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정밀화학 주가가 급등했다. 영국계 헤지펀드 헤르메스가 삼성정밀화학의 지분을 늘렸기 때문이다.

삼성정밀화학과 헤르메스는 지분을 늘린 데 대해 단순투자라고 밝혔다.

  삼성과 악연 헤지펀드, 삼성정밀화학 지분 사들이는 이유  
▲ 성인희 삼성정밀화학 사장.
하지만 삼성물산과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놓고 공방을 벌이고 있는 데다 헤르메스가 과거 삼성그룹과 악연이 있어 그 배경이 주목된다.

삼성정밀화학 주가는 6일 전날보다 2650원(7.36%) 오른 3만8650원에 장을 마감했다.

코스피 지수가 그리스 위기 때문에 2.4%나 내렸는데도 삼성정밀화학 주가는 급등했다.

삼성정밀화학 주가의 급등은 영국계 헤지펀드인 헤르메스가 삼성정밀화학의 지분을 크게 늘렸다는 소식에 삼성정밀화학 경영에 헤르메스가 개입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돌았기 때문이다.

영국계 헤지펀드 헤르메스는 지난 3일 삼성정밀화학 지분 5.021%(129만5364주)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헤르메스는 그동안 삼성정밀화학 지분을 3%를 보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올해 들어 지분을 꾸준히 늘려오다 6월25일과 26일 장내에서 1만3696주를 매수하면서 지분율 5%를 넘겼다.

◆ 삼성정밀화학, 제2의 삼성물산 될까?

삼성정밀화학은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에 쓰이는 반도체 현상액, 레이저프린트 토너 등을 생산한다.

이밖에도 시멘트 물성향상제(메셀로스)를 삼성물산에, 2차전지 핵심소재인 배터리 양극활물질을 삼성SDI에 공급하고 있다. 삼성정밀화학은 지난해 매출 1조2105억 원에 영업손실 244억 원을 냈다.

일부에서 헤르메스가 엘리엇매니지먼트처럼 삼성정밀화학 경영참여를 목적으로 지분을 늘린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삼성정밀화학은 헤르메스의 지분보유 목적이 단순투자라는 입장을 보였다. 삼성정밀화학이 올해 흑자로 전환하면서 수익성이 회복되고 있는 시점이라 헤르메스가 주가상승을 통한 차익을 챙기기 위해 지분을 늘렸다는 것이다.

삼성정밀화학이 삼성그룹 경영권과 관련이 크지 않다는 점에서 이런 입장은 일리가 있다. 삼성정밀화학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그룹 계열사 지분은 에스엔폴 100%, 에스티엠 58%, 한덕화학 50% 등이다.

삼성정밀화학 경영권도 비교적 안정적이다. 삼성정밀화학 지분은 삼성SDI가 14.65%, 삼성전자가 8.39%, 삼성물산이 5.59%, 호텔신라가 2.24%, 삼성전기가 0.3% 등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이 보유한 지분은 30%를 넘는다.

하지만 일부에서 헤르메스가 경영 참여를 꾀할 수 있다고 바라본다. 특히 헤르메스의 법률대리인이 엘리엇매니지먼트의 삼성물산 소송 대리인을 맡고 있는 법무법인 넥서스라는 점에 주목한다.

◆ 헤르메스, 삼성그룹과 악연

헤르메스는 영국의 최대 연기금인 브리티시텔레콤연금의 자회사이자 기업지배구조펀드를 표방하고 있다. 헤르메스는 올해 1분기 기준으로 300억 파운드(약 52조원)의 자산을 주식·채권·부동산·인프라 등에 투자하고 있다.

  삼성과 악연 헤지펀드, 삼성정밀화학 지분 사들이는 이유  
▲ 세이커 누세베 Saker Nusseibeh 헤르메스펀드 이사회 의장.
헤르메스는 1999년 4월 대우증권 지분 5%를 취득하면서 국내에 처음 선을 보였다. 그 뒤 한솔제지지분 8.64%, 현대산업개발 지분12%, LG산전 지분 7.04% 등 지배구조에서 문제점이 노출된 회사의 주식을 사는 방법으로 이득을 거두었다.

헤르메스는 2004년 삼성물산 지분을 매입하면서 삼성그룹과 악연을 맺기도 했다. 당시 헤르메스는 삼성물산 지분 5%(777만2천주)를 보유하고 삼성그룹에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며 갈등을 빚었다.

당시 헤르메스는 단순투자 목적이라고 밝힌 뒤 1주일도 지나지 않아 삼성물산 경영을 놓고 목소리를 높였다. 헤르메스는 당시 삼성물산이 보유중인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하고 삼성카드의 증자에 참여하지 않으며 삼성물산 우선주를 매입해 소각할 것 등을 요구했다.

삼성그룹은 삼성물산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지분을 매입했다. 삼성SDI가 2004년 9월 삼성물산 지분을 사들였고 그해 11월 삼성물산이 자사주를 매입하기로 결정했다.

헤르메스는 2004년 연말 삼성물산 주가가 크게 오르자 지분 전량을 처분하고 380억 원의 차익을 거뒀다.

금융당국은 헤르메스를 주가조작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으나 대법원은 2008년 헤르메스에게 무죄판결을 확정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승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