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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연희 강남구청장이 지난 12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대차 부지 개발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뉴시스> |
1조7천억 원을 누가 쓰는 것이 맞을까?
현대자동차그룹의 한전부지 개발에 따른 공공기여금 사용처를 놓고 강남구가 서울시에 초강수로 맞서고 있다.
신연희 강남구청장이 박원순 서울시장에 반기를 들며 공세수위를 높임에 따라 지역 이기주의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강남구 범구민 비상대책위원회는 ‘국제교류복합지구 지구단위계획구역’ 결정고시에 대한 무효 등 확인소송을 제기했다고 19일 밝혔다.
서울시는 지난 5월21일 지구단위계획을 변경했다. 강남구는 이에 반대하며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을 예고했다.
강남구는 현대차가 한전부지 개발에 따라 내놓을 공공기여금을 주변 영동대로 개발에 최우선 사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서울시는 코엑스~잠실종합운동장 일대를 연계해 국제교류복합지구로 개발하는 데 이 돈을 사용하려 한다. 잠실종합운동장은 강남구와 맞붙은 송파구에 속해 있다.
강남구는 서울시가 강남구와 협의를 거치지 않고 일방적으로 ‘무법행정’을 펼치려 한다고 강하게 비판해 왔다. 한전부지가 개발되면 강남구민들이 불편을 감내해야 하는 만큼 공공기여금을 강남구민을 위해 써야한다는 것이다.
강남구의 이런 주장에 대해 지나친 지역이기주의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지난달 열린 서울구청장협의회에서도 다른 구청장들은 강남구가 서울시에서 가장 잘 사는 자치구이면서 자기몫만 채우는 데 혈안이 돼 있다는 비판적 발언을 쏟아냈다.
박춘희 송파구청장도 강남구의 주장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다.
박 구청장은 지난 6일 송파구의회에서 “코엑스~잠실종합운동장 일대를 국제업무, 전시, 컨벤션, 문화엔터테인먼트 시설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하는 국제교류복합지구로 조성하는 사업의 체계적이고 종합적 관리를 위해서 잠실종합운동장을 포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며 서울시 계획에 찬성했다.
신연희 구청장과 박춘희 구청장은 모두 새누리당 소속으로 조은희 서초구청장과 함께 서울 강남3구의 ‘희자매’로 불린다. 신 구청장과 박 구청장은 특히 재선에도 성공한 여성 자치구 단체장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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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원순 서울시장. |
하지만 두 사람은 한전부지 공공기여금을 놓고 미묘한 경쟁관계에 놓이게 됐다.
신 구청장은 이번 사안 외에도 사사건건 박원순 서울시장에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신 구청장은 박 시장이 지난 6월 초 메르스 관련 심야브리핑을 한 데 대해 “강남구에서 완전 폭탄 맞은 격”이라고 불만을 나타냈다.
신 구청장은 지난 12일 서울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한전사옥 별관동 지하에 있는 변전소 이전을 허가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서울시가 국제교류복합지구 계획과 관련해 한 발 물러서지 않으면 변전소 이전 불허로 맞서겠다는 것이다.
신 구청장은 내년 상반기 개통을 앞둔 KTX수서역세권 복합개발에 대해서도 ‘조기·일괄 추진’을 주장하며 서울시와 이견을 보이고 있다. 이밖에도 구룡마을 개발에서도 서울시와 마찰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신 구청장이 이처럼 사사건건 서울시와 갈등을 벌이자 곱지 않은 시선도 따른다. 신 구청장이 ‘거물급’인 박 시장과 대립각을 세워 지명도를 높이고 내년 총선에 출마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신 구청장은 박 시장이 공을 들이고 있는 서울역고가 공원화에 대해서도 “뉴욕에 가보면 박 시장이 벤치마킹한 하이라인 파크는 폐허로 방치된 철도를 주민들이 주도해서 공원으로 만든 것”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신 구청장은 한전부지 개발 관련 강공 드라이브를 걸면서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 구청장은 지난 5월 서울시에 국제교류복합지구 계획을 반대하는 서명 68만 건을 서울시에 제출했다. 강남구는 당시 강남구민과 타지역 시민들이 서명에 자발적으로 참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신 구청장이 공무원 10여 명과 함께 반대서명운동을 기획한 비밀회의 문건이 유출되면서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이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