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에 이미 시작됐지만 ‘시기상조’라는 평가를 받던 클라우드 게이밍서비스가 5G통신서비스를 등에 업고 ‘콘솔게임기’에 도전장을 던졌다.
▲ (왼쪽부터) 구글의 스태디아, 마이크로소프트의 엑스박스(엑스클라우드),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나우 로고 이미지.
9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클라우드 게이밍서비스가 활성화되면 플레이스테이션, 엑스박스 등 기존의 가정용 콘솔게임기들이 설 자리를 잃어버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게임회사의 한 관계자는 “클라우드 게이밍서비스를 이용하면 스마트폰이나 PC, TV 등 디스플레이가 존재하는 모든 기기가 게임 콘솔의 역할을 할 수 있게 된다”며 “클라우드 게이밍서비스가 궤도에 오르면 게임시장은 넷플릭스나 스포티파이가 미디어 콘텐츠시장에 등장할 때와 같은 ‘딥 임팩트’를 맞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클라우드 게이밍은 클라우드 서버에서 구동한 게임을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개인용 전자기기를 이용해 즐길 수 있는 서비스를 말한다. 실제 게임은 클라우드 서버에서 실행되고 개인용 전자기기는 입·출력장치 역할만 하기 때문에 개인용 전자기기의 성능과 상관없이 통신만 연결돼 있으면 고사양 게임을 즐길 수 있다.
클라우드 게이밍은 5G통신서비스가 등장하기 전부터 게임업계의 화두였다.
일본의 소니는 2014년 자사의 가정용 콘솔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을 활용한 클라우드 게이밍서비스 ‘플레이스테이션나우’의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래픽처리장치(GPU) 제조사인 미국의 엔비디아 역시 2015년 클라우드 게이밍서비스 ‘지포스나우’를 서비스하기 시작했다. 2017년에는 일본의 게임제작사 닌텐도가 클라우드 게이밍사업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클라우드 게이밍서비스는 클라우드 서버와 개인용 전자기기가 끊임없이 대용량 데이터를 주고받아야 한다는 특성 때문에 무선환경에서 끊김 없이 동작하기가 어려웠다. 특히 과도한 인풋렉(명령의 입력과 명령 수행 사이의 시간) 문제 때문에 반응속도가 중요한 액션게임 등은 제대로 즐기기가 힘들었다.
이 상황을 바꾼 것은 초저지연, 초대용량, 초고속을 특징으로 하는 5G통신기술의 등장이었다.
5G통신기술이 클라우드 게이밍서비스의 기존 문제점들을 대부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대형 글로벌 IT기업들이 일제히 클라우드 게이밍사업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클라우드 게이밍서비스가 완전히 자리잡기 위해서는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정적 의견 가운데 하나는 ‘물리적 거리’를 극복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글로벌 IT기업들의 클라우드 서버는 대부분 해외에 위치하고 있다. 통신기술이 아무리 발달하더라도 물리적 거리 때문에 발생하는 일정 수준의 인풋렉은 발생할 수 밖에 없다. 통신사업과 관련해 ‘빛은 충분히 빠르지 않다’는 격언이 있기도 하다.
이용가격 책정 역시 클라우드 게이밍서비스가 극복해야 할 과제 가운데 하나다.
클라우드 게이밍서비스가 완전히 상용화되면 넷플릭스 등 온라인 동영상서비스(OTT)가 제공되는 방법처럼 구독 형태로 제공될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콘솔이나 PC게임 가격은 게임 본편에 5만~6만 원 정도다. 하지만 각종 다운로드 콘텐츠(DLC)나 확장팩 등을 포함하면 게임 하나에 20만~30만 원까지 높아지기도 한다.
클라우드 게이밍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로서는 너무 높은 요금을 책정하면 사용자가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고, 너무 낮은 요금을 책정하면 수익성을 담보하기 힘들다는 딜레마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게임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게임산업은 강력한 성장산업이기 때문에 클라우드 게이밍서비스는 게임의 접근성을 낮추고 낮은 구독 가격을 통해 신규 수요를 창출해 시장의 파이를 키울 수 있다”며 “장기적 관점에서 클라우드 게이밍서비스의 대두는 게임업계 전반적으로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