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공업 중심의 두산, 박용만 왜 시내면세점에 도전하나  
▲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은 왜 두산의 서울 시내면세점 사업에 도전하려고 할까?

박 회장은 그동안 두산그룹을 중공업 중심으로 재편하는 데 주력해왔는데 한계를 느낀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3일 재계에서 두산그룹의 지주사 격인 두산이 동대문 두산타워를 면세점 후보지로 내세워 면세점사업에 도전을 선언한 데 대해 뜻밖이라는 말이 나돈다.

두산그룹은 1995년 이후 중공업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개편해왔다. 박용만 회장은 당시 두산그룹 기획조정실장으로 사업 구조개편의 밑그림을 그렸고 그 뒤에도 중공업 중심의 사업재편을 주도해왔다.

두산그룹은 1990년대 중반까지 OB맥주 등을 중심으로 한 소비재 회사였다. 그러나 1997년 음료사업부 매각을 시작으로 OB맥주, 종가집김치, 두산주류, 버거킹, KFC, 두산동아 등을 줄줄이 팔아치웠다.

대신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 대우종합기계(두산인프라코어), 미쓰이밥콕, 밥캣, 스코다파워, 엔퓨어 등을 인수해 중공업 중심 회사로 완전히 탈바꿈했다.

이 과정에서 두산그룹은 재무구조가 악화됐다. 올해 상반기말 기준으로 두산그룹의 지주사 격인 두산의 부채비율은 265.9%로 높은 편이다. 지난해 말 252.4%에서 소폭 늘어났다.

이 밖에도 주요 계열사의 부채비율을 보면 두산중공업 275.4%, 두산인프라코어 280.6%, 두산건설 160.6%, 두산엔진 120.5% 등으로 만만치 않다.

두산은 수주 중심 사업구조로 현금흐름도 좋지 않다. 상반기 두산의 영업이익은 4393억 원이었으나 영업 현금흐름은 마이너스 6200억 원이었다. 유동성 지표인 유동비율은 93.9%로 일반적으로 200% 이상을 안정적인 것으로 평가하는데 비해 낮은 편이다.

면세점사업은 유통업의 꽃이라 불리며 평균 영업이익률 8%로 높은 편인데다 무엇보다 현금 창출 능력이 우수하다.

더욱이 면세점사업은 연평균 두자릿수 이상 성장을 이어가고 있어 유통회사마다 성장동력으로 탐을 내고 있다.

이 때문에 두산이 면세점 사업권을 확보할 경우 중공업 중심의 사업구조로 성장세가 둔화된 상황에서 새로운 현금창출원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이런 점이 박 회장으로 하여금 서울 시내면세점 도전을 결정하게 한 요인으로 분석된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두산이 면세점 사업자로 선정된다면 자체사업 실적이 양적·질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두산은 중공업 등 다른 사업과 면세점 사업은 전혀 무관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두산 관계자는 “중공업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개편하기는 했으나 두산타워 등 유통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뗀 것은 아니다”며 “면세점 사업 진출 역시 오래 전부터 검토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두산이 두산타워를 운영하면서 동대문 지역에 대해 잘 알고 있어 인프라를 확충하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면세점 사업을 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상반기에 대기업들은 서울 시내면세점 신규면허 입찰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이 때문에 두산이 신규면허에 도전할 기회가 있었는데도 기존 면허의 재입찰에 나서는 것은 면세점사업 진출을 급하게 결정한 것을 보여준다는 말도 나온다.

이에 대해 두산 관계자는 “상반기에는 다수의 중소기업들이 동대문 지역에서 입찰해 동반 성장 측면에서 나서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상반기에 중원면세점, 키이스트, 그랜드관광호텔, 동대문소상공인연합회, 한국패션협회 컨소시엄, 동대문24면세점 등이 동대문을 배경으로 면세점 신규 입찰에 뛰어들었으나 모두 고배를 마셨다.

두산은 상반기 서울 시내면세점 신규입찰 경쟁에서 동대문을 입지로 선정한 기업들이 모두 고배를 든 만큼 이번에는 동대문을 면세점 후보지로 정한 기업이 상대적으로 유리할 것이이라고 기대한다.

이번에 면세점 사업권이 종료되는 곳은 워커힐면세점과 롯데면세점 소공점, 롯데면세점 롯데월드점 등 세 곳이다.

두산 주가는 3일 오전 장중 한 때 5.94%까지 오른 10만7천 원을 기록했으나 오후 들어 하락세를 보이며 0.99% 떨어진 10만 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