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그룹 구조조정에 속도가 붙고 있다. 동부그룹이 산업은행으로부터 자금지원을 받기 위해 자구계획을 이행하기 시작하면서다. 동부그룹이 지난해 11월 내놓은 자구계획 중 대부분이 가시화되고 있다. 이 가운데 김준기 회장이 약속한 1천억 원 사재출연의 현실화에 이목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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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 |
동부그룹과 산업은행은 지난 25일 산업은행 사모펀드부가 펀드를 조성해 동부특수강과 당진항만 지분 100%를 패키지 인수하는 데 합의했다고 동부그룹 관계자는 28일 밝혔다. 동부특수강과 당진항만 인수 가격은 각각 1100억 원과 1500억 원이다.
산업은행은 5월까지 투자자를 모집한 뒤 사모투자펀드를 설립하고 6월까지 인수절차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산업은행과 동부그룹의 합의서에 언아웃(earn out) 조항이 포함됐다. 따라서 산업은행이 두 매물을 인수한 후 제3자에게 매각할 때 인수가격보다 높은 가격에 되팔게 되면 동부그룹은 그 차익을 챙기게 된다.
동부그룹은 동부특수강과 당진항만을 산업은행에 매각하기로 결정하기에 앞서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당진발전 매각방식을 산업은행에 일임했다. 동부그룹은 산업은행으로부터 신주인수권부사채 상환을 위한 자금지원을 받으려고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당진발전 매각방식을 산업은행에 23일 일임했던 것인데, 이 때부터 동부그룹 구조조정에 속도가 붙고 있다.
이에 따라 동부그룹의 자구계획 이행률도 대폭 높아졌다.
동부그룹은 지난해 11월 2015년까지 3조 원의 자금을 마련하는 자구계획안을 내놨다. 자구계획안에 동부하이텍, 동부메탈,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당진항만, 동부당진발전, 동부익스프레스, 동부팜한농 유휴부지 등 자산매각과 동부제철 유상증자, 김준기 회장의 사재 1천억 원 출연 등이 담겨있었다.
이 가운데 동부메탈과 동부팜한농 유휴부지 등 일부 자산매각과 김 회장의 사재출연을 제외하고 대부부의 자구계획이 가시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아직 지지부진한 상태로 남아있는 자구계획 이행에 관심이 옮겨가고 있다.
동부그룹은 산업은행으로부터 자금지원을 받기에 앞서 동부메탈 매각을 연기하는 대신 동부팜한농의 울산 비료공장부지 등 5천억 원 상당의 자산을 즉시 매각하는 방안을 산업은행에 제안했다. 동부그룹은 현재 철강업 업황이 좋지 않기 때문에 동부메탈을 무리하게 매각할 경우 제값을 받기 힘들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동부팜한농 부지를 매각하는 성의를 보여 동부메탈이 제값을 받을 수 있을 정도로 업황이 회복될 때까지 시간을 벌려고 했다.
그러나 산업은행은 동부그룹의 고육지책을 거절했다. 산업은행은 조속한 구조조정 이행이라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자금지원을 계기로 동부그룹 구조조정 주도권이 이미 산업은행에 넘어간 상태에서 동부그룹이 동부메탈 매각에서 마냥 고집만 부릴 수 없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동부팜한농 자산인 화성 유리온실 매각은 최근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애초 화성 지역 단위농협과 농업인단체 등 18개 단체가 구성한 컨소시엄이 화성 유리온실을 350억 원에 인수하기로 했지만 초기 인수자금 100억여 원을 마련하지 못하면서 인수계약이 백지화된 것이다.
그러나 동부그룹이 빠른 시일 내에 매각을 마무리 짓겠다는 의지를 보이며 인수 후보 찾기에 나선 상태여서 조만간 매각이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1천억 원 사재출연도 어느 정도 가닥이 잡힌 상태다.
김 회장은 앞서 동부건설과 동부제철이 700억여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할 때 사재출연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임직원들에게만 투자를 강요하면서 빈축을 샀다. 이때까지만 해도 김 회장의 사재출연에 대한 구제적 이행 방법과 시기 등 어느 것 하나 결정된 게 없었다.
하지만 점차 자구계획 이행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면서 김 회장은 산업은행과 사재출연을 놓고 조율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동부그룹 관계자는 “김 회장은 사재출연 시기를 산업은행과 조율 중”이라며 “다음번 유상증자 때 사재출연을 실행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