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맥주’의 소비자가격이 확정됐다. 기존 국산맥주보다 15% 정도 비싼 가격이다. 롯데의 맥주는 오는 22일 출시되는데 값이 비싸 맥주시장의 양강체제를 흔들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롯데는 국산맥주와 맛에서, 수입맥주와 가격에서 차별성을 둔 전략이라고 했다.

  값비싼 '신동빈 맥주' 손님 끌까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17일 롯데주류에 따르면 오는 22일 출시하는 ‘클라우드’의 가격은 1250원으로 카스(1082원), 하이트(1079원) 등 기존 국산맥주에 비해 15~16% 비싼 수준이다.

롯데주류는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싼 것은 제조 과정에서 물을 전혀 섞지 않는 ‘오리지널 그래비티(Original Gravity)’ 공법을 사용하는 등 원료와 제조공법에서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라며 "수입 맥주와 견준다면 가격은 싼 편"이라고 설명했다.


◆ 물 전쟁에서 물 빼고 도전장 내민 롯데맥주


롯데맥주는 물을 뺀 깊은 맛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깨끗한 물을 강조하는 다른 국내 맥주와 대조적이다. 롯데맥주는 국내 맥주 중 유일하게 '오리지널 그래비티' 공법을 사용한다. '비가수(非加水) 방식'이라고도 불리는 이 공법은 발효된 맥주 원액에 물을 타지 않고 그대로 병에 담는 방식이다. 제조과정에서 한 방울의 물도 첨가하지 않는다.


카스나 하이트 등 기존 국내 맥주는 알코올 농도 6~7%짜리 고농도 발효 원액에 물을 타 도수를 낮추는 '하이 그래비티(High Gravity)' 공법을 사용한다. 이 때문에 과거부터 물을 강조했다.

하이트맥주는 1993년 ‘지하 150m의 100% 천연암반수로 만든 맥주’를 표방한 하이트로 물 전쟁의 시작을 선포했다. ‘맥주의 90%는 물. 맥주를 끓여 드시겠습니까?’라는 광고문구는 당시 OB맥주를 팔던 두산의 페놀사태로 수질에 민감하던 국민의 마음을 움직였다. 출시 3년 만인 1996년 하이트는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했고 이후 15년 동안 그 자리를 지켰다.


롯데주류는 맥주 본연의 깊은 맛에 충실해 국내 맥주 애호가들의 입맛을 사로잡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출시에 앞서 방영되고 있는 광고에서도 ‘물 타지 않았다’는 문구가 시작과 함께 전면에 등장한다. 롯데주류 관계자는 "가벼운 맥주 맛에 길들여진 국내 소비자들이 맥주 본연의 맛에 충실한 클라우드를 선택하게 하겠다"고 했다.

클라우드의 알코올 도수는 5%다. 오비맥주의 카스(4.5%)나 하이트진로의 뉴하이트'(4.3%)보다 약간 높다.

◆ 맥주는 시원한 맛? 소비자 사로잡을까


롯데맥주가 국내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국내 소비자들의 경우 맥주의 시원함에 길들여져 있기 때문이다. 맥주는 한여름을 성수기로 보고 있고 그 기간에 매출이 급증한다.


  값비싼 '신동빈 맥주' 손님 끌까  
▲ 오는 22일 출시를 앞둔 롯데맥주 '클라우드'
실제 카스나 하이트의 경우 광고에서도 시원함을 강조한다. 향과 맛이 깊지 않은 대신 깔끔하고 시원한 청량감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한여름에 먹는 맥주의 시원함을 좋아하는 소비자라면 쓰고 진한 롯데 맥주에 매력을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롯데맥주가 직접 경쟁상대로 지목한 수입맥주와 견주었을 때 승산이 있을지도 미지수다. 롯데주류 관계자는 "카스나 하이트는 우리의 경쟁상대가 아니다"라며 “우리의 경쟁 상대는 수입맥주”라고 말했다.


수입맥주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수입맥주 매출은 2012년 15.8%, 지난해 32.9%가 증가했다. 반면 국산맥주는 매년 매출이 하락하고 있다. 올 들어선 불과 넉 달 만에 매출이 전년에 비해 5.8%나 떨어졌다. 전체 맥주 매출에서 차지하는 수입맥주의 매출 구성비도 지난 2010년 10.8%에서 현재 27.0%까지 높아졌다.


수입맥주는 종류와 가격대가 다양해 다양한 소비자의 기호를 충족시킬 수 있다. 현재 이마트 등 대형마트에서 판매되고 있는 수입맥주의 종류는 100여 가지를 훌쩍 넘는다. 가격대도 천 원대부터 만 원대까지 천차만별이다.

천 원대의 수입맥주가 별로 많지 않기 때문에 롯데맥주의 가격경쟁력은 확실히 높다고 볼 수 있다. 롯데 맥주가 맛으로 소비자들에게 어느 정도 검증된다면 시장에서 확실히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롯데마트, 롯데백화점, 세븐일레븐 등 롯데의 유통망도 롯데맥주의 든든한 지원군이 될 전망이다.


다만 최악의 경우 가격 경쟁력에서 국산맥주에게 밀리고 맛에서 수입맥주에게 밀리는 신세로 전락할 가능성도 있다.


롯데맥주의 이름 클라우드는 한국을 의미하는 코리아(Korea)의 K와 풍부한 맥주 거품을 형상화한 구름을 뜻하는 영어 단어 클라우드(Cloud)의 'loud'를 결합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