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한국형 원전 ‘APR1400’을 통한 해외원전 수주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17일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정 사장은 앞으로 진행될 체코와 폴란드 등의 원전 수주전에서 APR1400의 기술력과 안전성을 앞세워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는 데 힘쓰고 있다.
 
정재훈, 한수원 ‘한국형 원전’ 앞세워 해외원전 수주 잰걸음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APR1400은 한국에서 독자 개발한 3세대 가압경수형 원자로다. 안전성에 강점을 지녔다.  

발전용량이 1400MW 규모로 기존보다 40% 많고 원전을 운전할 수 있는 설계수명도 40년에서 60년으로 늘어났다.

디지털계측제어설비 등을 비롯한 최신 원전기술이 적용됐다. 

APR1400 방식으로 국내에 건설된 신고리 3·4호기는 실제 운전 중인 첫 3세대 원전이기도 하다. 다른 3세대 원전인 미국 APR1000, 프랑스 EPR은 아직 건설 중이다.

APR1400 방식의 신고리 3·4호기가 상업운전 중인 점은 한국수력원자력의 원전 수출에도 의미가 크다. 해외 원전 수주전에서 APR1400의 안전성을 보여주는 증거가 되기 때문이다.

2016년 12월부터 전력 생산 중인 신고리 3호기가 2018년 1월 첫 계획예방정비를 받기 전까지 389일 동안 단 한 차례도 정지되지 않아 안전성이 검증되기도 했다. 

정 사장도 최근 신고리 3·4호기의 준공 기념식에서 “신고리 3·4호기 준공으로 한국 원자력기술의 위상을 한층 높였다”며 “이를 기반으로 해외 각국에서 원전 수주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2017년 유럽 사업자요건, 2019년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 설계인증도 받아 현지에서도 안전성을 입증했다. 한국의 첫 원전수출인 아랍에미리트 바라카원전에도 APR1400이 적용됐다. 

이를 바탕으로 한국수력원자력은 최근 폴란드에서 ‘APR콘퍼런스 2019’ 행사를 열어 APR1400을 홍보하면서 현지 정부가 추진하는 신규 원전 사업에 참여하기 위한 기반을 다졌다.  

체코 정부가 2020년 3분기에 원전사업제안서를 공식적으로 받는 점을 고려해 이를 준비하는 국내 세미나도 진행했다. 체코 정부는 전체 21조 원 규모의 신규 원전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영국, 카자흐스탄, 사우디아라비아 등의 원전 수주전에도 대비해 APR1400의 우수성을 알리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정 사장 개인으로서도 APR1400을 적용한 원전 수출성과는 중요한 과제다. 탈원전정책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원전 수출은 경영능력을 입증할 주요 기회로 꼽힌다.

중국과 러시아 등 원전 건설이 자체적으로 가능한 국가들을 빼도 2030년까지 건설이 예정된 해외 원전은 60기 수준으로 예상된다. 관련 시장 규모도 33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한국수력원자력의 다른 수익원을 살펴보면 원전해체사업은 초기 단계라 실제 매출로 이어지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신재생에너지는 수익성이 아직 제대로 입증되지 않았다. 

미국과 중국, 러시아 등에 있는 경쟁사들은 원전수출에 각국 정부의 강력한 지원을 받고 있어 한국수력원자력에도 정부 차원의 수출지원이 더욱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원자력학과 교수들로 구성된 에너지정책합리화를추구하는교수협의회가 최근 토론회에서 원전수출지원특별법을 제정해 정부에서 원전 수출을 주도해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원자력업계 관계자는 “탈원전정책 등의 영향으로 신규원전 건설이 제한되는 상황을 고려하면 원전 수출의 중요성이 높아지는 상황”이라며 “한국수력원자력이 개발을 주도한 APR1400의 우수성이 입증됐지만 원전 수출을 늘리려면 범정부 차원의 지원도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