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실련, 기업 민원들어주기식 규제개혁 우려  
▲ 대한항공 호텔건립 예정부지. 덕성여중과 담장 하나 사이로 붙어 있다. 왼쪽에 경복궁이 위치해 있다. <구글 어스>

박근혜 정부의 각종 규제 철폐에 대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우려를 나타냈다. 특히 학교 주변에 관광호텔를 허용하는 데 대해 교육권 침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경실련은 14일 박근혜 정부가 지난달 27일 발표한 '제1차 규제개혁장관회의 및 민관합동 규제개혁 점검회의 현장건의 후속조치 계획' 가운데 잘못된 규제개혁 10대 사례를 발표했다.

경실련이 선정한 10대 사례는 ▲학교 주변 관광호텔 입지 허용 ▲주택 분양가 상한제 폐지 ▲원격의료 허용 ▲의료법인 해외진출 지원 ▲금융 PEF 관련 규제개선 ▲중소·중견기업 가업 승계시 세제지원확대 ▲외투기업 세무조사 애로 해소 ▲관광 면세한도 상향 ▲외국교육기관 어학연수 허용 ▲여수산단 공장 부담 경감 등이다.

경실련은 정부가 학교 주변 호텔건립 규제폐지와 관련해 “정부가 사법부의 판단을 무시하면서까지 일자리 창출과 경제 활성화라는 미사여구로 학교 주변 관광호텔 입지를 허용하는 것은 특혜를 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실련은 특히 서울 경복궁 옆 터에 대한항공의 호텔 건립을 허용하는 문제를 강하게 비판했다. 경실련은 "이 터는 풍문여고 등이 인접해 있으며 경복궁과 연결돼 있어 전통문화적 가치 측면에서 중요한 지정학적 위치에 있다"며 "여기에 대기업이 소유한 호텔이 들어설 경우 교육권 침해, 역사와 문화적 가치 훼손이라는 공공적 가치 파괴가 초래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실련은 또 정부가 수입금액 3천억 원 이상 법인을 정기 순환조사 위주로 운영하고 수입금액 500억 원 미만 중소법인에 대한 조사 비율을 축소하는 데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경실련은 "법인세는 영업이익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높은 매출액에도 영업이익을 낮추는 식의 세금 회피를 할 가능성이 있다"며 "국세청의 세무조사와 그에 따른 징세는 과세 관청으로서 당연한 의무"라고 강조했다. 경실련은 "규제개혁이란 명분으로 정부의 정당한 과세행위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까지 규제개혁 대상으로 포함하는 것은 규제개혁의 본질에서 벗어난 것"이라고 염려했다.

경실련은 이밖에도 관광 면세한도 상향 조정으로 인한 특정 대기업의 이익 증대, 의료 영리 자법인 허용에 따른 공적 의료체계 근간의 훼손 등도 섣부른 규제개혁으로 폐해를 초래할 것으로 지적했다.

경실련 관계자는 "엄밀한 평가 없이 모든 규제를 악으로 규정하는 마구잡이식, 기업 민원 들어주기식의 규제개혁은 심각한 문제"라며 "규제개혁은 효과와 혜택이 국민에게 체감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