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에 근무하는 여성들이 아모레퍼시픽 경력직 채용에 지원해 이직하는 일이 잦다.

아모레퍼시픽이 성장하면서 연봉이 많아진 데다 화장품업종이 특성상 여성의 업무적응이 쉽기 때문이다.

또 서경배 회장의 후계자로 딸이 꼽히면서 여성을 중용하는 분위기가 형성된 점도 한몫한다.

  삼성전자 여직원이 아모레퍼시픽으로 대거 이직하는 까닭  
▲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
8일 업계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은 8월과 9월에 걸쳐 채용홈페이지를 통해 마케팅, MD, 온라인, 지원팀 등 다양한 직무에서 경력사원을 모집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해외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해외영업과 해외마케팅 부문에서도 경력직을 수시로 뽑고 있는데 삼성전자 출신 여성들이 다수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아모레퍼시픽 경력직 면접을 보러 갔더니 면접자 4명이 모두 삼성전자 출신이었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며 “특히 대리나 과장급 여성인력 사이에 이직현상이 일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은 한류열풍을 타고 중국 등 글로벌 시장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이런 점이 삼성전자 출신들이 아모레퍼시픽으로 이직하도록 하는 동인으로 보인다.

특히 아모레퍼시픽이 다른 화장품회사에 비해 여성을 중용하고 있는 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서경배 회장이 장녀인 서민정씨를 후계자로 점찍으면서 여성들을 크게 중용하고 있다는 말이 아모레퍼시픽 안팎에서 나온다. 서민정씨는 1991년생으로 미국 코넬대 경영학 학사를 거쳐 경영대학원을 다니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업계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고 수평적 기업문화를 지닌 곳으로 꼽힌다. 아모레퍼시픽은 수평적 의사소통을 활성화하기 위해 사장, 팀장, 부장 등 모든 직위 호칭을 없애고 대신 ‘~님’으로 부르도록 통일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자율 출퇴근제와 영업사원 현장 출퇴근제, 직장의 보육시설 등 복지제도도 두루 갖추고 있다. 특히 아모레퍼시픽은 연봉에서도 삼성전자에 밀리지 않는다.

서 회장은 20년 전 중국시장 공략에 나설 때부터 외부 인재영입에 공을 들였다. 서 회장이 “유능한 중국인재들이 초기에 잘 안오려고 해서 대만 사람이라도 찾아서 앉혔다”고 회고할 정도다.

최근 아모레퍼시픽에서 토니모리와 더페이스샵, 미샤 등으로 이직하는 경우도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어 서 회장은 '베테랑급' 인력들의 외부유출을 막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창립 70주년을 맞아 임직원 1만여 명에게 17만 원 상당의 ‘5대 글로벌 브랜드’의 대표상품을 담은 선물세트를 선물했는데 서 회장은 선물세트에 넣을 화장품을 결정하는 단계부터 직접 참여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계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