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안은좌 커리어케어 이사(메카트로닉스부문장)가 11일 커리어케어 부산센터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조선해양업계의 인재채용 동향을 소개하고 있다. |
우리나라 대표 효자산업인 조선해양산업이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 2분기 사상최대 규모의 손실을 낸 조선3사에 대해 업계뿐 아니라 국가적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조선해양산업의 채용수요도 크게 줄어들었다.
해양플랜트 사업 확장에 대한 기대감에 2012년까지 적극적으로 인재채용이 이뤄졌으나 2013년 하반기부터 인재영입 시도가 대부분 중단돼 있다.
조선3사는 채용 계획이나 규모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있다. 구조조정 가능성이 있어 내부진단 이후 채용규모를 계획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인다.
전체 업황보다 선종과 아이템 등 변수에 따라 실적이 좌우되는 조선기자재업계에서 적지만 꾸준한 채용 이 이뤄지고 있는 정도다.
한국 최대 헤드헌팅회사인 커리어케어(www.careercare.co.kr)에서 헤드헌팅사업본부 메카트로닉스부문장이자 부산센터장을 맡고 있는 안은좌 이사는 11일 조선업계에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기술력과 영어 등 글로벌 역량을 갖춘 인재가 조선업계가 필요로 하는 인재라고 설명했다.
- 부산 경남지역에서 조선, 해양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30~40% 이상이라고 들었다. 이 지역 채용시장 분위기는 어떠한가?
"부산, 울산, 경남지역은 조선해양, 자동차, 일반 제조, 엔지니어링 기반의 산업이 주를 이루고 있다.
조선, 해양산업의 경우 최근 타 산업대비 채용수요가 눈에 띄게 줄었다. 해당기업들은 2012년까지 꾸준히 인재채용을 진행해 왔다. 일부기업은 해양플랜트시장에 대한 장기계획을 세워 국적을 불문한 인재영입에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시도는 2013년 하반기부터 거의 사라졌다."
- 조선업계 위기발생의 원인은 무엇인가?
"섣부른 해양플랜트시장 진입이 가장 큰 원인이다. 해양플랜트시장은 높은 진입 장벽, 장시간의 건조기간, 턴키(설계·시공 일괄계약) 비용 청구방식(추가비용 청구 불가)등의 특징을 지니고 있다.
국내 조선사들은 기본 설계역량과 핵심 기자재 없이 이 시장에 뛰어들었고 이는 대형 조선3사의 저가수주 경쟁을 야기해 결국 낮은 수익을 초래했다. 방만한 경영 역시 현재의 결과를 불러온 원인으로 꼽힌다.”
- 조선, 해양업계는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해 나가야 할까?
“결국 ‘기술’이 관건이다. 현재 위기를 겪고 있기는 하지만 조선, 해양산업이 미래의 먹거리임은 변함없는 사실이다. 해외선주, EPC회사 경험 등을 통해 국내인력들의 기본설계 역량을 키워야 한다.
핵심 기자재의 외산 의존도도 업계 관계자들이 오랫동안 고민해 온 문제다. 국내 기술력으로 외산 메이커를 대체할 수 있도록 끊임없는 기술개발을 해야 한다.
또 무섭게 추격해 오는 중국, 인도 등을 따돌리고 선진시장에 진입하려면 좀 더 고부가가치 선종에 집중해야 한다. 과거 일본 조선산업의 과감하고 성공적인 통폐합도 벤치마킹해야 한다. 조선회사들이 경영방식과 사업구조에서 근본적 혁신을 추구해야 한다.”
- 대형 조선3사의 구조조정은 어떻게 예상하는가?
“현재 조선 3사 모두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구체적으로 언급하기 어렵지만 2~3년 전부터 인사적체가 문제로 지적되어 왔다. 내부적으로도 현 인원의 1/3 정도를 잉여인력으로 판단하고 있다.
구조조정 양상은 앞서 구조조정을 실시한 현대중공업과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인사적체가 심했던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3사 가운데 시니어 레벨 인력에 대한 구조조정이 가장 시급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 생산, 품질 등의 야드 위주의 구조조정이 이뤄질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자발적, 혹은 구조조정 등으로 퇴사한 임원들은 사내 협력업체, 조선기자재 업계 임원으로 이동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통상 기술영업총괄 대표이사나 기술고문으로 영입된다.
중국, 인도 등 조선해양 후발국으로 옮기는 경우도 있다. 2011년경부터 해외시장에서 한국인 인재에 대한 영입 수요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현재도 중공업회사들의 인재추천 의뢰가 많아 커리어케어도 많은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 구조조정 상황에서 조선회사들에게 가장 필요한 핵심인재는 어떤 인재인가?
“조선해양산업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개인역량은 기술력, 직무전문성, 영어, 국제적 감각이다.
현재 국내 조선해양산업은 노동집약에서 기술집약으로 가는 과도기에 있어 모든 직무에서 실무공학 지식을 보유한 인재를 우대하고 있다.
조선해양산업의 성장기에 인력부족으로 인해 비전공자도 입사가 가능했다. 지금 잠시 주춤하긴 하지만 2010년경부터 선주, 해외 EPC회사 경험자, 해외공사 프로젝트 경험자를 선호해 왔으며, 외국인 영입까지 추진하는 등 전체적으로 눈높이가 높아져 있다.
FPSO(Floating Production Storage Offloading)의 경우 화공 프로세스 엔지니어링 능력을 가진 인재를, 해외 EPC회사의 경우 기술력은 기본에 원어민에 가까운 영어 실력 보유자를 원한다.
조선해양업계에서 승선경험이 있는 사람을 우대하는 편인데 그 중에서도 생산, 품질, 시운전 등의 분야 전문가를 꿈꾸고 있다면 승선경험은 필수다."
- 조선해양분야 취업(이직)을 위해 구직자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하나?
“조선해양산업 인력들은 타 산업대비 평균 영어 구사 수준이 높다. 해당분야 취업(이직)을 원한다면 기술력은 기본이고 어학실력 배양에 힘쓰는 것이 좋다.
국내 채용시장 상황이 그리 좋지 않을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에 해외취업 기회를 지속적으로 모색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몇 년 전 사우디 국영기업인 아람코에서 한국인을 대상으로 채용을 진행한 적이 있다.
시니어들의 경우 국내 조선기자재회사로 이동을 권유하고 싶다. 국내 중공업회사의 수익률이 낮은 것은 핵심 기자재를 외산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외국 기자재를 사용해 대형 프로젝트를 진행해 본 경험이 있는 임원이 국내 기자재회사로 이동해 국산 기자재를 개발에 성공한다면 산업 전체적으로도, 국가적으로도 의미있는 일이 될 것이다.”
- 조선해양 산업 외 부산, 울산, 경남지역에서 눈에 띄는 채용 관련 이슈가 있다면?
자동차산업에서 인재영입 시도가 활발하다. 자동차산업은 동남권 벨트의 주요 산업 중 하나 인데 2008~2009년 불황 이후 현재 전반적으로 안정기를 맞고 있다.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등 국내 자동차회사뿐 아니라 자동차 부품산업 등 해외 완성차와 비즈니스도 활발해 글로벌 시장 대응을 위한 인력수요도 꾸준하다.
특히 글로벌 자동차업계 트렌드인 친환경차 개발 추세에 따라 전장(전기장치)부품, 소재부품기업들의 인재 영입은 과열양상까지 보이고 있다.
경남 사천을 중심으로 한 항공산업 또한 호황이다. 항공기업들은 관련 대학, 학과 출신이거나 미국 항공 관련 석사 과정을 이수한 인력을 선호하며 수준 높은 영어 실력을 요구한다.
마지막으로 중견 이상의 기업에서 지역출신의 전략기획 인재를 영입하려는 사례가 눈에 띈다. 과거 오너의 계획에 따라 사업을 운영해 왔던 기업들이 작년부터 좀 더 체계와 전략을 세워 운영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