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수, 서울대병원을 중증질환과 의뢰환자 중심 '4차병원'으로 변화

▲ 김연수 서울대학교병원장이 23일 기자간담회에서 병원 운영 계획 등을 발표하고 있다. <서울대학교병원>

김연수 서울대학교병원장이 정부의 의료전달체계 개선에 발맞춰 중증환자와 의뢰환자를 중심으로 하는 ‘4차병원’의 역할이라는 새 운영방향을 제시했다.

25일 의료계의 말을 종합하면 한국 의료시스템의 고질적 문제점으로 꼽히는 의료전달체계를 놓고 정부가 개선을 추진하고 있어 서울대병원이 구체적 개선방안을 내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보건복지부는 9월초 의료전달체계 단기 개편정책을 발표했다.

동네의원은 가벼운 질환의 환자를 치료하고 대학병원 등 대형병원은 중증환자를 주로 치료할 수 있도록 구조적 개편방안을 내놨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는 상급종합병원(중증종합병원으로 명칭 변경)이 경증환자를 진료하면 불리하고 중증환자를 치료하면 유리한 방향으로 수가구조가 손질된다. 

많은 환자들이 큰 병원으로 몰리다 보니 동네의원들은 환자가 줄어 문제고 대형병원은 경증환자들이 외래나 병실을 차지해 중증환자들의 치료기회를 박탈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기 때문이다.

김연수 병원장은 정부의 의료전달체계 개편에 발맞춰 서울대병원의 새로운 비전으로 ‘4차병원’의 역할을 제시했다.

김 원장은 23일 취임 4개월 만에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단순히 1·2·3차 병원의 상위 개념이 아니라 진료, 교육, 연구 등에서 도약한 새로운 개념의 4차병원으로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의 운영방향을 기존의 임상과 연구 수준을 넘어 중증질환 치료와 기초 병의원에서 요청하는 의뢰환자를 중심으로 운영하는 쪽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김 원장은 이를 위해 개인 선택에 따른 외래를 줄이고 의료기관의 의뢰를 높이는데 힘쓰기로 했다.

현재 서울대병원은 환자 선택에 따른 진료비율과 1,2차 의료기관에서 서울대병원으로 의뢰한 진료비율이 4대1 수준인데 이를 1대1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다른 의료기관과의 경쟁관계에서 벗어나는 차원에서 환자 회송률도 높이기로 했다.

김 원장은 서울대병원 부원장 시절 때부터 환자 회송에 힘써 서울대병원에서 지역병원으로 보낸 환자 회송률을 1%에서 3%로 높였다.

이를 더욱 강화해 각 지역의 대학병원, 능력 있는 병원과 네트워크를 만들어 환자 회송률을 5%까지 높인다는 계획을 내놨다.

김 원장은 “회송률 3%가 낮아 보이지만 1% 안팎인 다른 병원과 비교하면 높은 수준”이라며 “앞으로 5%, 최종적으로 10%까지 되면 진정한 의미의 중증환자 치료기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원장은 한국의 1차 진료 의료인의 수준을 볼 때 미국이나 영국 등 의료 선진국보다 임상 역량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를 토대로 1차 환자는 1차 의료기관에 맡기고 서울대병원은 중증질환 치료와 의료질 향상을 위한 활동의 표준화 및 고도화, 교육, 연구 등에 집중해야 한다고 본다.

김 원장은 “서울대병원을 포함한 대형병원들은 전체적 외래의 부담을 줄이고 그 시간에 입원진료나 교수들이 해야 하는 교육이나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