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똑같은 무상감자안이 소액주주들의 반발에 한 차례 저지된 전례가 있는데 올해도 주주총회에서의 표 대결이 사실상 예고됐다.
조 회장이 이번에는 무상감자안을 관철할 수 있을까?
9일 재계에 따르면 한솔홀딩스의 무상감자안이 조 회장의 한솔홀딩스 지배력 강화를 위한 준비작업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한솔홀딩스가 무상감자를 통해 확보한 배당 가능이익을 바탕으로 조 회장이 한솔홀딩스 지분의 추가 매수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 무상감자, 한솔홀딩스 지배력 강화를 위한 준비일까
이에 앞서 한솔홀딩스는 6일 자사주 517만5102주를 소각하고 남은 보통주 4200만8577주를 대상으로 주식 병합없이 액면가를 기존 5천 원에서 1천 원으로 낮추는 82.2%(자사주 소각과 액면감자의 통합비율)의 무상감자안을 30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승인받겠다고 밝혔다.
이 감자를 통해 발생하는 감자차익 1939억 원은 이익잉여금 전입절차를 거쳐 2021년부터 배당 가능이익으로 전환된다.
조 회장은 그동안 꾸준하게 임원 보수를 한솔홀딩스 주식 매수의 재원으로 활용해 왔는데 2021년부터는 배당이익까지 지분 매입에 활용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조 회장이 한솔그룹의 지주사체제 전환을 거의 마무리했던 2016년 2분기 초만 해도 그의 한솔홀딩스 지분율은 4.16%(160만5269주)였다.
현재 조 회장의 한솔홀딩스 지분율은 10.28%(485만904주)까지 높아졌지만 여전히 안심할 수 없다.
◆ 한솔홀딩스 지분 매입을 멈출 수 없어
지주사체제 전환 이후 4년 가까이 한솔홀딩스 지분을 사들이는 사이 조 회장은 계열사 이익을 편취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조 회장은 한솔그룹 전체 매출의 40%가량을 책임지는 핵심 계열사 한솔제지의 미등기임원이다.
2018년 이상훈 한솔제지 대표이사 사장이 5억1300만 원의 보수를 받은 반면 조 회장은 29억9천만 원의 보수를 받았다.
이사회에 참여하면서 주요 경영사항을 결정하고 그에 따른 법적 책임을 지는 등기이사보다 이사회에 참여하지도 않고 법적 책임도 지지 않는 미등기임원이 6배 가까이 많은 보수를 받았다는 점에서 논란이 불거졌다.
조 회장은 이런 비판에도 불구하고 꿋꿋이 거액의 보수를 받으며 이를 한솔홀딩스 지분 매입의 재원으로 투입했다. 2019년 상반기에는 이 사장이 5억100만 원, 조 회장이 23억3100만 원을 각각 보수로 받았다.
조 회장이 한솔홀딩스 지분 매입에 힘을 쏟는 이유는 한솔홀딩스를 향한 한솔그룹 오너일가의 지배력이 약하기 때문이다.
조 회장을 포함한 특수관계인의 한솔홀딩스 지분율은 현재 기준으로 21.82%에 그친다. 그런데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 교체 등 특수안건의 승인을 막기 위해서는 지분 33.33%가 필요하다.
그룹 지주사 한솔홀딩스가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기 때문에 한솔그룹에는 ‘오너의 경영권이 위험에 노출된 기업집단’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붙는다.
조 회장은 한솔홀딩스 주식 매수의 고삐를 늦추는 것보다 지배력 확대가 더욱 시급한 상황에 놓여있는 셈이다.
이번 무상감자안의 주주총회 승인 여부가 중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 한솔홀딩스 무상감자 변수는 소액주주들의 반발
무상감자안은 2019년도 한솔홀딩스의 정기 주주총회에서 소액주주들의 반발에 가로막혔던 전례가 있어 승인 가능성을 예단하기 어렵다.
이번에도 소액주주들은 무상감자안을 저지하려는 준비에 나섰다.
한솔홀딩스 소액주주연대는 9일 공시를 통해 소액주주들에 한솔홀딩스의 무상감자안에 반대하기 위한 의결권 위임을 권유했다.
소액주주연대는 한솔홀딩스의 무상감자가 유상증자의 전조라며 소액주주들이 지분가치 훼손을 막기 위해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솔홀딩스가 새 먹거리를 확보하기 위해 인수합병매물을 계속해서 찾고 있지만 비축한 현금이 부족한 만큼 유상증자를 통해 인수합병자금을 확보할 것이라는 얘기다.
실제 한솔홀딩스가 제지사업의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기 위해 한솔제지를 통해 전주페이퍼나 태림포장 등 매물 인수를 추진하기도 했던 만큼 소액주주들의 우려를 기우라고만 볼 수는 없다.
상법상 유상증자를 포함한 신주 발행은 이사회에 결정 권한이 있다. 그러나 액면가 미만의 신주 발행은 주주총회에서 승인을 받아야 한다.
한솔홀딩스 주가의 6일 장 마감가격은 3305원이다.
주식 액면가가 5천 원인 현재로서는 유상증자를 위해 주주들의 승인을 받아야 하지만 액면감자안이 승인을 받으면 이사회 의결만으로 유상증자가 가능해진다.
한솔홀딩스는 무상감자안이 배당 가능이익을 늘려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한 것일 뿐 유상증자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 아니냐는 소액주주들의 우려가 과도하다고 선을 긋는다.
자사주 517만5102주의 소각안을 같이 제시한 것도 주주가치를 높이겠다는 진정성으로 해석해 달라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소액주주연대는 한솔홀딩스가 자사주 소각안과 무상감자안을 별도의 안건으로 주주총회에 상정하지 않고 병합해 상정한 것을 놓고 자사주 소각안을 ‘인질’로 잡아 무상감자안을 통과하려는 의도라고 맞서고 있다.
오히려 최대주주의 눈치를 보지 않는 감사 독립성을 유지하기 위해 과거 삼성테이프 영업총괄본부장을 지낸 이상희 KB손해보험 보험설계사를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회 후보로 선임하는 공격적 주주제안을 내놓았다.
이는 2019년 소액주주연대가 성창기업지주 감사로 활동했던 김택환씨의 사내이사 선임을 요구했던 것과 비슷하다.
한솔홀딩스의 2019년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소액주주연대가 20% 넘는 지분을 모아 지분율 20.4%의 특수관계인이 안건을 막아내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다.
한솔홀딩스는 지분 1.76%를 보유하고 있었던 국민연금을 포함한 기관투자자들과 외국인 투자자들이 특수관계인의 편에 서 공격적 주주제안을 막아낼 수 있었다.
다만 이 과정에서 한솔홀딩스는 무상감자안을 철회하고 불성실 공시법인에 지정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
간만에 제대로 사실을 말씀하는 기사를 봐서 기분이 너무 좋습니다. 회사가 적자일때도 많은 연봉과 성과급. 그리고 회사를 믿고 오랫동안 기다려온 주주에게 80프로라는 비윤리적인 감자카드를 꺼낸 조동길 회장 감자가 그렇게 좋으면. 조동길 지분만 감자해서 배당 혼자 타라고 하고 싶군요 (2020-03-09 21:04: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