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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이 21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며 세월호 침몰 관련 발언을 마친 후 고개를 떨구고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다. <뉴시스> |
세월호 침몰 사고로 박근혜 대통령의 리더십을 주목하는 외신 보도가 늘고 있다. 이번 사고에 대한 정부의 무능한 대처에 대해 국민적 비판에 직면했다는 지적이다.
박 대통령 주재로 21일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박 대통령은 세월호 침몰 사고를 놓고 훨씬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박 대통령은 스스로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음을 깊이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특히 "책임을 묻겠다"는 말을 자주 했다.
이날 수석비서관회의는 세월호 사고와 관련한 안건만을 논의하는 형태로 진행됐다. 다른 의제들은 모두 서면으로 대체했다. 회의 전에 있는 티타임도 생략됐다.
◆ “지휘 고하 막론하고 책임 물어야 할 것”
박 대통령은 이날 먼저 희생자와 실종자와 가족들에 대한 애도의 뜻을 거듭 표시했다. 이어 그동안 나타난 문제점들에 대해 강한 어조로 지적했다.
박 대통령은 "무엇보다 선장과 일부 승무원들의 행위는 상식적으로 도저히 납득할 수 없고 용납될 수 없는 살인과도 같은 행태"라며 "법적으로도 윤리적으로도 도저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난했다. 박 대통령은 선내 비상훈련과 관련해 "기본적 규정조차 지켜지지 않는 데도 회사와 감독기관은 무얼 하고 있었는지 철저하게 밝혀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선박 안전점검 등과 관련해 "이런 일들을 이익단체인 해운조합에서 해 왔다는 것도 구조적으로 잘못된 것 아니겠느냐"고 되물은 뒤 "해양수산 관료 출신들이 38년째 해운조합 이사장으로 재직하고 있는 것 또한 서로 봐주기식의 비정상적 관행이 고착돼 온 것은 아닌지에 대해서도 밝혀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박 대통령은 "사고원인을 제공한 사람들과 침몰과정에서 해야 할 의무를 위반한 사람들 또, 책임을 방기했거나 불법을 묵인한 사람들, 단계별로 책임있는 모든 사람들에 대해 지휘고하를 막론하고 민형사상의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정부의 위기대응시스템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그는 "정부에 3천 개가 넘는 위기관리 매뉴얼이 있지만 현장에서 내용을 잘 모르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매뉴얼대로 작동하는지 점검하라고 예전에 지시했다"며 "이번 사고를 보면 이 지시가 현장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는 방증"이라고 질타했다.
박 대통령은 공무원에 대한 경고도 잊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이번 사고를 접하고 현장에 내려가 실종자 가족들을 만났더니 공무원들에 대한 불신이 너무나 컸다"며 "국민들이 공무원을 불신하고 책임행정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는다면 그 책무를 소홀히 하고 있는 것이고 그 자리에 있을 존재의 이유가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자리보전을 위해 눈치만 보는 공무원들은 우리 정부에서 반드시 퇴출시킬 것"이라며 "(세월호 침몰 사고와 관련해) 반드시 단계단계별로 철저하게 규명해 무책임과 부조리, 잘못된 부분에 대해 강력히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외신들 “박근혜 대통령 리더십 시험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박근혜 대통령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고 평가했다. 이 신문은 "박근혜 정부는 수학여행에 참석했던 학생들을 포함해 수백명이 탑승한 최악의 여객선 사고인 이번 비극을 처리하면서 광범위한 비난해 직면해 있다"며 박 대통령은 취임 이후 정치적 대립이 아닌 일반 국민들의 비판에 맞닥뜨렸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또 정부의 안일한 대처와 정부가 안전기준을 엄격히 시행하지 않았다는 언론보도가 확산되고 SNS 등을 통해 한국 정부의 무능함이 드러나고 있다는 비난 여론이 퍼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도 논평을 통해 "한국 여객선 침몰사고가 발생한 후 자세한 내막이 보도를 통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선장의 대처 미흡 및 규정위반 사실과 혼란스러운 구조작업은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고 밝혔다.
환구시보는 또 이번 사건이 "한국의 현대화 수준을 묻는 시험"이라며 "한국의 생활 수준은 선진국에 가깝지만 위기 대처 모습은 선진국과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이 매체는 ”이번 재난은 (한국) 현대화의 취약성을 보여준 거울"이라고 꼬집었다.
독일의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은 칼럼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지금까지 모든 위기를 잘 버텨냈지만 침몰한 배와 수많은 젊은이들의 죽음은 정말로 치명타를 줄 수 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