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증권업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7일 아시아나항공 매각 본 입찰을 마감을 앞두고 유찰과 매각 성사 가능성이 함께 나오고 있다.
라진성 키움증권 연구원은 “시장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의 잠재적 우발채무 규모가 상당해 유찰 가능성을 높게 보는 의견도 있다"며 "하지만 적격 인수자들의 의지가 상당한 만큼 유찰보다는 매각 성공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바라봤다.
라 연구원은 매각 성사 가능성을 높게 보는 주요 근거로 유력 인수후보인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과 애경그룹-스톤브릿지캐피탈 컨소시엄 모두 1조5천억 원 이상의 인수가격을 써낼 것으로 예상되는 점을 들었다.
가격이 매각 성사 여부의 최대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본 것인데 시장에서는 본 입찰이 두 컨소시엄의 2파전으로 치러진다면 상대적으로 탄탄한 자금력을 갖춘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이 유리한 위치에 설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이 아시아나항공 실사를 마치고 최종 입찰가격 결정만 남겨 놓은 상황에서 2조 원에 육박하는 가격을 써낼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현재까지 상황만 놓고 봤을 때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을 품을 확률이 가장 높은 셈인데 증권업계에서는 HDC현대산업개발을 바라보는 불안한 시선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하고 있는 막대한 부채 때문인데 이는 대다수의 증권사가 HDC현대산업개발이 3분기 시장의 기대를 충족하는 실적을 냈음에도 목표주가를 낮춰 잡은 이유이기도 하다.
2분기 말 연결기준 HDC현대산업개발의 자산과 아시아나항공의 부채규모는 각각 4조4천억 원과 9조6천억 원에 이른다.
아시아나항공 부채가 HDC현대산업개발 자산보다 2배 이상 많은 만큼 HDC현대산업개발이 자칫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아시아나항공 부채규모가 기내식업체 변경을 둘러싼 소송 등 우발채무 등에 따라 앞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아시아나항공 부채규모는 2018년 말 7조1천억 원에서 2019년 2분기 9조6천억 원으로 6개월 사이 35% 늘어나는 등 이미 빠르게 커지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이 막대한 현금을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사용해 본업인 건설과 개발사업이 부정적 영향을 받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선미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HDC현대산업개발은 개발사업에 특화돼 있는 사업구조 특성상 보유현금을 어디에 활용하느냐에 따라 중장기 실적 성장성이 달라진다”며 “아시아나항공 인수 여부가 결론나기 전까지 보수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바라봤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한다 해도 시너지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조윤호 DB투자증권 연구원은 “항공업과 관련한 전망은 차치하더라도 부동산 디벨로퍼와 항공업의 결합은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HDC현대산업개발은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참여하고 있는 점이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고 내다봤다.
HDC그룹은 애초 아시아나항공 인수전 후보군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으나 예비입찰 마감 전에 깜짝 등장하며 시장을 놀라게 했다.
시장은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주력인 건설사업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항공업에서 새 성장동력을 찾는 동시에 그룹 위상을 강화하기 위해 아시아나항공 인수전 참여라는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바라봤다.
이틀 뒤 본입찰 결과는 HDC그룹의 앞으로 비전, 전략, 나아갈 방향 등에 큰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증권업계는 아시아나항공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사라지는 것이 단기적으로 HDC현대산업개발의 기업가치 안정성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지 않는 것이 기업가치 상승요인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세련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HDC현대산업개발 주가가 최근 하락하는 것은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참여했기 때문”이라며 “HDC현대산업개발은 단기적으로 아시아나항공 우선협상 대상자 선정에서 탈락하는 것이 주가 반등의 재료가 될 수 있다”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