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이 위기의 현대중공업을 구하기 위해 현대중공업으로 돌아온 지 1년이 됐다.
 
권 사장은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추진했고 현대중공업은 경영정상화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다 노조는 2년째 파업을 벌이고 있어 권 사장을 어렵게 한다.

◆ 권오갑, 노사관계 부담

현대중공업 노조는 15일 순환파업을 벌였다. 노조는 오후 1시부터 13개 사업부 가운데 5개 사업부에서 4시간 동안 부분파업을 했다.

  권오갑의 숨가쁜 현대중공업 1년, 경영정상화 가능성 열어  
▲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
현대중공업 노조는 10일부터 사업부별 순환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지난해에 이어 2년째 파업을 벌이고 있다. 공교롭게도 권오갑 사장 부임 후 2년 연속 파업이다.

현대중공업 노조가 지난해 전까지 19년 동안 무파업을 이어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대중공업 파업사태는 권 사장에게 두고두고 꼬리표가 될 가능성이 높다.

권 사장은 지난해 9월 현대중공업 사장에 취임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2분기에 1조 원이 넘는 적자를 내며 사상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다.

권 사장은 이런 위기를 극복하고 경영정상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사장에 취임했다. 2010년 현대오일뱅크 사장으로 떠난 지 4년만에 돌아온 것이다.

권 사장은 취임 후 노사관계를 풀어나가기 위해 주력했다. 당시 현대중공업 노사는 통상임금 등 쟁점을 두고 임단협에서 난항을 겪고 있었다.

권 사장은 현대오일뱅크에서 원만한 노사관계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아 현대중공업도 파업 위기에서 구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았다.

그러나 권 사장은 노조의 파업을 막지 못했다. 노조는 11월27일 20년 만에 파업을 단행했다. 권 사장은 결국 해를 넘기고서야 가까스로 노조와 임단협 타결을 이뤄낼 수 있었다. 조선회사 가운데 가장 늦게 임단협을 타결한 것이다.

현대중공업은 올해도 임금협상에서 가시밭길을 걷고 있다.

회사는 임금동결, 노조는 6.77% 임금인상안을 제시하고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이미 3차례나 파업을 벌였고 4차 파업도 예고했다.

올해는 사상 처음으로 현대중공업 노조 주도로 조선업종 공동파업이 벌어졌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17일 두번째 공동파업을 준비하고 있다.

◆ 현대중공업, 하반기 구조조정 효과 나올까

권오갑 사장에게 현대중공업의 흑자전환도 큰 과제다. 현대중공업의 흑자전환은 계속 지연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3분기에 대규모 부실을 털어내면서 지난해 4분기에는 흑자로 전환할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으나 223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1분기와 2분기에도 1천억 원대 후반의 적자를 냈다. 현대중공업은 7분기째 연속 적자를 보고 있다.

권 사장은 그동안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권 사장은 현대중공업 임원 262명 전원으로부터 사직서를 받아 이 가운데 30% 수준을 물러나게 했다. 과장급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도 성과연봉제를 도입하고 희망퇴직을 받아 전체 직원의 5% 가량을 정리했다.

권 사장은 현대중공업그룹 조직도 효율성 중심으로 개편했다.

현대중공업과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 등 조선3사의 영업조직을 통합하고 기획 기능도 한 곳으로 모았다. 현대중공업은 58개 부문을 45개로 줄이고 432개 부서를 406개로 정리했다.

권 사장은 계열사 정리에도 나서고 있다. 현대자원개발을 현대종합상사에 넘기고 하이투자증권 등 금융계열사 재편을 추진하고 있다.

권 사장은 이렇게 숨가쁘게 진행했던 구조조정 효과가 하반기 흑자전환으로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권 사장은 8월 위기극복 결의대회에서 “하반기에 반드시 흑자전환을 이뤄내 회사 재도약 기반을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중공업이 선제적인 구조조정으로 경쟁사들보다 빠르게 실적회복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도 높은 편이다.

김홍균 동부증권 연구원은 “현대중공업 실적이 최악의 국면을 탈피했다”며 “하반기 안정적인 일감확보가 돋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