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앙회장 선거에서 예비후보 등록 전부터 선거 출마자를 비난하는 인쇄물이 나도는 등 혼탁한 선거가 다시 나타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농협중앙회장 선거 이후 검찰수사가 이뤄지고 재판부의 판단을 기다리는 모습이 또다시 나타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벌써부터 나온다.
▲ (왼쪽부터)유남영 전라북도 정읍농협 조합장, 이성희 전 경기도 낙생농협 조합장, 최덕규 전 합천가야농협 조합장. |
17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농협중앙회장 선거와 관련해 현재까지 위법행위 2건을 적발해 1건을 수사의뢰하고 1건을 경고조치했다. 각각 인쇄물 배포 혐의 1건과 문자 메시지 발송 혐의 1건이다.
예비후보자 등록이 시작되지 않았는데도 불법행위가 벌어지고 있다는 제보가 접수되기도 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구체적 수치나 자세한 내용을 밝히기는 어렵지만 농협중앙회장 선거와 관련해 제보가 올라오고 있다”며 “본격적 선거를 앞두고 있는 만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협중앙회가 11월28일 임시대의원회의 개최하고 농협중앙회장 선거를 깨끗하고 공명하게 치르자고 결의했던 것을 무색하게 하는 모습이다.
본격적 선거운동이 시작되기 전부터 농협중앙회장 후보자 사이 비방과 흑색선전이 어지럽게 나돌면서 과거의 혼탁한 선거 모습이 재현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대표적으로 ‘재경 전북농협 향우회 일동’ 명의로 배포된 ‘괴문서’가 꼽힌다.
이 문서는 유남영 전라북도 정읍농협 조합장을 지지하면서 강호동 경상남도 율곡 조합장이 비리로 금융감독원의 중징계가 예상돼 출마가 불투명하다는 내용으로 호남지역에 유포됐다.
유 조합장은 6선으로 전북지역 최다선 조합장이며 농협중앙회와 농협 금융지주 이사를 맡고 있다.
김병원 전 회장과 광주대학교 동문이기도 하다.
유력한 후보로 꼽히는 유 조합장을 견제하기 위해 괴문서가 나돈다는 말도 있다.
유 조합장 측은 인쇄물이 나도는 것을 가만히 놔두면 인쇄물에 담긴 내용을 인정하는 것으로 비쳐질 수 있다고 보고 선관위에 고발했다.
지난 농협중앙회장 선거에서 여러 의혹을 받은 후보자들이 다시 선거에 출마할 것으로도 보인다.
출마 후보로 거명되는 인물 가운데 최덕규 전 합천가야농협 조합장은 지난 농협중앙회 회장 선거 결선 투표에서 당시
김병원 후보자를 지원해 위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9월 2심에서 벌금 200만 원을 받았다.
이성희 전 경기낙생농협 조합장은 최원병 전 농협중앙회 회장 시절 감사위원장을 역임할 때 부실감사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이 전 조합장이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최원병 전 회장 아들의 농협대학 입학특례, 낙하산인사, 금융사기, 건축자금대출(PF대출) 부실 등 사건을 덮었다는 것이다.
농협중앙회장은 농민회원 252만 명을 대표해 전국의 농협 조합을 아우르며 488조 원의 자산을 지는 농협을 움직이는 등 권한이 커 ‘농민 대통령’으로도 불린다. 선거 때마다 후보자의 흑색선전, 금품 매수설, 고소·고발 등이 난무했다.
김병원 전 회장은 지난 선거에서 선거 당일까지 선거운동을 했다는 혐의로 벌금 90만 원을 받기도 했다.
농협중앙회장 선거는 2020년 1월31일 치러진다. 12월19일부터 예비후보 등록이 가능하고 내년 1월16일과 17일 공식 후보자 등록이 진행된 뒤 19일부터 30일까지 본격적으로 선거운동이 이뤄진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