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회계법인 가운데 한 곳인 딜로이트안진 이재술 대표이사가 임기 1년을 남겨놓고 옷을 벗었다. 감사품질과 실적 등으로 어수선한 조직 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 이재술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 전 대표이사 |
이재술 대표이사는 지난 2월26일 파트너급 회의에서 최고경영자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표는 2009년 딜로이트안진의 CEO로 선임된 이후 5년 동안 회사를 이끌었다. 2012년 회계연도 기준으로 보면 이 대표가 선임된 2009년보다 회계사가 100명이나 늘고, 2012년 당기순이익을 23%나 늘려놓아 경영을 잘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 전 대표는 부산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에서 경영학 석사, 단국대학교에서 경영학 박사를 취득했다. 이 전 대표는 딜로이트안진의 산증인이다. 딜로이트가 2001년 안건회계법인 출신 회계사들이 나와 세운 하나회계법인(대표 이재술)을 공식 파트너로 선정하고 제휴관계를 유지했을 때부터 관계를 맺어왔다.
대외적 행보도 활발했다. 2011년 한국공인회계사회 국제부회장과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대회 조직위원회 감사, 공적자금관리워윈회 민간위원을 맡았다.
이 전 대표가 돌연 사임한 것은 잇딴 악재와 실적 부진 때문이다. 딜로이트안진의 올해 1분기 성적은 저조하다. 완료 기준으로 건수도 2건에 불과하고 금액도 6224억으로 빅4 중에서 꼴찌다. 만년 꼴찌였던 한영에게도 자리를 내줬다.
딜로이트안진은 지난 1월 내부 비판으로 극심한 홍역을 겪기도 했다. 감사본부에 소속된 회계사가 익명 게시판에 자신이 속한 본부의 실무 인력이 부족하다는 글을 올려 파문이 일었다. 그는 "우리 본부는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상당수 인원이 회를 떠났는데도 단 한 명의 경력직 충원도 없었다"며 "회사 370개를 실무진인 매니저(6~8년차) 18명과 시니어(3~5년차) 32명만으로 제대로 감사할 수 있는지 (경영진에게) 묻고 싶다"고 꼬집었다. 인력부족이 질 낮은 감사결과를 낳는다는 것이다.
▲ 함종호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신임 대표이사 |
이런 일은 회계법인의 치열한 수주경쟁이 깊이 관련돼 있다. 2011년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에 따라 연결재무제표 의무 작성으로 일은 더욱 많아졌는데 수임료는 적게 받으니 적은 인원으로 감사를 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유한회사인 회계법인은 파트너가 출자를 한만큼 책임지는 구조다. 파트너가 출자한 프로젝트 하나에 승진도 달려 있다. 이러다 보니 수임료를 낮추더라도 무리하게 일을 따내게 된다. 회계사들의 업무강도는 높아지고 감사의 질은 떨어지게 됐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