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독자적 모바일 운영체제(OS)인 타이젠을 적용한 첫 ‘타이젠폰’을 러시아에 내놓는다.

삼성전자에게 구글의 안드로이드로부터 독립 가능성을 모색하는 승부수다. 삼성전자가 미래 성장사업으로 꼽고 있는 웨어러블기기를 비롯해 사물인터넷에서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도 독자적 운영체제는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기도 하다.

  삼성전자, 러시아에서 ‘타이젠폰’ 승부수  
▲ 윤한길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상품전략그룹장
삼성전자가 타이젠 스마트폰 2종을 러시아에서 처음 공개한다. 타이젠폰은 프리미엄과 보급형으로 나눠 함께 출시된다.

타이젠은 삼성전자와 인텔이 공동 개발한 새 모바일 운영체제다. 스마트폰을 비롯해 모든 가전제품에 같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개방형 운영체제다. 삼성전자는 구글이 만든 운영체제 ‘안드로이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타이젠을 내놓았다. 2010년 내놓았던 자체 개발 모바일 운영체제 ‘바다’의 실패를 만회하기 위한 카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2월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3’ 행사에서 타이젠 개발을 공개했다. 1년이 지난 올해 초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 2014에서 타이젠 스마트폰을 처음으로 선보일 예정이었으나 출시가 연기되면서 무산됐다.


삼성전자는 러시아시장에 첫 타이젠 스마트폰을 출시하는 것은 러시아가 삼성전자 제품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곳이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바다를 사용한 스마트폰 점유율이 한때 15%까지 이르렀던 곳이다. 현재도 스마트폰시장에서 삼성전자 제품이 전체의 30% 넘게 쓰이고 있다.


윤한길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상품전략그룹장도 이달 초 로이터에 “우리가 잘할 수 있는 몇몇 시장에 2분기 타이젠 스마트폰을 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의 말대로 삼성전자는 러시아에 이어 브라질 등 신흥시장에도 타이젠 스마트폰을 내놓는다. 이어 유럽과 북미 지역에도 타이젠을 적용한 스마트폰을 출시한다.

타이젠 스마트폰은 삼성전자가 신사업으로 꼽고 있는 사물인터넷 사업과 깊은 연관이 있다. 사물인터넷은 모든 사물에 칩과 센서를 달고 인터넷으로 연결해 유기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뜻한다.

스마트폰은 이런 사물인터넷 구조의 핵심이다. 스마트워치 등 웨어러블 기기와 연동해 사용자가 사물인터넷을 사용하는 첫 번째 도구가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재 스마트폰 운영체제 점유율은 앞으로 사물인터넷 시장에 그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주력상품인 갤럭시 시리즈에 구글이 만든 운영체제 안드로이드를 적용했다. 그러나 최근 구글은 ‘구글 글래스’ 등 웨어러블기기를 출시하면서 사물인터넷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 삼성전자도 사물인터넷 상품에 독자적 운영체제를 사용해 본격경쟁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러시아에서 ‘타이젠폰’ 승부수  
▲ 타이젠을 탑재한 삼성전자의 웨어러블 기기 '기어2'와 '기어2네오'
지난해 삼성전자는 타이젠을 적용한 디지털카메라를 출시했다. 올해 나온 스마트워치 ‘기어2’와 ‘기어핏’도 타이젠을 운영체제로 채택했다. 이어 올해 안으로 타이젠을 탑재한 텔레비전 등 ‘스마트홈’ 가전제품을 시장에 내놓는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대형 TV 세계 시장점유율 1위(28.2%)에 오르는 등 가전제품시장을 꽉 잡고 있다. 이를 이용해 사물인터넷시장에서도 우위를 점하겠다는 복안이다.

타이젠 스마트폰 출시도 사물인터넷시장을 포석에 둔 전략이다. 가전제품 운영체제가 타이젠일 경우 사물인터넷을 이용하기 위해 같은 체제가 적용된 스마트폰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홍원표 삼성전자 미디어솔루션센터 사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삼성전자가 앞으로 하나의 운영체제를 내세운다면 그 후보는 타이젠”이라며 “(삼성전자의 사물인터넷은) 어떤 회사보다 제품군이 다양해 삼성 스마트홈이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러시아 시장 출시 이후의 소비자 반응이 타이젠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점치고 있다. 현재까지 타이젠에 대한 이동통신사의 반응이 별로 좋지 않다. 이미 일본 이동통신사 NTT도코모와 프랑스 오렌지텔레콤은 올해 타이젠 스마트폰 출시 일정을 보류하겠다고 밝혔다.
 
로이터는 “미국과 유럽 등 선진시장의 주요 이동통신사는 타이젠의 상품성에 의문을 품고 있다”며 “이를 어떻게 풀지가 중요한 문제”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