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가 2019년 하반기에 실적 개선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중국에서 철강제품 가격이 높아지고 있어 포스코도 후판 등 철강제품의 가격을 인상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지고 있기 때문이다.
23일 포스코에 따르면 상반기 후판 계약공급물량의 가격을 동결한 만큼 하반기 협상에서 가격이 인상될 가능성이 높다.
포스코 관계자는 “철광석 가격이 상승하고 있어 글로벌 철강제품 가격도 상승세다”며 “하반기 후판 가격 협상에서는 상반기 인상하지 못한 만큼을 반드시 반영하겠다는 기조를 세웠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최근 하반기 후판 계약공급물량의 가격을 놓고 최대 수요처인 조선사들과 협상을 시작했다.
후판 가격을 올려달라고 요구할 근거는 충분해 보인다.
2분기 철광석 가격은 톤당 110달러가량으로 집계됐다. 2018년 같은 기간보다 가격이 60% 이상 올랐다. 그런데 포스코는 이 원가 상승분을 상반기 제품가격에 반영하지 못했고 이는 수익 감소로 이어졌다.
포스코는 올해 2분기 철강부문 영업이익으로 7243억 원을 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영업이익이 11.9% 줄었다.
세계 철강제품의 50%가량을 공급하는 중국에서 후판 가격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포스코에 유리한 상황이다.
중국 최대 철강회사인 바오우철강그룹은 후판 가격을 4월 300위안, 5월 80위안씩 올린 데 이어 8월 100위안을 추가로 인상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톤당 8만 원이 넘는 인상폭이다.
그동안 국내 조선사들은 후판 가격협상에서 중국산 저가 후판을 국내산 후판의 대안으로 내세우기도 했다.
그러나 중국산 후판의 가격 경쟁력이 낮아지면 포스코가 안정적 공급이 가능함을 들어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 여지가 생긴다.
중국과 국내 철강사들의 후판 계약공급물량이 얼마에 거래됐는지는 알 수 없으나 유통물량의 가격을 비교해 대강의 추세를 파악할 수는 있다.
7월 셋째 주(15일~19일) 중국산 후판의 유통물량은 가격이 톤당 4237위안(72만6천 원가량)으로, 한국산 후판은 톤당 72만 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이미 한국산 후판이 더 싸다.
바오우철강이 8월 추가로 가격을 올린다면 조선사들이 중국산 후판을 대안으로 여길 이유가 없어져 포스코의 협상력은 높아지게 된다.
중국산 후판 가격은 제품 공급량 감소세에 따라 앞으로 더 오를 수도 있다.
중국 정부는 올해 대기 중 지름이 2.5마이크로미터 이하인 미세먼지(PM2.5)의 농도를 5%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7월31일까지 자국 최대의 철강제품 생산지인 탕산시에 위치한 고로 138기의 생산능력을 최대 50%까지 축소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김유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정부는 올해 미세먼지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하반기 내내 강도 높은 규제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며 “제품 생산량 증가세의 둔화는 철강제품 가격의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조선업계가 아직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어 포스코가 후판 가격을 인상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조선 3사 가운데 대우조선해양만이 2분기 흑자를 냈을 뿐 한국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은 적자를 이어갔다고 증권가는 추정한다.
다만 포스코는 한국조선해양이 하반기 후판 가격 인상의 가능성을 내비친 바 있어 어느 정도 가격을 올리는 일은 어렵지 않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조선해양(당시 현대중공업)은 2019년 1분기 콘퍼런스콜에서 “최근 철광석 가격의 급등세를 감안할 때 올해 하반기에는 후판 가격이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