모바일 편집숍 ‘EQL’을 새롭게 내놓고 온라인사업의 영역을 넓힌다.
한섬은 새 모바일 편집숍에 한섬의 자체 브랜드 제품뿐 아니라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나 해외 브랜드 등을 단독으로 유치할 계획을 세워뒀다.
김 대표는 모바일 편집숍을 통해 스스로에게 투자하는 것을 아끼지 않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로 고객층을 넓혀갈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품고 있다.
또 EQL과 서울 도심과 광역상권 등 주요 거점에 있는 현대백화점과 한섬의 오프라인 네트워크 등을 연계해 고객들이 온라인 상품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는 O2O(온라인과 오프라인 연계)부문도 강화한다.
김 대표의 이런 온라인 집중 전략은 현대백화점그룹 차원의 올해 사업기조와도 맥을 같이 한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올해 그룹 각 계열사들에게 온라인사업 등 디지털 경쟁력을 강화할 것을 주문했다.
정 회장은 2020년 신년사에서 “변화의 파도에 올라타지 않으면 침몰할 수밖에 없다는 절박한 각오를 다져야 한다”며 “각 사의 사업 특성에 맞게 디지털 전환전략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1967년 태어나 한양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1990년 현대백화점에 입사해 기획조정본부 경영관리팀장, 경영전략 및 지원담당 등을 거쳤다.
2017년 한섬으로 이동해 경영지원본부장 겸 관리담당 부사장을 맡았고 2020년 그룹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한섬 대표이사로 승진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당시 임원인사에 관해 “젊은 경영진을 전면에 포진시켜 미래를 대비하고 지속경영의 바탕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