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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걸어가는 그룹 재건의 앞날에 먹구름이 가득하다.
금호산업 채권단이 금호산업의 매각가격으로 1조 원이 넘는 금액을 제시했다. 박 회장이 애초 기대했던 가격과 무려 4천억 원의 차이가 난다. 박 회장은 자금 확보에 엄청난 압박을 받게 됐다.
박 회장은 한 달 안에 이 금액을 받아들이거나 협상을 통해 금액을 낮춰야 한다. 채권단이 금호산업 매각가격을 크게 낮출 가능성은 지금으로서는 낮아 보인다.
박 회장은 올해를 금호아시아나그룹 재건의 원년으로 삼고 있다. 박 회장은 6월 금호고속을 되찾은 데 이어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를 인수해 5년여 만에 그룹을 다시 세우려 한다.
박 회장은 여러 차례 위기를 돌파하며 금호아시아나그룹 재건의 9부능선에 올라섰다. 하지만 금호산업 인수를 앞두고 마지막 순간에 가장 큰 걸림돌과 마주하게 됐다.
◆ 박삼구. 그룹 재건 최대 위기 직면
금호산업 채권단은 23일 박삼구 회장에게 금호산업의 매각가격으로 1조218억 원(주당 5만9천 원)을 통보했다.
박 회장과 채권단은 이 가격을 중심으로 최종 매각가격을 결정하기 위한 협상을 벌이게 된다.
이 가격이 최종 매각가격은 아닌 만큼 가격이 내려갈 가능성은 남아있다. 하지만 가격이 크게 내려갈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이 가격을 크게 낮출 경우 헐값매각 논란이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채권단으로서는 이미 여러 차례 특혜시비와 헐값매각 논란에 휩싸였던 만큼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채권단이 뜻밖에도 1조 원이 넘는 금액을 통보한 것도 그동안 불거진 헐값매각 논란에서 벗어나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과거 대우건설의 재무적투자자였던 금호산업 주주들은 2010년 금호산업 워크아웃 당시 금호산업 주식으로 주당 6만 원에 출자전환했다. 주당 5만9천 원도 채권단 입장에서 원금을 건질 수 없는 금액인 셈이다.
채권단이 그 이하의 금액을 받게 되면 산업은행의 경우 국민의 혈세를 투입해 살려낸 기업을 다시 기업을 위기로 내몬 원래 주인에게 낮은 가격에 넘기려 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금호산업의 최대주주인 미래에셋자산운용도 투자운용사로서 수익을 내지 못할 경우 투자자들의 원성을 살 수 있다.
◆ 박삼구, 자금마련 어떻게 하나
박 회장은 최근까지 “채권단과 잘 협의해 금호산업 인수를 조속히 마무리 지을 예정”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하지만 박 회장이 1조 원이라는 거금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재계는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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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
박 회장이 최근 어렵게 되찾은 금호고속을 다시 매각해 금호산업 인수자금을 마련하려 했던 점도 박 회장의 자금사정이 넉넉하지 않다는 대목을 확인해 준다.
박 회장은 금호고속의 최대주주였던 IBK투자증권-케이스톤파트너스 사모펀드(IBK증권)와 소송은 물론이고 물리적 충돌까지 빚으며 힘들게 금호고속을 되찾았다. 하지만 박 회장은 금호고속을 되찾자마자 다시 매각을 추진했다.
재계 관계자들은 박 회장이 금호산업 인수대금을 마련하기 위해 금호고속을 다시 살 수 있다는 조건을 붙여 재매각하려 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일단 금호산업을 되찾고 금호고속도 다시 사려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박 회장의 이런 계획은 채권단의 반대로 잠정 중단된 상태다. 채권단은 “금호산업 매각작업이 진행 중인 만큼 매각이 구체화할 때까지 기업가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자산매각을 하지 말라”고 주문했다.
금호산업의 기업가치가 이미 산정된 만큼 박 회장이 금호고속 매각을 다시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 금호고속을 팔면 4천억 원에 이르는 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1조 원에 한참 못 미친다.
박 회장이 자체적으로 조달 가능한 금액은 1~2천억 원 정도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은 결국 금융권 차입이나 재무적투자자를 끌어들여 인수대금을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산업은행을 포함한 주요 은행은 이미 대부분 금호산업 채권단에 포함돼 있다.
자금을 빌린다 해도 이자비용이 문제로 남는다.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 금호타이어의 실적과 현금흐름을 보면 연간 수백억 원에 이를 것으로 보이는 이자비용을 감당하기에도 벅찰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재무적투자자를 유치하는 일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박 회장이 과거 대우건설을 되파는 과정에서 풋백옵션을 상환하지 않아 투자자들로부터 신뢰를 잃었다는 말도 나돈다.
박 회장이 재무적투자자를 유치하기 위해 예전 대우건설 인수 때처럼 과도한 풋백옵션 지급을 약속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경우 대우건설 때와 마찬가지로 후폭풍에 시달릴 수 있다.
채권단은 올해 초 금호산업 본입찰이 진행될 당시 무리한 차입금이나 과도한 풋백옵션 지급을 금지했다.
재계에서 박 회장이 다른 대기업들과 연합하거나 해외에서 자금을 유치하는 방안 등을 강구할 수 있을 것으로 바라본다.
하지만 해외투자도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금호산업이 최대주주로 있는 아시아나항공 때문이다. 항공법 114조는 외국자본의 항공사 운영을 금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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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
◆ 그룹 재건 9부 능선에서 벼랑 끝으로
박 회장은 채권단과 한 달 동안 1조218억 원의 매각가격을 놓고 협상을 벌이게 된다.
박 회장은 한 달 안에 우선매수청구권 행사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만약 박 회장과 채권단이 합의점을 찾지 못하거나 박 회장이 채권단이 제시한 가격을 거부하면 채권단은 9월부터 6개월 동안 제3자 매각을 추진할 수 있다. 그동안 박 회장의 우선매수청구권은 사라진다.
이 기간에 금호산업이 다른 곳에 넘어가면 박 회장이 지난해부터 차근차근 마련해 놓은 그룹 재건의 꿈도 물거품이 될 수 있다.
박 회장은 지난해 금호산업의 워크아웃 졸업요건을 충족시키고 아시아나항공도 자율협약에서 졸업시키는 등 금호아시아나그룹을 되찾기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자회사를 통해 금호리조트 주식 50%를 CJ대한통운으로부터 695억 원에 인수했다. 그 뒤 유상증자 등을 거쳐 지분을 51.2%로 늘리면서 금호리조트를 종속기업에 포함시켰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그 뒤 지분가치와 금호리조트가 보유한 부동산, 골프장 등의 자산을 재평가하는 방식으로 아시아나항공의 당기순이익을 크게 늘렸다.
아시아나항공은 당기순이익이 늘어나면서 자율협약에서 졸업했다. 금호산업 역시 200억 원의 연결이익이 반영돼 워크아웃 졸업요건을 충족시켰다.
박 회장은 올해 금호산업을 되찾고 금호산업의 자산을 활용한 방법으로 자금을 확보해 금호타이어까지 인수해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재건을 마무리하려고 했다.
박 회장에게는 운명의 한 달이다. 박 회장은 이 기간에 1조 원의 돈을 확보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