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 가상현실기기 오큘러스와 손잡고 소니 견제  
▲ 필 스펜서 마이크로소프트(MS) 엑스박스 사업부문장이 11일 오큘러스의 가상현실장치 '오큘러스 리프트'가 MS 콘솔게임기 '엑스박스원'에 적용된다는 사실을 발표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페이스북의 자회사 오큘러스와 제휴를 맺고 가상현실(VR)장치 ‘오큘러스 리프트’를 콘솔게임기 ‘엑스박스원’에 적용하기로 했다.

MS의 이번 결정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MS가 가상현실장치와 개념이 거의 유사한 ‘홀로렌즈’라는 증강현실 장비를 개발해놓았기 때문이다.

MS가 콘솔게임기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소니를 의식해 인지도가 높은 오큘러스와 손을 잡았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필 스펜서 MS 엑스박스 사업부문장은 11일 오큘러스의 VR기기 ‘오큘러스 리프트’ 정식버전 발표무대에 깜짝출현해 MS와 오큘러스가 제휴를 맺은 사실을 발표했다.

스펜서는 2016년 상반기 출시될 오큘러스 리프트가 MS의 콘솔게임기 ‘엑스박스원’에 적용될 것이라며 오큘러스 리프트 정식버전에 엑스박스원 콘트롤러도 포함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엑스박스원 사용자들이 게임을 좀 더 실감나게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번 제휴의 목적”이라며 “엑스박스원과 이 기기에 탑재될 윈도10 등의 성공이 우선이기 때문에 오큘러스와 제휴로 발생하는 추가 비용문제는 고려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만약 MS가 가상현실장치를 도입한다면 홀로렌즈를 바탕으로 자체제작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MS가 오큘러스와 손을 잡은 가장 큰 이유가 콘솔게임기 시장 경쟁업체인 소니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소니는 최근 개발이 거의 완료된 가상현실 장치 ‘모피어스’를 공개했다. 모피어스는 내년 6월부터 소니의 콘솔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4'에 독점으로 적용될 예정인데 벌써부터 시장의 관심이 뜨겁다.

반면 MS는 오큘러스와 제휴를 맺기 전까지 엑스박스원에 적용할 독점 가상현실장치를 아직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MS가 소니 모피어스에 쏠린 가상현실장치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과도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인지도가 높은 ‘오큘러스 리프트’를 끌어들인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오큘러스는 현재 가상현실기기 경쟁에서 완제품을 내놓지 못했지만 가장 큰 기대를 받고 있는 회사다.

오큘러스가 2013년부터 차례로 내놓은 오큘러스 리프트 개발자 버전에 대한 관심도 매우 높다. 유튜브에 올라온 오큘러스 리프트에 대한 동영상만 약 54만 개에 이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MS가 증강현실장치 홀로렌즈를 기반으로 가상현실장치를 만드는 것이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라면서도 “소니의 모피어스가 뜨거운 관심을 받고있는 상황에서 이와 제대로 된 경쟁을 펼치기 위해 홀로렌즈보다 인지도가 높은 ‘오큘러스 리프트’에 구애를 보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오큘러스와 제휴는 철저히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4와 모피어스를 겨냥한 것”이라며 “오큘러스 리프트와 모피어스의 출시시기도 거의 비슷해 내년부터 MS와 소니의 콘솔게임 가상현실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비즈니스포스트 서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