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이 현대중공업그룹 계열사 구조조정을 벌이자 금융계열사의 재편에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현대중공업그룹이 금융계열사 재편에 나서면서 정주영 명예회장의 8남인 정몽일 현대기업금융 회장이 지분을 정리하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일부 관계자들은 정몽혁 현대종합상사 회장도 계열사 구조조정 과정에서 현대중공업그룹에서 독립할 것으로 예상한다.

◆ 현대중공업그룹, 금융계열사 재편 어떻게 하나

현대중공업이 최근 금융계열사 재편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에 5개의 금융계열사가 있다.  이 가운데 현대기업금융, 현대기술투자, 현대선물이 재편 대상으로 꼽힌다.

  현대중공업그룹, 금융계열사 어떻게 재편하나  
▲ 서태환 하이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
현대기업금융은 기업을 상대로 파이낸스 업무를 담당한다. 현대기술투자는 벤처기업 육성 등 창업투자 업무를, 현대선물은 현대중공업의 원자재 선물 관련 업무를 맡고 있다.

이 3개 금융사의 지난해 실적을 합하면 매출 844억 원, 영업손실 8억 원 수준이다. 규모나 실적으로 봤을 때 현대중공업에게 필수적 계열사는 아니다.

전문가들은 현대중공업이 이 3개 계열사를 매각할 것인지 아니면 하이투자증권과 합병할지 주목하고 있다.

하이투자증권은 현대중공업그룹의 현대미포조선이 지분 83.24%를 보유하고 있는 현대중공업그룹의 핵심 금융계열사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증권업에 진출하기 위해 2008년 3월 CJ투자증권을 인수한 뒤 회사이름을 하이투자증권으로 바꿨다.

하이투자증권은 최근 재무구조개선과 운영자금 마련을 위해 1200억 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하기로 했다.

하이투자증권은 유상증자 이유를 운영자금 조달, 영업력 확대, 재무건전성 확보라고 밝혔다.

이번 하이투자증권 유상증자로 현대중공업그룹의 금융계열사들이 하이투자증권으로 통합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특히 하이투자증권은 파생상품 영업력이 약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어서 현대선물을 합병할 경우 시너지를 거둘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하이투자증권을 중심으로 구조조정이 전개될 경우 시너지 확보를 기대해 볼 수 있다”고 내다봤다.

◆ 정몽혁 현대종합상사 회장도 분가할까

현대중공업그룹이 금융계열사의 재편을 추진하면서 정주영 명예회장의 8남인 정몽일 현대기업금융 회장이 지분을 정리하고 퇴진했다.

이 때문에 정몽혁 현대종합상사 회장도 현대중공업그룹에서 독립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현대중공업그룹, 금융계열사 어떻게 재편하나  
▲ 정몽혁 현대종합상사 회장.
현대중공업은 현대종합상사 지분 22.36%를 보유하고 있다.

현대종합상사는 최근 신설법인 ‘현대씨엔에프’를 설립하면서 현대종합상사의 사업을 둘로 쪼갰다.
 
현대종합상사는 무역·자원사업을 담당하고 신설법인인 현대씨앤에프는 브랜드사업과 식료사업 부문을 맡는다.

현대종합상사는 이에 대해 각 영역에서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몽혁 현대종합상사 회장과 현대중공업그룹이 갈라서기 위한 사전조치라는 해석도 나온다.

현대중공업이 보유하고 있는 현대씨엔에프 지분 22.36%를 정몽혁 회장에게 매각하고 정 회장이 보유한 현대종합상사 지분 8.3% 현대중공업에 넘겨줄 수 있다는 것이다.

정몽혁 회장이 현대종합상사 전체를 차지하고 현대중공업그룹에서 분리해 나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현대중공업과 현대종합상사는 이런 관측을 부인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현대종합상사 분리설과 관련해 "결정된 게 없다"고 말했다. 현대종합상사 관계자도 “기업분할은 현대중공업의 계열사 정리와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승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