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금융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은행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직원들이 실적압박을 받고 있는 것은 물론 생소한 분야와 결합한 새 서비스에 하루하루 적응하기도 바쁘다.
▲ KB국민은행의 한 영업점. <사진=연합뉴스>
4일 KB국민은행과 금융권에 따르면 일부 시중은행에서 오픈뱅킹 고객을 하나라도 더 끌어들이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KB국민은행 일부 영업점에는 직원 한 명당 일정 수 이상의 오픈뱅킹 고객을 유치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KB국민은행에서 오픈뱅킹에 가입하면 중간에 권유직원을 입력할 수 있도록 돼 있다.
KB국민은행에 몸담고 있는 한 직원은 “오픈뱅킹 첫 날 한 명당 15명의 가입자를 유치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며 “모든 영업점이 그런 건 아니고 할당 여부나 할당 인원은 영업점별로 다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직원은 “비공식적 지시인 만큼 계량적 불이익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할당이 내려온 것 자체가 앞으로 평가에 반영하려는 의도로 보여 비계량적 불이익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KB국민은행에서만 벌어지는 일은 아니다. 신한은행과 NH농협은행 역시 오픈뱅킹 가입 과정에서 추천직원을 적을 수 있다. 인사고과에 반영하지 않겠다고 하더라도 직원 입장에서 충분히 부담을 느낄 수 있다.
일부 시중은행 영업점에서는 매일 직원의 오픈뱅킹 관련 실적을 점검하는 일이 벌어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점이나 개인의 성과를 평가하는 지표에 오픈뱅킹을 새로 추가한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픈뱅킹 첫 날 영업점 일부 직원들은 주요 고객에게 자신의 직원번호를 적어 오픈뱅킹 가입을 독려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포털사이트에 각 은행의 이름과 오픈뱅킹을 함께 검색하면 가입방법과 함께 자신의 직원번호, 영업점과 이름을 올려놓은 게시글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은행권에서 상품판매 등을 놓고 할당이 주어지고 이에 따라 인사고과를 평가하는 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그러나 최근 과도한 압박에 따른 부작용이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은행들의 이런 행보가 시대에 역행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KB국민은행 직원들은 금융과 통신의 결합서비스인 리브모바일(리브M)이 출시됨에 따라 통신서비스와 관련한 공부도 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4일 리브M 시작에 맞춰 FAQ(자주 묻는 질의·응답)을 전 직원에게 배포했다. 전용 모바일웹을 통해 리브M에 24시간 가입할 수 있지만 직접 영업점에 찾아와 문의하는 고객들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KEB하나은행도 SK텔레콤과 손잡고 금융상품 사용실적에 따라 알뜰폰 요금제를 할인해주는 서비스를 선보이기로 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이제 은행 직원들이 통신서비스도 공부해야 하는 시대”라며 “지금이야 가입자 등을 놓고 직원들에게 가입자를 할당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가입자가 기대에 못 미치거나 경쟁이 치열해지만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