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액화석유가스)수입사인 E1이 수익성 개선을 위해 LPG 유통가격을 조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하지만 경쟁사인 SK가스가 가격 인상에 부정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 데다 정부의 친환경정책으로 LPG시장이 커질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이익부터 챙긴다는 비난에 직면할 수도 있어 고민이 깊을 것으로 보인다.
20일 E1에 따르면 국내 LPG가격 산정을 두고 업황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 가스 유통사 관계자는 “9월 LPG가격을 두고 뭐라 말하긴 아직 이르다”며 “계약가격(CP)외에도 고려할 것들이 많은 민감한 사항이라 언급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1을 포함한 LPG가스 수입사는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회사인 아람코 등으로부터 액화석유가스를 공급받는다. 이때 아람코가 매달 통보하는 계약가격에 환율, 세금, 유통비용 등을 반영해 국내 LPG가격을 결정한다.
업계에서는 E1이 사업 수익성 악화로 LPG 유통가격을 높이거나 최소한 동결하는 것을 원하고 있다고 본다.
E1은 2019년 상반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2조1722억3천만 원, 영업이익 332억3100만 원을 낸 것으로 집계됐다. 2018년 상반기보다 매출은 3%, 영업이익은 7.1% 줄었다.
지난해 E1의 연결 영업이익이 2017년보다 85% 줄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수익 감소폭이 크다.
E1은 올해 상반기 전체 매출에서 가스사업부문 비중이 89%에 이를 정도로 LPG사업 의존도가 높다. 수익성을 개선하려면 LPG 유통가격을 올리는 방법밖에 없다.
9월1일부터 유류세 인하정책이 일몰되기 때문에 가격을 조정할 계기도 마련됐다.
정부는 지난해 11월6일부터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소비 위축을 방어하기 위해 휘발유, 경유, LPG 등에 적용되는 유류세율을 15% 내렸다. 유류세 인하정책은 5월 종료될 예정이었으나 국제유가가 다시 오르며 인하율을 7%로 조정하고 8월까지 연장했다.
이에 따라 5월 유류세 환입분 16원에 이어 9월에는 14원이 환원된다. 환원분이 가격 인상으로 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명분이 될 수는 있다.
그러나 E1이 LPG 유통가격을 뜻대로 조정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국내 LPG 유통시장이 소수업체가 과점하고 있는 형태라 독자적으로 가격 조정에 나서기가 쉽지 않다. LPG 수요는 가격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E1의 2019년 상반기 보고서에 따르면 E1의 시장 점유율은 20.8%, SK가스는 30.2%로 두 회사가 국내 LPG시장의 과반을 차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2위 사업자인 E1은 이전에도 가격 조정을 시도한 적 있으나 성공하지는 못했다.
E1은 7월30일 8월분 LPG 유통가격을 동결했으나 가격을 통보한 다음날 국내 1위 사업자인 SK가스가 20원씩 가격을 내린다고 발표했다.
결국 E1도 20원씩 가격을 내려 가정·상업용 프로판은 1kg당 819.8원, 산업용 프로판 826.4원, 이동용 부탄은 1187.96원에 유통한다고 정정했다.
SK가스는 원료 등을 저장할 수 있는 윤활유 탱크터미널 사업을 포함해 다양한 수익원을 보유하고 있어 LPG 가격을 낮추는 데 부담이 적다.
반면 E1은 LPG사업 의존도가 높아 운신의 폭이 좁다. 국제 시장에서 저가 LPG를 구매해 해외에 직접 판매하는 트레이딩사업도 키우고 있지만 국제 LPG가격에 큰 영향을 받고 있어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보기엔 어렵다.
게다가 E1은 정부의 눈치까지 봐야하는 상황에 놓여있어 LPG 가격을 조절하기가 더욱 쉽지 않아 보인다.
정부는 3월 임시 국회에서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LPG자동차 관련 규제를 폐지해 일반인도 LPG차량을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정부정책 변화에 따라 르노삼성자동차의 ‘QM6’ 등 LPG자동차모델도 막 출시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E1이 LPG 가격을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자칫 정부의 친환경정책을 활용해 이익부터 챙기려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E1 관계자는 “8월분 LPG 유통가격의 인하는 계약가격이 지속 하락했다는 점과 충전소 및 사업체들과의 이해관계를 반영해 평소대로 결정한 것”이라며 “앞으로 LPG연료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는 업계의 기대도 반영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