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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이 인수합병에 적극 나서고 있다.
국내 유통사업은 내수부진에 정체에서 좀체 탈출하지 못하고 있다. 유통사업은 빠른 신규출점과 동시에 트렌드에 맞는 사업을 끊임없이 확장해야 생존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불황일수록 투자를 확대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인수합병을 핵심적 성장수단으로 활용할 수밖에 없다. 롯데그룹이나 신세계그룹이 올해 최대규모의 투자를 선언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정 회장도 마찬가지다. 정 회장은 그동안 보수적 경영 스타일을 보여 줬다. 그러다 최근 들어 공격적 인수합병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그래서 정 회장이 인수합병에 나서자 더욱 주목을 받는다.
정 회장이 최근 적극적으로 인수합병에 나서는 데 대해 현대백화점그룹 안팎에서 ‘기대 반, 우려 반’의 시각도 존재한다.
정 회장은 3년 전 유통기업이 아닌 패션의류기업인 한섬을 인수해 사업다각화를 추진한 적이 있다. 한섬의 인수는 성공작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 만큼 정 회장이 제2의 한섬을 만들어낼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그러나 현대백화점그룹에 인수합병 유전자가 뿌리내리지 못한 데다 기존 사업의 공격적 확장에 인수합병까지 나서면서 동시다발적 공격경영에 대해 우려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 정지선의 ‘실익 우선’ 인수합병
정 회장은 인수합병에서 실익을 우선으로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국내 3위 물류회사인 동부익스프레스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동부익스프레스 인수금액은 1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 회장은 온라인 유통시장이 활성화하고 있고 현대백화점몰과 현대홈쇼핑 등 기존 계열사들이 배송비용으로 연간 1천억 원을 쓰는 점을 고려해 안정적 물류시스템을 만들려고 한다.
정 회장은 현대그린푸드를 통해 중장비 제조업체인 에버다임 인수에 나섰다. 에버다임 몸값은 1천억 원 규모다. 정 회장이 유통소비재와 관련된 업체들의 인수를 살피다가 이종산업에도 눈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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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
반면 정 회장은 홈플러스 인수를 놓고 몸을 사리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홈플러스 매각설이 나올 때마다 인수후보로 꼽혔다. 현대백화점그룹에 대형마트 채널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 회장은 홈플러스 몸값이 7조 원에 이르러 현대백화점그룹이 단독으로 나서기에 무리라고 보는 듯 하다.
물론 업계 관계자들은 홈플러스 인수에 뛰어든 사모펀드들이 현대백화점그룹과 손을 내밀 가능성이 있고 이 과정에서 정 회장이 손을 잡을 수 있다고 본다.
정 회장은 현대백화점그룹의 성장을 위해 인수합병에 나서야 하는 상황과 실탄을 감안해 실이익을 철저히 따져야 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의 라이벌인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은 지방 곳곳에 이미 광범위한 백화점 거점을 확보해 놓은 상태다. 또 이들은 프리미엄 아울렛 등 다양한 유통채널도 넓혀 놓았다.
그러나 현대백화점그룹은 매장이 도심이나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뒤늦게 복합쇼핑몰을 늘리는 경쟁에 뛰어들었다.
정 회장은 프리미엄 아울렛과 복합쇼핑몰을 늘리는 데 투자를 확대해 이제 쓸 수 있는 실탄이 제한돼 있다. 이 때문에 인수합병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어야 한다는 절실함이 있지만 실이익도 철저하게 따져야 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정 회장이 경쟁업체들보다 뒤늦게 유통사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만큼 인수합병 카드를 적절하게 사용해 현대백화점그룹의 성장동력을 확보하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인수 3년차 한섬, 얼마나 성공했나
정 회장은 2012년 한섬을 인수한 뒤로도 3년 동안 많은 금액을 투자했다.
한섬은 타임, 마임 등 자체 고급 브랜드를 키우고 랑방스포츠, 덱케, 더 케시미어 등 해외 브랜드를 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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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 파리 갤러리 라파예트 백화점 '한섬 팝업스토어'. |
정 회장은 한섬에 현대백화점 유통망을 적극 결합해 시너지를 꾀했다. 한섬은 올해 하반기부터 현대홈쇼핑에도 한섬의 브랜드를 입점해 유통망 다각화에 나서고 있다.
한섬은 지난해 매출 5091억 원과 영업이익 457억 원을 냈다. 매출은 전년보다 11.5%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9.3% 줄었다. 브랜드를 론칭하고 매장을 확대한 탓이다.
정 회장이 한섬을 인수한 뒤 어느 정도 성공의 발판을 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정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백화점의 국내 의류 브랜드 매출은 올해 1분기 평균 6% 줄었다”며 “반면 한섬은 브랜드 매출 증가율이 14%에 이르며 경기와 상관없는 브랜드 파워를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 회장은 앞으로도 한섬에 매년 100억 원을 투자해 3년 뒤 매출 1조 원을 달성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정 회장은 2010년부터 인수합병을 성장전략으로 삼기 시작했다. 당시 정 회장은 직접 대규모 인수합병을 통해 성장동력을 마련한다는 내용을 뼈대로 한 ‘비전 2020’을 선포했다.
정 회장은 그 뒤 현대LED(옛 반디라이트), 한섬, 리바트 등을 인수했다.
◆ 정 회장의 인수합병을 바라보는 시선
정 회장이 선포한 ‘비전 2020’의 시한은 앞으로 5년 남았다. 정 회장은 2017년이면 회장에 취임한지 10년이 된다.
정 회장으로서 이제 현대백화점그룹의 성장동력을 확실히 마련해야 가깝게 10년 경영의 성과를 준비하고 길게 비전 2020년의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
정 회장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 “100년 이상 장수한 글로벌 기업들의 생존비결은 미래를 예측해 사업포트폴리오의 변신을 끊임없이 시도한 것”이라며 “지속성장을 위해서 과감한 변화와 혁신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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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이 2010년 6월 '비전 2020'을 선포하며 성장과 내실을 의미하는 두 마리 토끼인형을 양손에 들어올리고 있다. |
정 회장의 인수합병 행보를 놓고 현대백화점그룹 안팎에서 ‘걱정 반, 기대 반’의 시선이 보인다.
전문가들은 정 회장이 그동안 보수적으로 경영해 온 덕분에 기존사업 확장에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바라본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부채비율이 50%에 불과하다. 현대백화점그룹의 현금성 자산도 1조5천억 원 가량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현대백화점그룹의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은 2012년 한섬과 리바트를 인수한 뒤 영업이익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 두 회사를 인수한 뒤로 기존사업과 시너지를 내기 위해 신사업에 마케팅 비용을 쏟아 부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백화점 등 기존 유통채널은 장기불황으로 수익성이 좋지 않은 상황이 지속됐다.
현대백화점그룹은 판교점과 김포아울렛, 송도아울렛 등의 유통채널을 확보하기 위해 투자한 금액만 해도 1조3900억 원이 넘는다. 이는 현대백화점의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3636억 원)의 3배가 넘는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무리하게 인수합병에 나설 경우 유통사업의 자금 흐름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압박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인수합병은 적당한 매물을 적당한 가격에 사들이는 쇼핑이 아니다”라며 “전략적 분야에 집중하기 위해 수익이 되는 사업이라도 팔고 당장 수익이 안 되더라도 사들이는 결단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계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