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일부 소액주주들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추진에 반기를 들었다.
이들은 인터넷 카페를 개설하고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의 편을 들고 있다.
소액주주들의 이런 움직임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추진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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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폴 싱어 엘리엇매니지먼트 CEO |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인터넷에 ‘삼성물산 소액주주 연대’ 카페가 활기를 띠고 있다.
엘리엇매니지먼트가 4일 삼성물산 지분을 보유한 사실을 밝히고 합병추진에 반대입장을 표명한 뒤 하루 만에 소액주주들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9일 현재 카페 회원은 1천 명을 넘어섰다. '독타맨'이라는 이름의 카페 운영자는 “계란으로 바위가 깨진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며 소액주주들의 주권을 엘리엇매니지먼트에 위임하자고 공지했다.
카페에 참여하고 있는 소액주주들은 이재용 부회장 등 삼성그룹 대주주 일가를 위해 제일모직에 유리하도록 합병비율이 정해졌다며 합병비율 재산정을 요구하고 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합병추진을 결정하며 두 회사의 합병비율로 1대 0.35를 제시했다. 이에 대해 엘리엇매니지먼트 등을 중심으로 삼성물산 주가가 저평가됐다며 반대하고 있다. 엘리엇매니지먼트는 삼성물산 지분 7.12%를 보유하고 있다.
소액주주들도 카페 개설을 통해 엘리엇 매니지먼트와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는 셈이다.
이들은 구체적 위임방식을 정하지 않았으나 국내 법무법인과 접촉하는 등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놓고 표대결이 펼쳐질 경우 삼성물산 전체 지분의 40% 가량 지분을 들고 있는 소액주주들이 합병의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카페 게시판에 소액주주들이 주권위임에 찬성한다는 의견이 쇄도하고 있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안과 관련해 주주 확정 기준일은 11일이다. 두 회사 합병안건을 처리할 임시 주주총회는 다음달 17일 열린다. 합병과 관련한 의사를 표명하려면 11일 기준 2거래일 전인 9일까지 삼성물산 지분 취득을 마쳐야 한다.
엘리엇매니지먼트는 삼성물산 지분 9.98%를 보유한 국민연금에 두 회사의 합병을 반대해야 한다는 내용의 공식문서를 보냈다. 엘리엇매니지먼트는 이런 내용의 문서를 삼성물산 지분을 보유한 삼성SDI(7.39%)와 삼성화재(4.79%) 등 삼성그룹 계열사들에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물산의 외국인 지분률은 지난 4일 이후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외국인들은 삼성물산 주식 393만 주에 이르는 2.52% 지분을 사들인 것으로 집계됐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은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외국계 투자자 대상 설득작업도 활발하게 진행했을 것으로 관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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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에 개설된 '삼성물산 소액주주 연대' 카페 |
일부 소액주주들이 합병반대 대열에 참여하면서 합병 추진 당사자인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곤란한 입장에 놓였다.
게다가 정치권에서도 특정 대기업 경영권 승계를 위해 국민이익을 훼손해서 안 된다며 또 다른 주요 주주인 국민연금을 압박하고 있다.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5일 보도자료를 내 “삼성물산의 지난해 매출규모가 제일모직보다 5배 많은데도 합병비율이 1:0.35로 결정된 것에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주장처럼 합병조건이 공정하지 않다고 느끼는 투자자들이 많은 게 엄연한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강선아 새정치연합 부대변인은 “국민연금이 수급자인 국민의 이익을 대변하려는지 특정 대기업 경영권 승계를 위한 합병을 위해 국민이익을 훼손하려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