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이 대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트래버스의 출시시기를 9월 초로 못박고 마케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GM은 ‘트래버스는 수입차’라는 이미지를 강조해 대형 SUV시장의 강자로 꼽히는 현대자동차의 팰리세이드와 경쟁을 피하고 약점으로 꼽히는 가격 경쟁력을 보완하는 전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 트래버스가 광고영상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장면. <쉐보레 코리아 공식 유튜브 화면 캡처> |
26일 한국GM에 따르면 공식 홈페이지와 유튜브에 광고영상을 올리며 트래버스 마케팅을 시작했다.
트래버스 광고영상은 일주일 만에 조회 수 2만 회를 넘보는 등 소비자로부터 높은 관심을 끌고 있는데 내용을 놓고서도 반응이 뜨겁다.
한국GM은 광고영상을 통해 트래버스가 수입차라는 점과 기존 대형 SUV보다 몸집이 크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광고영상은 1분짜리로 항구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부두에서 하역작업을 마친 컨테이너가 열리고 트래버스가 모습을 드러내면 헤드라이트를 밝힌 대형 SUV들이 늘어서 있다가 겁에 질려 달아난다는 게 광고영상의 줄거리다.
재미있는 점은 트래버스를 마주하고 도망치듯 달아나는 차량들이 모두 수입 대형 SUV라는 점이다. 한국GM은 어두운 배경 속에서 헤드라이트와 후면등 디자인을 강조해 이 차들이 BMW, 레인지로버, 렉서스 등 수입차임을 암시했다.
유력한 경쟁차로 꼽히던 현대자동차의 팰리세이드는 영상 속에서 그림자조차 찾기 힘들다.
이 때문에 한국GM이 팰리세이드와 경쟁을 피하기 위해 ‘수입차’라는 이미지를 강조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팰리세이드와 경쟁차로 묶이면 가격 경쟁력에서 뒤처진다는 평가를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GM은 국내 공장에서 차량을 생산해 판매하기도 하지만 GM 본사로부터 완성차를 수입해 팔기도 한다. 트래버스처럼 수입해 판매하는 차는 옵션을 미리 장착하고 들여와야 하는 만큼 국내에서 생산된 차보다 가격이 높을 수밖에 없다.
더구나 트래버스는 팰리세이드보다 몸집이 큰 만큼 수입차로 이미지를 굳힌다면 이 부분을 장점으로 부각하기도 쉽다. 트래버스는 팰리세이드보다 전장이 100mm 길고 전고도 45mm 높다.
한국GM이 트래버스가 수입차임을 강조하고 나선 데는 이쿼노스 판매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지난해 6월 수입해 내놓은 중형 SUV 이쿼녹스는 경쟁차인 현대차의 싼타페, 기아차의 쏘렌토와 비교해 가격이 높다는 이유로 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GM은 뒤늦게 국내에서 통할 수 있는 맞춤형 가격정책을 내놓는 방향으로 전략을 틀고 이쿼녹스의 가격을 낮췄는데도 이쿼녹스는 여전히 판매가 부진하다.
▲ 수입차들이 트래버스를 보고 뒤로 물러나는 장면. <쉐보레 코리아 공식 유튜브 화면 캡처> |
한국GM은 이 때문에 ‘트래버스는 수입차’라는 이미지를 강화해 가장 강력한 경쟁자인 펠리세이드와 비교하는 시선을 차단한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GM 본사 차량을 수입해 판매한다곤 해도 한국GM에서 차량을 구매하는 소비자로서는 트래버스가 수입차라는 인식을 품는 게 힘들 수 있다.
한국GM을 사실상 국산 브랜드로 인식하는 소비자들에게 트래버스는 수입차라는 이미지를 주입하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이다. 광고영상만으로 트래버스가 BMW X7이나 레인지로버의 경쟁차라고 느껴지지 않는다는 반응도 있다.
광고를 본 한 네티즌은 "아무리 그대로 경쟁자로 레인지로버는 좀 아니지 않나"라고 댓글에 적었다.
트래비스가 미국에서 약 3500만~6100만 원 사이에서 판매되는 점을 근거로 국내 출시가격이 5천만 원 안팎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데 BMW X7이나 레인지로버처럼 프리미엄 수요에 특화해 1억을 호가하는 수입차와 경쟁차종으로 묶는 게 타당하지 않다는 것이다.
BMW의 대형 SUV인 X7은 1억 중후반 대에서 판매되고 있고 레인지로버는 가격이 2억 원을 웃도는 모델도 있다.
한국GM은 조만간 트래버스 광고모델을 발탁해 새 광고영상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말리부 모델로 배우 주지훈씨를, 트랙스 모델로 래퍼 마미손씨 등을 발탁하며 톡톡한 홍보효과를 누렸기 때문에 트래버스에도 비슷한 전략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배우 정우성씨가 트래버스 새 광고모델로 발탁된다는 애기가 나오지만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한국GM 관계자는 “적합한 광고모델을 물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차화영 기자]