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이 쉐보레 브랜드의 준중형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 트레일블레이저를 판매 반등의 구원투수로 만들 수 있을까?
상품성을 떠나 한국GM의 고질병으로 꼽혔던 ‘실패한 가격 정책’을 얼마나 극복하는지가 트레일블레이저의 흥행을 판가름할 가능성이 높다.
26일 한국GM에 따르면 트레일블레이저 출시가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소비자들의 관심이 트레일블레이저의 판매가격에 쏠리고 있다.
트레일블레이저는 한국GM이 국내에 2020년 초에 출시할 첫 번째 차량으로 소형SUV인 트랙스와 중형SUV인 이쿼녹스의 사이의 라인업을 메우는 차량이다.
국내에서 급성장하고 있는 소형SUV 시장을 목표로 만들어지는 차량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트레일블레이저의 일부 제원은 이미 공개됐다.
제너럴모터스(GM)는 11월 미국에서 열린 LA모터쇼에서 트레일블레이저의 북미형 모델을 선보였는데 크기는 전장(차량 길이) 4410mm, 전폭(차량 너비) 1807mm, 전고(차량 높이) 2640mm 등이다.
준중형SUV로 꼽히는 투싼과 어깨를 겨루는 크기다. 트레일블레이저의 전장과 전폭, 전고는 투싼보다 각각 65mm, 43mm, 7mm 짧은 수준에 불과하다.
트레일블레이저의 크기를 감안할 때 사실상 기아차의 셀토스와 직접 맞붙을 차량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셀토스의 전장과 전폭, 전고는 트레일블레이저보다 각각 35mm, 7mm, 32mm 모자란다.
트레일블레이저가 소형SUV 시장에서도 가장 뜨거운 준중형급 차량 크기라는 점에서 셀토스와 치열하게 경쟁할 수밖에 없다고 할 수 있다.
안전과 편의사양에서도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과 자동 긴급제동시스템, 전방충돌 경고시스템, 차선이탈 경고 및 차선유지 보조시스템 등이 적용돼 '하이클래스 SUV'를 지향하는 셀토스와 많이 닮아 있다.
그러나 중요한 문제는 따로 있다. 바로 가격이다.
한국GM 2018년부터 국내에 여러 신차를 주기적으로 내놓고 있다. 지난해 중순 중형 SUV 이쿼녹스를 시작으로 말리부와 콜로라도, 트래버스 등을 3~6개월 간격으로 연달아 출시했다.
하지만 말리부와 이쿼녹스는 ‘비싸다’는 소비자 여론이 형성되면서 사실상 흥행에 실패했다. 국내에서 경쟁할 쏘나타나 싼타페 등과 비교해 제대로 된 가격 경쟁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은 탓이다.
한국GM이 트레일블레이저의 판매가격을 얼마로 정하느냐가 중요한 이유다.
GM본사에 따르면 북미형 트레일블레이저의 판매가격은 최저 1만9995달러에 책정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 돈으로 환산하면 2300만 원이 조금 넘는 가격이다.
모든 옵션을 모두 장착한 모델은 2만7895달러에 판매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 돈으로 3240만 원이다.
셀토스 가격이 최소 1929만 원부터 시작해 2636만 원까지 책정돼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트레일블레이저의 가격은 최소 300만~600만 원 이상 비싸게 된다.
물론 국내에서 생산되는 모델인만큼 북미형 모델보다 판매가격이 낮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격차를 얼마까지 좁히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GM이 가격정책에 실패했던 것만은 아니다.
한국GM은 픽업트럭 콜로라도와 대형 SUV 트래버스를 예상보다 낮은 가격에 출시하며 초기 흥행몰이에 성공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한국GM은 2020년 1분기 출시를 목표로 현재 부평 공장에서 트레일블레이저의 생산에 들어간 것으로 파악된다. 최종 양산을 앞두고 시험생산을 통해 막바지 점검단계를 밟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