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명가 캐논의 '무한변신', 80대 노장 사업재편 주도  
▲ 미타라이 후지오 캐논 회장.

‘노병은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

그러나 카메라 명가 캐논은 죽지도 사라지지도 않았다. 캐논은 끊임없이 변신하고 있을 뿐이다.

미타라이 후지오 회장은 올해 80세의 노익장을 과시하며 캐논의 무한도전을 이끌고 있다.

미타라이 회장은 24일 니혼게자이신문과 인터뷰에서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최대 4천억 엔을 로봇과 생명과학 등 신규사업 분야에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미타라이 회장은 캐논의 주력인 디지털카메라와 사무기 사업이 안정기에 접어들었다고 보고 새로운 미래 성장동력에 힘을 쏟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미타라이 회장은 글로벌 인수합병(M&A)에 적극 나서려 한다.

그는 “안전안심, 생명과학, 로봇, 소재 등 4개 분야에서 인수대상을 찾고 있다”며 “3천 억~4천 억 엔을 투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캐논은 4월 스웨덴 CCTV 업체 엑시즈커뮤니케이션을 3300억 엔을 들여 인수했다. 1937년 창립한 이래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이었다.

미타라이 회장이 가장 눈독을 들이고 있는 분야는 로봇사업이다. 미타라이 회장은 캐논의 카메라 생산을 완전 자동화하려는 목표를 품고 있다. 인건비 부담을 낮춰 카메라 사업의 수익성을 올리려는 것이다.

그는 로봇 등 자동화 장비 개발을 통해 카메라 생산비용을 낮추고 현재 40%대인 국내 생산비중도 3년 후 60%까지 높이려 한다. 또 로봇 등 기술을 해외에 판매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미타라이 회장은 생명과학 분야에서 유전자 분석장비와 관련한 시약을 개발해 2017년까지 미국 시장에 수출한다는 계획도 잡아놓고 있다.

그는 “매출 5조 엔과 영업이익률 20%를 목표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캐논은 니콘과 함께 세계 카메라업계의 대명사였다. 그러나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디지털카메라 시장은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다. 카메라 이외의 새로운 먹거리가 이들 업체에 절실할 수밖에 없다.

캐논은 사무용 기기 부문 매출이 지난해 21% 줄었으며 카메라 부문도 31%나 급감했다. 세계 디지털카메라 시장은 2010년 정점을 기록한 뒤 위축되기 시작해 2018년까지 20% 가량 줄어들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더욱이 카메라시장이 디지털카메라 중심으로 옮겨가면서 소니 등 후발업체들도 가볍고 성능 좋은 미러리스카메라를 무기로 DSLR 카메라의 전통 강자인 캐논과 니콘을 위협하고 있다.

니콘은 6월 도시바·후지필름 등과 함께 반도체 미세공정에 필요한 극자외선 노광장치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니콘도 3월 영국 의료기기업체이자 망막 화상진단기기업체 ‘옵토스’를 478억 엔에 인수하기도 했다.

캐논이나 니콘 등 카메라 업체들뿐 아니라 일본기업들은 엔화 약세가 이어지고 있어 환손실을 감수해야 하지만 해외기업 인수에 막대한 자금을 퍼붓고 있다. 주력사업을 과감히 포기하고 선진국의 업계 선도 기업위주로 인수합병에 나서 체질을 확 바꾸고 있는 것이다.

미타라이 회장은 캐논에 입사한 지 50년이 넘는 일본 재계의 샐러리맨 출신 경영인이다. 2006년부터 4년 동안 일본 최대 경제인 단체인 게이단렌 회장을 지내기도 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과 오랜 기간 두터운 친분을 쌓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아키오’라는 일본 이름으로 스스럼 없이 부르고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이 전경련 회장을 맡았을 당시 서로 조언과 경험을 나누기도 했다고 한다.

미타라이 회장은 올해 80세다. 그의 인생 좌우명은 ‘숙려단행(熟慮斷行)’이다. “생각할 때는 최대한 신중을 기하되 일단 판단이 서면 주저하지 말고 행동에 옮기라”는 뜻이다.

미타라이 회장은 1961년 추오대학 법학부를 졸업하고 곧바로 캐논에 입사했다. 1995년 캐논 사장 등을 거쳐 2006년 캐논 대표이사 회장에 올라 아직도 야전사령탑을 지키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