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제2롯데월드 개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아버지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숙원사업을 앞당기기 위함이다. 하지만 최근 일어난 세월호 참사로 안전문제가 부각되면서 조기개장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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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
30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완공 예정인 롯데월드몰의 5월 임시개장을 추진하고 있다. 롯데월드몰은 현재 건설중인 제2롯데월드의 저층 상가동이다.
제2롯데월드는 2016년 말 완공예정인 롯데월드타워와 백화점동, 쇼핑몰동, 엔터테인먼트동 등 3 동으로 이뤄져 있다. 롯데그룹은 3개 저층 동이 완공되는 다음달 먼저 개장한다.
롯데그룹이 제2롯데월드 개장을 서두르는 까닭은 이 사업이 신격호 총괄회장의 숙원사업이기 때문이다. 신 총괄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제2롯데월드 개장을 언급할 정도로 사업에 많은 관심을 쏟고 있다. 올해 93세인 신 총괄회장이 번번이 “서울에 제2롯데월드를 세워 세계에 자랑할 만한 명물을 만드는 것이 여생의 꿈”이라고 말해 왔다.
롯데그룹은 제2롯데월드 건설을 위해 8만7183㎡ 면적의 부지에 총 3조5천억 원의 사업비를 투자했다. 서울 송파구 잠실에 건설되는 제2롯데월드는 현재 저층공사가 거의 완료된 상태다. 주 건물인 롯데월드타워는 70층까지 올라갔다. 완공되면 지상 123층에 지하 6층, 높이 555m의 국내 최고 건물에 오른다.
롯데그룹은 제2롯데월드가 완공되면 연간 1조6천억 원의 매출을 거둘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월드타워 맞은 편에 있는 롯데백화점 잠실점과 제1롯데월드 등과 합치면 연 매출이 3조6천억 원을 넘을 것으로 기대한다. 롯데그룹은 연간 1억 명의 유동인구와 외국인 관광객 250만 명이 제2롯데월드를 방문할 것으로 전망한다. 롯데그룹이 자체 추산한 생산유발 효과는 7조 원에 이른다.
롯데그룹이 화려한 청사진을 그리고 있지만 달성이 쉽진 않아 보인다. 제2롯데월드에서 계속해서 안전사고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 공사현장 거푸집 장비가 떨어져 근로자 1명이 숨지고 5명이 다친데 이어 10월 쇠 파이프 추락으로 행인까지 다치는 사고가 일어났다. 신동빈 회장은 공사를 주관하는 롯데건설의 박창규 사장을 경질하고 당시 롯데그룹 정책본부 운영실장이었던 김치현 사장을 신임사장으로 임명했다.
하지만 안전사고는 올해에도 계속 이어졌다. 지난 2월 롯데월드타워 44층에 있던 컨테이너 박스에서 화재가 발생해 초고층 건물의 화재 취약성 문제가 제기됐다. 이후 서울시가 사고 재발방지 대책 수립을 요구하며 철골공사 중단을 명령해 공사가 중단됐다. 롯데그룹은 가까스로 공사재개에 성공했지만 지난 8일 또 다시 근로자 한 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안전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세월호 참사로 사회 전반에서 안전 불감증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기 때문에 조기개장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추측이 지배적이다.
지난 29일 열린 6·4지방선거 새누리당 서울시장 2차 TV토론에서도 제2롯데월드에 대한 안전문제가 언급됐다. 토론에 참석한 이혜훈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세월호 사건을 보면 안전 불감증이 엄청난 참사를 불러일으킨다는 걸 뼈저리게 느낀다”며 “성남공항 근처에 제2롯데월드라는 초고층빌딩이 생기는 것은 안전상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사업의 인허가를 맡은 서울시와 마찰도 이어지고 있다. 서울시는 사망사고가 발생한 지난 8일 롯데월드 임시 개장을 보수적으로 검토하겠다는 기존방침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롯데그룹이 저층공사 완료 후 임시사용 승인신청을 낼 것으로 보이지만 안전사고가 계속 발생하는 만큼 허가해주기 어렵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이미 지난달 14일 제2롯데월드 임시개장을 반대한다는 공식입장을 밝혔다. 서울시는 “소방과 전기, 가스 등 모든 허가 조건을 이행해 문제가 없어야 한다”며 “아직 승인을 논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롯데그룹은 계속되는 안전사고와 시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최근까지도 임시 개장을 서두르는 행보를 이어오고 있다. 롯데그룹은 지난달 6일과 7일 이틀간 ‘2014 송파와 함께하는 롯데월드몰 채용박람회’를 개최했다.
서울시는 “롯데그룹이 임시사용승인 신청도 받지 않고 롯데월드몰을 개장해 운영한다면 법적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롯데그룹은 “롯데월드몰이 준공되면 신청할 것”이라며 “개장을 준비하기 위해 필요한 인력을 미리 채용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