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규 보광그룹 회장이 기사회생에 성공했다.
보광그룹 주력 전자계열사인 STS반도체는 자회사 실적부진으로 유동성 위기에 빠졌는데 대규모 자금조달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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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석규 보광그룹 회장. |
홍 회장은 최대주주자리는 넘겨주게 됐지만 경영권을 지킬 것으로 보인다.
국내 최대 디스플레이 장비제조사인 에스에프에이가 17일 STS반도체 유상증자에 참여한다고 밝혔다. 유상증자액은 737억 원으로 자기자본 대비 15.44%다.
이로써 에스에프에이는 STS반도체 STS반도체 지분 30%(2989만8643주)를 확보해 최대주주에 오르게 된다.
기존 최대주주는 지분 15.34%를 보유한 보광그룹 LCD패널 제조사 BKLCD 등이었다.
에스에프에이 관계자는 “반도체 장비와 제조의 시너지를 내고 사업분야를 확대하기 위해 이번 인수를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에스에프에이는 STS반도체가 발행하는 300억 원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와 297억3300만 원의 전환사채(CB)도 인수하기로 했다. 에스에프에이가 STS반도체에 투입하는 자금은 모두 1334억 원이다.
이로써 STS반도체는 자회사 채무보증으로 불거진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날 것으로 보인다. STS반도체는 관계사인 BKE&T와 코아로직에 656억 원의 지급보증을 하고 있다.
에스에프에이는 디스플레이 장비 제조를 주력사업으로 하고 있다. 안정적 재무구조를 바탕으로 STS반도체를 인수해 반도체사업으로 발을 넓히게 됐다.
에스에프에이는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현금과 현금성 자산이 3489억 원이고 유동비율이 385.9%에 이를 정도로 유동성이 우수하다. 부채비율은 29.7%로 건전한 재무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에스에프에이는 지난해까지 3년간 연평균 600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평균 영업이익률이 12.8%로 수익성도 높다. 에스에프에이는 현금창출 능력을 바탕으로 지난해 동양매직 인수전과 KT렌탈 인수전에도 참여했다.
에스에프에이는 1998년 삼성항공(현 한화테크윈)의 자동화사업부가 분사해 설립한 회사다. STS반도체도 같은 해 삼성전자 반도체부문에서 분리해 나온 회사다. 공교롭게도 두 회사 모두 삼성그룹에 뿌리를 두고 있다.
에스에프에이가 속한 디와이그룹과 STS반도체가 속한 보광그룹의 오너들의 인연을 살펴보면 삼성그룹에서 분리해 나온 두 회사가 다시 계열사로 연결되는 것이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라는 평가도 나온다.
에스에프에이의 최대주주는 지분 33.28%를 보유한 디와이에셋이다. 디와이에셋은 디와이그룹 지주회사인 디와이홀딩스의 100% 자회사이고 디와이홀딩스 최대주주는 원진 디와이홀딩스 부회장이다.
원 부회장은 원종목 디와이홀딩스 회장의 차남이다. 원 부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경복고등학교 선후배 사이로 학창시절부터 절친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에스에프에이가 삼성그룹에서 분리된 이후에도 삼성전자가 지분 10.15%를 보유한 2대 주주였고 2012년 삼성디스플레이가 지분을 넘겨받아 유지하고 있다.
원 부회장은 보광그룹 홍 회장 일가와도 인연이 깊다. 2011년 중앙일보그룹이 종합편성채널 JTBC를 출범할 때 디와이에셋이 출자자로 참여했다. 디와이에셋은 JTBC에 375억 원을 투자해 지분 6.86%를 보유하고 있다.
원 부회장이 삼성-보광 일가와 관계가 있기 때문에 STS반도체 대표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 홍석규 회장이 경영권을 잃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원 부회장의 자금지원으로 홍 회장이 위기를 벗어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