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금융계열사 임원인사는 원기찬 삼성카드 대표이사 사장의 거취가 최대의 주목대상이다.

원 사장은 삼성 노조와해 혐의 재판에서 유죄를 선고받아 연임 여부에 더욱 시선이 몰린다.
 
삼성 금융계열사 임원인사, 삼성카드 원기찬 거취 따라 도미노 가능성

원기찬 삼성카드 대표이사 사장.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원 사장의 연임 가능성을 놓고 여전히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원 사장은 17일 열린 재판에서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 사회봉사명령 120시간을 받았다. 2013년 당시 삼성전자 경영지원실 인사팀장으로서 자회사인 삼성전자서비스에 노조가 설립되자 일명 ‘그린화 작업’으로 불리는 노조와해 전략을 그룹 차원에서 수립하고 실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동안 원 사장이 그룹을 위해 일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만큼 이번에 물러나게 되면 삼성그룹이 그룹 차원의 범죄혐의를 인정하는 모양새가 될 수도 있어 오히려 원 사장의 연임에 무게가 실리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삼성그룹이 이례적으로 1심 재판만 끝난 시점에서 대국민 사과문을 내놓으면서 원 사장의 연임 가능성은 이전보다는 낮아진 것으로 보인다.

삼성그룹이 이번에 전향적 태도를 보인 이유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에 줄 수 있는 부정적 영향을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되는데 비슷한 맥락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원 사장을 그룹에 남겨두는 것 역시 부담이 될 수 있다.

원 사장이 만약 항소하면 재판이 장기간 이어져 경영에 집중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원 사장은 2013년 12월 삼성카드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돼 2015년 12월과 2017년 2월 두 차례에 걸쳐 연임에 성공했다. 6년을 꽉 채워 대표를 지낸 만큼 이번에 물러나도 모양새가 어색하지 않다.

혐의를 인정해 물러나기보다는 할만큼 했으니 이제 물러날 때가 됐다는 명분이 있는 셈이다.

다만 올해 카드업계를 둘러싼 최악의 경영환경, 코스트코와 독점계약 만료라는 쉽지 않은 상황에서도 삼성카드 실적이 지난해보다 소폭이나마 증가하고 삼성카드 주가 역시 4만 원대를 넘기며 고공 행진하고 있어 경영실적만 볼 때 나무랄 데는 딱히 없다.

내년에도 카드업계의 상황이 좋지 않고 그룹 전체에 드리운 ‘사법 리스크’로 경영 불확실성이 짙어진 만큼 그룹 내 ‘베테랑’으로 꼽히는 원 사장을 남겨둘 가능성 역시 배제하기 어렵다.

만약 원기찬 사장이 물러나면 다른 계열사 대표나 부사장급이 삼성카드 대표로 이동해 연쇄 인사이동이 일어날 수도 있다.

원 사장도 2013년 삼성전자 부사장에서 삼성카드 대표이사 사장으로 이동했으며 현성철 삼성생명 대표이사 사장도 삼성화재 부사장을 지내다 삼성생명으로 자리를 옮겼다.

삼성카드 내부에서 승진할 가능성도 있다. 최영무 삼성화재 대표이사 사장은 삼성화재에만 몸담았고 장석훈 삼성증권 대표이사는 중간에 잠시 삼성화재에 몸담았지만 삼성증권에서 근무한 기간이 20년에 이른다.

현성철 사장과 최영무 사장은 모두 지난해 초 대표에 오른 만큼 올해에는 무난하게 자리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의 임기는 2021년 3월에 끝나 1년 이상 남아있다.

다만 올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실적이 지난해보다 큰 폭으로 뒷걸음질한 점은 부담으로 작용한다.

삼성생명은 올해 1~3분기 순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3.3%나 줄었다. 같은 기간 삼성화재 순이익도 35.1% 감소했다.

그러나 그동안 삼성그룹에서 실적 부진을 이유로 임기를 채우기 전에 문책성 인사를 실시한 적이 드문 데다 안팎으로 불안정한 삼성그룹의 상황을 고려했을 때 자리를 지킬 가능성이 높다.

장석훈 대표가 사장으로 승진할 지도 관심사다. 장 대표는 지난해 말 직무대행 꼬리표를 떼고 대표에 올랐지만 아직 부사장이다.

장 대표는 안정적으로 삼성증권을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삼성증권은 올해 들어 3분기까지 순이익 3024억 원을 거뒀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5% 늘어난 수치다. 제자리걸음 수준이지만 증시 부진의 여파로 수탁수수료부문의 실적이 감소한 상황에서는 나쁘지 않은 성적표다.

삼성그룹 금융 계열사의 한 관계자는 “인사 문제는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알 수가 없다”며 “재판 결과가 인사에 미칠 영향도 얘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삼성그룹 임원인사는 사실상 해를 넘길 가능성이 높다. 삼성그룹은 보통 매년 12월 초 계열사의 사장단 인사를 일괄적으로 실시했으나 지난해에는 이재용 부회장의 공백 속에 부문별로 사장단인사가 이뤄졌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