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을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하나금융지주의 다음 회장 승계구도 역시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게 됐다.
30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최근 금융감독원이 해외 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 손실 사태에 책임을 묻기 위해 함 부회장에게 ‘문책 경고’를 사전통지하면서 예상보다 징계 수위가 높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금감원이 금융사 CEO까지 징계를 내릴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지만 중징계 쪽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앞으로 하나금융지주에서 대응책을 마련하는 데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에서 금융사 임원에게 내리는 제재는 주의, 주의적 경고, 문책경고, 직무 정지, 해임 권고 등이 있다. 문책 경고부터 해임 권고까지가 중징계에 속한다.
함 부회장이 금감원으로부터 문책 경고를 확정받게 되면 3년 동안 금융회사 임원에 오를 수 없다.
함 부회장이 빠지게 되면 하나금융지주는 다음 하나금융지주 회장 승계구도를 새로 짜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김정태 회장은 2021년 3월을 끝으로 하나금융지주 회장 자리에서 물러난다.
김 회장 체제에서 함 부회장은 KEB하나은행장을 맡아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 순이익 2조 원 달성 등을 통해 하나금융지주 안에서 입지를 다져왔다.
함 부회장은 올해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참석해 하나금융그룹을 대표해 파생결합상품 손실사태에 사과하고 해명하며 다음 회장으로 입지를 굳히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왔다.
하나금융지주는 내년 1월 중순 쯤 열릴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에서 함 부회장의 징계 수위를 낮출 수 있도록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도 금융사 CEO를 두고 징계 의지가 강한 만큼 제재심의위원회에서 파생결합펀드 손실로 금융사 CEO에 책임을 묻는 문제와 관련해 금감원과 하나금융지주의 치열한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금융지주는 함 부회장의 징계 수위가 낮아지도록 힘을 쏟는 동시에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 '플랜B'를 검토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함 부회장이 그동안 다른 경쟁자 없이 다음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유력후보로 꼽혀왔던 만큼 하나금융지주는 회장 승계에 있어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함 부회장이 파생결합펀드 손실 사태뿐 아니라 채용비리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는 점도 불안요소로 꼽힌다.
하나금융지주 자회사 대표이사 가운데
지성규 KEB하나은행장,
장경훈 하나카드 대표이사 사장,
이진국 하나금융투자 대표이사 사장 등이 다음 회장 후보군에 포함될 수 있다.
지 행장과 정 사장은 올해 3월 각각 KEB하나은행장과 하나카드 대표이사에 올라 경력 면에서 함 부회장보다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사장은 2016년부터 하나금융투자를 이끌며 하나금융지주 비은행 부문 강화에 한몫을 했지만 하나금융지주 내부출신이 아니다.
최근 함 부회장은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을 연임하며 2020년 말까지 1년 더 임기를 이어가게 됐다. [비즈니스포스트 고두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