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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주의 투자자, 기업 사냥꾼인가 소액주주 수호자인가

이계원 기자 gwlee@businesspost.co.kr 2015-06-10 20:3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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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동주의 투자자, 기업 사냥꾼인가 소액주주 수호자인가  
▲ 폴 싱어 엘리엇매니지먼트 CEO

엘리엇매니지먼트의 CEO인 폴 싱어는 칼 아이칸, 빌 애크먼과 함께 대표적 ‘행동주의 투자자’로 손꼽힌다.

이들은 기업들에게 소액주주들을 위한다는 명분 아래 경영을 간섭하는 ‘기업 사냥꾼’으로 악명 높다.

이들은 시세차익을 노리는 ‘사냥꾼’일까, 정말로 소액주주를 보호하는 ‘수호자’일까?

◆ ‘지독한’ 행동주의 투자자, 그들은 누구인가?

엘리엇매니지먼트의 창업주 폴 싱어는 대표적 행동주의 투자자로 꼽힌다. 싱어가 삼성물산의 주식 7.12%를 매입하자 블룸버그는 “지독한 헤지펀드 매니저”라고 소개했다.

싱어는 지난해 아르헨티나의 채무 불이행 사건으로 지독함의 끝을 보여줬다.

싱어는 2001년 부도난 아르헨티나 국채에 투자했다. 그 뒤 아르헨티나 정부의 채무 재조정 요구를 끝까지 거부하면서 수년 동안 법정다툼을 벌인 끝에 승리했다. 아르헨티나는 미국법원의 원금상환 요구에도 불구하고 싱어에 원금상환을 거부하고 있다.

행동주의 투자자들은 국채뿐 아니라 기업투자에서도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라면 강력한 요구를 계속한다.

이은택 SK증권 연구원은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전략은 매우 다양한데 그중에서도 목표로 하는 기업에 행동주의 투자자들이 선택한 임원을 넣거나 그 기업의 임원진 교체를 요구하는 행위가 가장 빈번하다”고 설명했다.

행동주의 투자자들은 사냥 대상을 과거 자본력이 약한 중소기업에서 최근 들어 글로벌기업으로 옮겨가고 있다.

칼 아이칸은 시가총액 세계1위 기업인 애플을 상대로 자사주 매입 요구를 관철시켰다. 또 전자상거래업체인 이베이를 압박해 온라인 결제사업부문인 페이팔을 분사시켰다.

칼 아이칸의 라이벌인 빌 애크먼이 이끄는 퍼싱스퀘어는 지난해 글로벌 제약회사 화이자가 보유한 세계 최대 수의약품 회사 ‘조에티스’의 적대적 인수합병(M&A)를 시도했다.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자금운용 규모는 최근 10년 사이에 급성장했다. 행동주의 투자를 주로 하는 헤지펀드의 자산운용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1200억 달러로 최근 10년 동안 10배 가까이 늘었다.

◆ 목적을 달성하지 못해도 주가는 오른다

엘리엇매니지먼트는 최근 미국 반도체회사인 EMC의 자회사 매각과 이사회 참여를 관철시켰다. 주니퍼네트워크 자회사 매각에도 성공했다.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에 속한 대기업의 15% 이상이 2009년 이후 행동주의 투자자로부터 회사 경영진 교체나 구조조정 실시 요구를 받았다.

행동주의 투자자들이 이런 요구를 관철하지 못해도 주가는 단기간에 오르는 경우가 많다. 이들을 지지하는 기관투자자들이 대개 힘을 실어주기 때문이다.

  행동주의 투자자, 기업 사냥꾼인가 소액주주 수호자인가  
▲ 칼 아이칸
미국의 한 연구기관에 따르면 행동주의 투자자들이 특정기업의 지분을 샀다고 공시하면 그 기업은 한 달 만에 주가가 평균 7% 올랐다.

행동주의 헤지펀드 회사인 서드포인트가 소니의 지분을 확보한 뒤 소니엔터테인먼트 분사를 요구하자 주가가 35% 넘게 치솟기도 했다.

칼 아이칸은 행동주의적 관점이 ‘저평가’된 기업가치를 빠른 시일에 높이는 길이라고 믿는다.

아이칸은 “이베이와 페이팔의 분사와 같이 기업의 이익구조를 긍정적으로 변화한 사례가 많다”며 “우리처럼 단기간에 CEO나 이사진들이 회사의 진정한 소유자인 소액주주들에게 책임감있게 행동하지 않는다면 미국이 독보적 경제지위를 잃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 행동주의 투자자들을 바라보는 다른 시각

행동주의 투자자들이 글로벌기업들을 대상으로 공격적 행보를 늘리면서 찬반논란도 거세게 일고 있다.

기관투자자들이나 개인투자자들은 목표기업의 주가를 끌어올린다는 공통된 이해관계가 있기 때문에 행동주의 투자자들에 동조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행동주의 헤지펀드의 요구를 거부한 기업이 주주총회에서 지분대결을 벌인 결과 헤지펀드의 승률이 80%에 육박했다”며 “기존에 기업에 우호적 입장을 취했던 기관투자가도 실제 표대결에서 헤지펀드의 주장에 동조하는 경우가 많다”고 보도했다.

반면 행동주의 투자자들이 기업의 장기적 투자를 막고 단기배당으로 기업의 자생력을 약화한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워런 버핏도 지난달 열린 버크셔 해서웨이 연례 주주총회에서 행동주의 투자자들을 비판했다.

워런 버핏은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요구는 장기적 기업가치 측면에서 건설적이지 않다”며 “최고의 대응책은 강한 실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러자 행동주의 투자자인 로브 서드포인트 CEO는 “버핏은 행동주의 투자자를 비판하지만 그야말로 행동주의 투자자의 원조”라고 꼬집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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