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진 KT&G 사장이 배임과 횡령 의혹으로 검찰수사 대상에 올랐다.
민 사장은 자회사를 통해 수십억 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받고 있다. 민 사장이 이명박 정부시절 임명된 인사라는 점에서 이번 검찰수사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
|
▲ 민영진 KT&G 사장. |
21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는 민 사장이 자회사를 통해 수십억 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을 포착하고 최근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해당 자회사는 2011년 KT&G 계열사로 편입된 소망화장품이다. 검찰은 KT&G와 소망화장품의 자금흐름을 추적하고 민 사장 등 경영진에 대한 계좌추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자금추적을 마무리한 뒤 민 사장 등 관련자를 소환해 조사하기로 했다.
민 사장은 KT&G의 전신인 전매청, 담배인삼공사 시절을 거쳐 이명박 정부시절인 2010년 2월 내부승진으로 KT&G 사장에 올랐다. 민 사장은 2013년 2월 말 연임에 성공했으며 내년 2월 2번째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다.
민 사장이 소망화장품 등을 통해 조성한 비자금을 연임로비에 사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민 사장은 사장에 취임한 뒤인 2010년 말부터 KT&G의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 차원에서 화장품사업에 진출해 사업다각화를 추진했다.
KT&G는 2010년 말 KGC라이프앤진을 설립한 데 이어 2011년 소망화장품 지분 60%도 인수했다.
KT&G는 KGC라이프앤진을 통해 프리미엄 한방화장품(홍삼)시장에 진출하고 소망화장품으로 중저가 화장품시장 공략을 노렸다.
KGC라이프앤진은 홍삼 화장품 '동인비'와 '랑' 등의 브랜드를, 소망화장품은 남성용 화장품 '꽃을 든 남자'와 한방 화장품 '다나한' 등의 브랜드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두 화장품 자회사는 매년 실적이 곤두박질쳐 수백억 원대의 적자를 내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소망화장품의 경우 지난해 처음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2013년 183억 원의 영업손실을 낸 여파다.
KT&G는 지난 18일 소망화장품 우선주 9만4079주를 260억 원에 매입해 자금수혈에 나서기도 했다. KT&G가 들고 있는 소망화장품 지분은 66.67%다.
KT&G는 2002년 민영화했지만 여전히 공기업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핵심사업인 담배사업 관련 법규를 기획재정부가 관할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까지만 해도 기업은행이 KT&G의 최대주주였으며 지금은 국민연금이 지분을 늘려 7.05%로 최대주주에 올라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정부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민 사장도 이명박 전 대통령의 낙점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민 사장은 박근혜 정부 들어 사정의 태풍권 안에 들 것이라는 말이 나돌았다.
이번 검찰수사도 이석채 전 KT회장, 정준양 포스코 전 회장 등에 이어 이명박 정부 때 임명된 공기업 수장들에 대한 수사의 연장선에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