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이 CJ그룹의 대규모 비자금 조성 사실을 알고도 묵인한 혐의로 20억 원의 과태료를 부과받았다.
금융권에서 비자금 등 의심되는 거래와 관련해 부과한 과태료 가운데 최대금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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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광구 우리은행장. |
금융당국은 CJ그룹이 수천억 원대 비자금을 조성하는 데 우리은행이 협조한 것으로 보고 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은 지난 4월 과태료심의위원회에서 우리은행에 게 19억9400만 원의 과태료 부과를 의결했다.
우리은행이 CJ그룹의 비자금 조성 사건에 대해 본인을 확인하지 않았거나 의심되는 거래를 보고할 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금융정보분석원이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의심되는 거래를 보고해야 할 의무를 위반한 행위에 대해 부과한 과태료 가운데 가장 많은 금액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금융회사는 고객이 자금세탁을 할 가능성이 있는 거래를 하고 있을 경우 본인과 금융거래 목적을 확인해야 한다. 그 뒤 합당한 근거가 있으며 거래된 금액이 1천만 원 이상일 경우 금융정보분석원장에게 보고해야 한다.
우리은행은 2009년 9월부터 2013년 5월까지 CJ그룹이 우리은행 계좌를 이용해 자금세탁으로 의심되는 거래를 약 300건 진행한 사실을 인지했다. 하지만 우리은행은 금융정보분석원에 이 거래에 대해 보고하지 않았다.
금융정보분석원 관계자는 “우리은행이 현행법을 위반한 건수가 많으며 거래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인식했는데도 고의로 보고하지 않은 정황이 확실한 것으로 조사됐다”며 “하지만 금전적 대가를 받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금융정보분석원의 의결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고 과태료 가운데 20%를 감면받아 15억9520만 원을 이미 납부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9월 CJ그룹의 차명계좌 개설과 관련해 우리은행 직원들을 제재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