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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지난 1일 서울 중구 금융위원회 기자실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우리은행 매각에 대해 수요조사를 진행하는 중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뉴시스> |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우리은행 민영화를 위해 과점주주 매각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은 우리은행 민영화를 임기중 성공시키겠다며 강한 의지를 보였으나 결국 실패했다.
임 위원장은 금융위원장에 취임한 뒤 우리은행 민영화와 관련해 수요조사와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 우리은행 가치제고라는 3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임 위원장은 수요조사 과정에서 기존 경영권 매각방식으로 우리은행 민영화가 힘들다고 판단해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기해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라는 원칙이 훼손되더라도 우리은행을 민영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우리은행 민영화의 흑역사가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과점주주 매각방식은 경영권을 확보하기 어려운 만큼 그만큼 매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때문에 우리은행의 가치를 높여야 투자자들을 더욱 많이 모을 수 있는데 이조차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는 것이다.
임 위원장이 우리은행 민영화에 과점주주 매각방식을 도입한 것은 우리은행 민영화가 올해 안에 이뤄지기 힘들다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 과점주주 매각방식 전격적으로 꺼낸 이유
금융위원회는 21일 우리은행 5차 민영화 추진방향을 발표하면서 과점주주 매각방식 도입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박상용 공적자금관리위원회 공동위원장은 이날 “우리은행 민영화를 추진하면서 기존의 경영권지분 매각방식뿐 아니라 과점주주 매각방식도 추가로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과점주주 매각방식은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우리은행 지분 48.07% 가운데 30~40%를 과점주주에게 분리해 매각하는 것이다. 금융위는 투자자 1인당 4~10%의 지분을 희망수량 경쟁입찰을 통해 나눠 팔기로 했다.
금융지주회사법 제6조는 우리은행이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 조기 민영화, 금융산업 발전 등 3개 원칙을 바탕으로 민영화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임 위원장이 과점주주 매각방식을 도입한 것은 공적자금 회수폭이 어느 정도 줄어들더라도 우리은행을 민영화하는 데 방점을 찍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금융위는 그동안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를 우선시하며 경영권 지분 30%를 한꺼번에 매각하는 방식을 고수했다. 그러나 우리은행은 경영권 지분을 사들일 투자자를 찾지 못해 네 차례나 민영화에 실패했다.
우리은행 경영권 지분 30%를 한꺼번에 사들일 경우 매각대금이 약 3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국내 금융회사 가운데 이 돈을 낼 수 있는 곳은 많지 않다.
박 위원장도 “경영권지분 매각방식은 마땅한 투자 희망자가 없었으며 2인 이상 입찰해야 하는 구조를 고려하면 현실적으로 추진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3조 원을 감당할 수 있는 곳은 신한금융이나 KB금융 등 대형 금융지주사 정도다. 그러나 금융지주들은 대형 은행을 이미 보유하고 있는 데다 은행이 저금리로 수익성 악화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은행을 사들여 규모를 키울 필요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경영권지분 매각방식은 유효경쟁 성립이 힘들고 만약 되더라도 국민정서 등을 고려해 사업자를 정해야 한다”며 “임 위원장은 우리은행 민영화를 늦출수록 성공 가능성이 낮아진다고 판단해 과점주주 매각방식 카드를 꺼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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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상용 공적자금관리위원회 공동위원장이 2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금융위원회에서 우리은행 5차 민영화 추진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
◆ 과점주주 후보는 있나
박 위원장은 이날 “우리은행 민영화에 대한 수요를 점검한 결과 과점주주가 되려는 수요가 일부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시장여건을 감안해 과점주주 매각방식을 공론화해 더 많은 수요를 찾아내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5월부터 우리은행 5차 민영화를 놓고 수요조사를 진행했다. 금융위는 기업, 연기금, 사모펀드 등 다양한 투자자와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 연기금, 사모펀드 등은 우리은행이 경영권지분 매각방식으로 민영화를 시도할 경우 참여하기 힘든 투자자들이다. 금융위는 이 과정에서 일부 투자자가 우리은행 과점주주가 되는 데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임 위원장은 우리은행 지분을 4~10%씩 나눠 매각할 경우 금산분리 원칙을 깨지 않고도 민영화의 길을 찾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임 위원장은 최근 “우리은행 민영화는 현재 은행법 안에서 수요자를 찾는 것이 우선”이라며 “금산분리 규제를 바꾸면서까지 투자자를 찾으려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현행 은행법에 따르면 기업 등 산업자본은 의결권이 있는 은행지분을 4%까지 보유할 수 있다. 금융위가 투자자 1인의 최소지분 입찰한도를 4%로 정하면서 국내 대기업도 우리은행 과점주주로 참여할 수 있게 됐다.
은행법은 기업이 4% 이상의 지분을 보유할 경우 최대 10%까지만 소유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4%를 넘어선 지분은 의결권이 없어지며 매입할 때 금융위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금융위는 우리은행을 과점주주 매각방식으로 민영화한다는 방침을 확정한 만큼 더 많은 투자자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한다.
박 위원장은 “그동안 과점주주 매각방식을 실행하겠다고 공식발표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수요조사를 진행했으니 일반적 대답만 돌려받을 수밖에 없었다”며 “과점주주 매각방식이 공식적으로 정해진 만큼 잠재적 투자자를 본격적으로 찾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 과점주주 방식에도 넘어야 할 산
우리은행 민영화를 과점주주 방식으로 진행한다고 해도 적절한 투자자를 찾는 일이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위는 우리은행 지분을 분할매각할 때 높은 가격을 제시한 투자자 순서대로 각자 희망하는 물량을 배분하는 ‘희망수량 경쟁입찰’ 방식을 채택하게 된다.
이 입찰방식을 따를 경우 서로 다른 투자자들이 같은 양의 지분을 사들여도 각자 내야 하는 가격이 다를 수 있다. 이 때문에 투자자들은 희망수량 경쟁입찰 방식을 선호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입찰방식을 바꿔 더 많은 투자자를 끌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리은행 민영화가 과점주주 매각방식으로 성공하려면 최소 3곳에서 최대 8곳의 투자자가 필요하다.
은행권 관계자는 “희망수량 경쟁입찰은 공적자금 회수를 극대화하는 데 유리하지만 실제 투자자를 모으는 데 어려운 방식”이라며 “우리은행이 중동에서 투자설명회를 열 정도로 시장의 관심을 끌기 힘든 상황도 참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도 이와 관련해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우리은행 지분은 국가계약법에 따라 희망수량 경쟁입찰 방식으로 매각할 수밖에 없는 만큼 투자가 어렵다는 의견이 나올 수밖에 없다”며 “이 문제를 앞으로 어떻게 풀어나갈지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이날 우리은행 민영화의 구체적 일정을 밝히지 않았다. 박 위원장을 비롯한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위원들도 오는 10월 임기가 만료된다.
이 때문에 임 위원장이 새 공적자금관리위원회를 구성한 뒤 2016년 우리은행 매각절차를 밟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를 통해 우리은행의 가치를 끌어올리는 시간을 벌려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박 위원장은 “우리은행 매각을 한없이 연기할 생각은 없다”며 “8월부터 수요를 조사하고 매각구조를 마련해 민영화를 최대한 빨리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